-김연경 국가대표 은퇴 경기, 흥행 이어 온 한국배구, 세대교체 요원하고 스타 선수 안 보인다

 

찬란했던 영광의 시절은 지나갔다. 21년 김연경의 은퇴를 끝으로 더는 국대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에 2012 런던 올림픽 4강,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한국 여자배구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눈에 띄게 하락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본문 중에서]
찬란했던 영광의 시절은 지나갔다. 21년 김연경의 은퇴를 끝으로 더는 국대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에 2012 런던 올림픽 4강,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한국 여자배구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눈에 띄게 하락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더 자세한 스포츠] 2023년 배구 코트를 뜨겁게 달군 소식은 단연 김연경 선수의 은퇴 여부였다. 아쉬움을 느꼈던 김연경은 1년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현대건설이 올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의 숙원인 우승의 꿈은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김연경은 지난해 2월에는 현역 은퇴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올해에도 은퇴 논란이 있었다.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김연경. 잠깐 휴식을 취하며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현역 연장을 택하며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연경은 지난달 8일 열린 V리그 시상식에서 "고민을 좀 많이 했고 또 내년 시즌 많은 팬분들 위해서 한 번 더 도전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그런 그녀가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 위에 선다. 오는 9일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는 김연경 초청 세계여자배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이 무대에서 김연경은 국가대표로서는 마지막으로 경기를 치른다. 김연경은 2021년 도쿄 올림픽 4강을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 확산 여파로 국가대표 은퇴 기념행사나 이벤트 경기를 열 수 없었다. 소속사와 함께 힘을 합쳐 뒤늦게 동료들과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갖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함께했던 동료들과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영광과 아쉬움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포스트 김연경'을 찾을 수 없는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김연경이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여자배구의 위기이자 스타와 함께하는 마지막 축제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열리는 국가대표 은퇴식이 지나면, 김연경은 현역 은퇴 시점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한국 여자배구도 관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보인다. 김연경을 1년 더 볼 수 있는 점은 기쁜 일이나, 그녀에게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김연경과 생사를 같이해 온 한국 여자배구, ‘겨울 스포츠는 내가 책임진다’, 멱살 잡고 흥행 성공


2000년대 초반 한국 여자 배구는 국제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 13, 2004년 아테네 올림픽 9위 등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국제 경쟁력 약화를 드러냈다.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과학적 훈련 시스템 부족, 유럽 리그와의 경쟁력 부족, 선수 양성 시스템 문제 등을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당연히 인기도 떨어졌다. 과거 여자 배구 경기 중계 시청률은 매우 낮았다. 특히 국제 대회 중계 시청률은 10% 미만 수준에 그치며 국민적 관심도가 낮았음을 반영했다. V리그는 E 스포츠보다도 출범이 늦었다. 이는 스폰서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하며 리그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한, 김연경 선수의 등장 이전, 한국 여자 배구 관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그러나 배구 스타 김연경의 영향력으로 한국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은 증가했다. 국대로 출전하여 세계 4위까지 올라간 2016년 리우 올림픽 배구 시청률은 7.8%를 기록하며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0년에는 8.4%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V리그 여자부 평균 시청률도 런던 올림픽 전후로 꾸준히 상승해 20191%를 돌파했다. 2022-2023 여자부 V-리그 챔피언 결정전의 5차전에서는 최대 2만여 명의 팬들이 아프리카 TV 인터넷 중계를 통해 시청하였다. 또한, 해당 경기는 TV 시청률도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서 최고치인 3.40%를 기록하였다. 관중 수도 증가하였는데 특히 여성 관중의 비율도 늘어났다. 실제로 김연경 선수 데뷔 당시인 2005년 약 20%에 불과했던 여성 관중 비율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약 50%까지 증가했다. 특히, 젊은 여성 팬들의 증가는 여자 배구 팬층 확대 및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V리그는 최근 여자부의 인기 상승에 힘입어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V리그 여자부는 평균 시청률 1.22%를 기록하며 자타공인 대한민국 넘버원 스포츠 콘텐츠로 평가받는 프로야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기장을 찾는 배구 팬들도 크게 늘었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총 264경기에 586514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2222명으로, 2022~2023시즌의 266경기 56845, 경기당 평균 2108명보다 7% 이상 증가했다.

여자부의 인기 질주는 김연경이라는 확실한 스타의 존재 덕분이다. 김연경이 속한 흥국생명은 남녀 불문하고 V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이다. 흥국생명은 2023~2024시즌 리그 전체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경기당 평균 4263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2023~2024시즌 V리그 최다 관중 상위 10경기는 모두 흥국생명의 홈경기였으며, 상위 15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원정 경기를 포함하여 모두 흥국생명의 경기였다. 김연경 선수 한 명이 배구계 경제를 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김연경 빠지자 국제무대에서 정신없이 휘청, 30연패라는 역사적 기록 달성한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버티고 있던 한국 여자배구는 건재했다. 뛰어난 공격력과 리더십을 갖춘 김연경은 강력한 스파이크와 정확한 패스로 팀의 공격을 주도하며 빠르게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이에 한동안 세계 무대에서 이렇다 할 인지도가 없었던 한국 여자배구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36년 만에 8강 진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8강 진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아시아 최종예선 5전 전승으로 4강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00년대의 한국배구의 인기와 질적 성장은 김연경이라는 한 선수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역사를 쓴 것이다. 요즘 속된 말로 김연경은 한국 배구를 멱살 잡고 캐리했다.

찬란했던 영광의 시절은 지나갔다. 21년 김연경의 은퇴를 끝으로 더는 국대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에 2012 런던 올림픽 4,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한국 여자배구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눈에 띄게 하락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연경이 은퇴한 해인, 2021년 마지막 3경기를 시작으로 2022년과 2023년 대회에서 전패를 당한 한국 여자배구는 VNL 대회에서만 27연패를 기록한 채 2024년 대회를 맞이했다. 올해에도 30연패를 달리다가, 최근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의 열정 하에 지난 20, 태국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1의 승리를 거두면서 길었던 연패의 고리를 겨우 끊어냈다.

대표팀의 기량이 바닥을 찍다가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VNL에서의 오랜 부진은 한국이 세계 배구의 흐름에 뒤처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빠른 공격 전개와 강력한 서브,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운 유럽과 남미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 여자배구는 전반적인 스피드와 파워, 그리고 전술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문제가 더 심각한 남자 대표팀에 비해 그래도 여자 대표팀은 거는 기대감이 남달랐는데 김연경 선수 은퇴 이후 이제는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여자 배구 대표팀이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연경 혹사논란이 있을 만큼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에게 크게 의존해 왔다. 스무 살 때부터 국가대표 붙박이 주전 레프트로 활약해 온 김연경인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녀에 대한 국가대표팀의 의존도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였다. 원래도 공격 부담이 심했지만, 좋은 세터들과 서포터하는 팀원들이 많았다. 그런데, 끝에 갈수록 점점 김연경을 보조해 주는 선수조차도 잘 안 보이고 혼자 외로이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세대교체의 실패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층이 얇다는 점은 한국 여자배구의 큰 약점이다. 선수 발굴과 육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팀 전력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의 김연경'은 어디 가고 V리그는 쿼터제 천하 몰빵 배구, 심해지는 외국 선수 의존도


김연경 이후 한국 배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의 등장은 요원하다. 김연경과 같은 포지션인 레프트 자리에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이탈 이후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강소휘, 박정아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부족하다. 김연경의 빈자리가 대표팀이나 구단에게는 너무 뼈아픈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공격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김연경은 코트 위에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고,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내는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김연경의 부재는 단순히 한 선수의 공백을 넘어, 팀 전체의 분위기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것도 한국 여자배구의 문제점이다. 일명 몰빵 배구라 불리는 이 전술은 모든 2단 연결 토스를 뛰어난 공격수 한명에게 집중적으로 스파이크를 때리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 몰빵 배구에는 주로 체력적인 여건이 받쳐주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차용된다. 인삼공사의 몬타뇨, 헤일리 스펠만, 디우프, 등의 주력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몰아줘 왔다. 기업은행의 메디, GS칼텍스 모마, 페퍼저축은행의 엘리자벳 등의 외국인 선수도 각 팀의 주력 포로 이들이 팀 내 공격에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V리그 여자부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크게 좌우되어 왔다. 많은 공격 포인트가 외국인 선수들에게서 나왔으며 공격 점유율 역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V리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모든 것을 한 명에게 몰아주고 나머지 선수들은 들러리, 구경꾼, 보조출연자 수준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배구는 축구나 야구에 비해 7명의 주전 맴버 중에 1명인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도 그 1명에게 올인함으로써 나머지 선수들은 토스나 올려주는 보조 선수로 전락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오히려 악순환을 악화시키는데, 올인을 받은 외국인 선수는 점점 실력이 증가하고 국내 선수의 실력은 정체된다. 국내 선수를 외국인 선수에 준하게 육성해야 하는데, 국내 선수에게 공격을 분담시키자니 잘하는 외국인 선수에게 집중하는 다른 팀에게 패배하게 되고, 다시 외국인을 들여 올인을 따라 하게 된다. 이러면 시간이 지나도 국내 선수 중에 유능한 공격수가 나올 가능성이 줄어든다.

당연하게도 외국인 선수는 국가대항전에 나갈 수가 없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올인하느라 그들의 서포터로 전락한 국내 선수들로만 구성된 국가대표팀이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칠 리가 없어 보인다.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스타 이후에 한국 배구는 눈앞의 승리만 바라봤지, 패배를 감내하면서 국내 선수를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여제가 떠난 자리, 누가, 어떻게 채울 것인가? 2부리그도 없는 V리그, 선수 풀 좁아도 너무 좁다


물론 V리그에 김연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소영(정관장), 박정아(페퍼저축은행), 강소휘(GS칼텍스 서울) 등등이 차세대 에이스로 거론됐지만, 이들이 양효진까지는 몰라도 김연경을 대체하는 존재까지 성장할지는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 배구계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김연경 이후는 없다가 정답이다. 지난 4,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인 V리그 출신 한유미는 "김연경이 은퇴하면 (V리그) 관중 수와 시청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배구인들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연경의 은퇴가 단순한 전력의 손실이 아닌, 한국 여자배구 인기 자체가 식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 당장 김연경을 대체할 차세대 스타가 없는 점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앞서 말한 몰빵배구의 문제점과 더불어 앞으로도 배구 스타의 배출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는 배구계의 선수 풀이 매우 좁다는 것이 있다. KBO 퓨처스리그나 KBL D 리그처럼 2군 리그가 활성화된 타 종목과 달리, V리그는 2군 리그 부재로 인해 선수 육성 및 기량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조차 1~2년 만에 도태되는 경우가 빈번하며, 4대 프로 스포츠 중 가장 작은 선수단 규모와 제한된 신인 선수 수급으로 인해 주전 의존도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군 리그는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지고 프로 무대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V리그는 이러한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 문제가 심각하며, 최근 배구 트렌드인 스피드 배구를 구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특정 선수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몰빵 배구'가 성행하게 되었고,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선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업 리그에서 선수들을 영입하거나 은퇴 선수들을 재영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실업 배구를 폐지하고 2군 리그를 신설하는 것이 V리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고, 잊을 만하면 가끔 논의되고는 있지만, 재정적, 운영 측면에서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대 은퇴까진 OK, 현역 은퇴는 안 돼. 시대가 놓아주지 않는 선수, 은퇴도 마음대로 못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경이 가지고 있는 책임감은 막중하다. 인기몰이할 뚜렷한 포스트 김연경이 없는 상황에서 은퇴는 곧 V리그 흥행 감소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이야 은퇴한 지 3년이 지났으니 21년 이후, 30연패라는 최악의 경기력에서 오는 팬들의 무관심을 김연경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김연경이 없어도 국대는 계속 존재할 수 있다. 반면에 V리그는 흥행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김연경 보는 재미로 남아있는 여자 프로배구 팬들의 관심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다른 스포츠에 비해 가난한 종목이다.

타 스포츠에서 이 정도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면 신인 선수 앞길을 막는 노욕으로 비칠 것이지만, 여자 배구계는 입장이 다르다. 김연경은 정규 시즌 도중에도 감독님이 제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다른 선수가 좀 했으면 좋겠다등의 말을 하며 체력적인 부담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V리그 시상식에서 "은퇴 시점에 있는 선수가 팀 우승과 개인 수상에 도전한다는 것이 좀 우스운 얘기인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김연경은 은퇴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김연경은 단순히 구단의 종합우승을 위해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 V리그 전체를 위해 그러지 못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김연경으로 연명해 온 한국 여자배구 입장에서 그녀의 은퇴는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과 같다. 표면적으로는 다음 리그 우승을 위해 더 뛰고 싶다고 했지만, 그의 은퇴를 막는 손은 구단과 한국 여자배구계 전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간만 좀 더 연장될 뿐이지 현재 한국배구계가 가지고 있는 구조상 포스트 김연경의 등장을 바라는 것은 당분간은 무리다. 김연경이 내년에도 현역으로 뛸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이대로라면 1년 뒤에도, 그 뒤에도, 계속해서 김연경의 은퇴를 막는 손들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을 1년 더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면서도 마냥 좋을 수가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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