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한화 감독 부임, 전 감독이자 사제관계인 김성근과 라이벌, 부활을 위한 리더십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팀을 휘어잡고 감독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스타일은 과거의 스타일이다. 이 부분에서 신임 김경문과 앞서 한화를 거쳐 간 김성근 모두 올드한 느낌의 감독이라는 평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재 가장 선진적인 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는 감독의 역할보다는 단장 중심의 프런트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감독은 선수단의 사기 진작, 부상자 관리 등 선수단 관리에 집중하는 매니저형 감독이...[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06/334464_340590_4617.jpg)
2024년 6월, 한화 이글스는 김경문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팬들에게 깜짝 놀랄 소식을 전했다. 최원호 감독 하차 후,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하던 한화는 두산과 NC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을 영입하며 큰 변화를 시도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김경문 감독과 계약기간 3년, 총액 20억 원(계약금 5억+연봉 15억)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경문 감독은 "한화 이글스의 감독을 맡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라며, "한화 이글스에는 젊고 가능성 있는 유망한 선수들이 많고, 최근에는 베테랑들이 더해져 팀 전력이 더욱 단단해졌다. 코치님들, 선수들과 힘을 합쳐 팬들께 멋진 야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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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베어스를 이끌며 세 차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NC 다이노스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2016년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3일 오후 2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곧바로 수원으로 이동해 4일부터 열리는 kt 위즈와의 원정 3연전부터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김경문 감독의 부임은 한화 팬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는 동시에 우려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김경문 감독은 암흑기에 빠진 한화 이글스를 구원할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과거의 영광에 기댄 '추억팔이'에 그칠까?
사제지간에서 악연으로, 두 감독의 엇갈린 운명, 돌고 돌아 한화에서 다시 만난 두 명장
흥미롭게도, 김경문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단순한 전임 감독과 후임 감독의 관계를 넘어, 깊은 인연과 질긴 악연으로 얽혀있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의 악연은 1980년대 OB 베어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경문은 OB 베어스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던 중, 김성근 감독이 조범현을 중용하면서 출장 기회가 줄어들었다. 김성근 감독과 조범현은 충암고등학교 시절 사제 관계였고, 이에 따라 김경문은 주전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이에 따라 김경문은 김성근 감독에게 깊은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2007년,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와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 간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되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대수의 트레이드 카드를 여러 번 바꾸며 김경문 감독의 분노를 자아냈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시즌 내내 두산의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의 투구 폼이 보크라고 지속해서 항의했고, 이는 김경문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경문 감독은 이를 "트집 잡기"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양 감독 간의 언론전을 촉발시켰다. 이후 두 감독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악연'으로 만들었고, 한국 야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SK는 두산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이 과정에서 두 감독의 전략과 결단력은 큰 대조를 이루며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김성근 감독은 대표팀 선수 관리에 대해 비판하면서 "선수 관리가 엉망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은 "그럼 직접 대표팀을 맡으시라"며 맞받아쳤다. 또한, 같은 해 두산-SK 경기에서 발생한 빈볼 사건은 두 감독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김경문 감독은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는 김성근 감독 팬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2009년에도 두산과 SK는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고, SK가 승리하면서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의 가을야구 대결에서 연패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김경문 감독은 SK 투수들의 빈볼에 대한 항의로 빈볼을 던지며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을 찾아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표면적인 행동에 불과했다.
김경문 감독은 2011년 플레이오프 이후에도 두산 베어스의 감독으로서 꾸준한 성과를 내었지만, 김성근 감독의 영향력과 카리스마는 늘 그의 발목을 잡는 그림자였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에서의 8년 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하며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지만, 만년 2등의 서러움을 겪어야 했다. 이에 비해 김성근 감독의 SK는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명장의 자리를 굳혔다. 이러한 성적 차이는 두 감독의 경쟁 구도를 더욱 부각시켰다.
김성근 감독이 2015년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는 다시 주목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NC 다이노스의 감독으로서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전과 다른 항의를 하거나 능욕 투수 교체를 하는 등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에 맞대응했다. 2016년, 한화가 NC의 15연승을 저지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이슈가 되었다. 같은 해 8월, NC 대 한화전에서는 이중 동작 항의로 두 감독이 크게 충돌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김성근이 이끄는 한화를 비판하던 상황이 바뀌어 역으로 본인이 한화를 이끌게 되었다. 아직 김성근의 흔적들이 한화에 남아있는데 말이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 모두 한화 이글스 감독직을 맡기 전 '국민 감독'이라는 칭호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서 짧은 성공 이후 쓸쓸히 퇴장했고, 김경문 감독은 고령에 현역 감독으로 복귀, 그 뒤를 이어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운명의 장난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악연. 나이, 스타일, 소통, 철학 등에 대한 한화 팬들의 우려를 등 뒤에 둔 김경문이 생존하는 길은 한화 곳곳에 아직 남아있는 스승이자 라이벌인 김성근의 흔적들을 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시절 한화, 군대식 리더십, 강력한 훈련으로 단기 성과 이끌었지만, 장기전에는 한계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전제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전제적 리더십은 감독의 권위와 힘을 이용하여 강제적으로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군대에서 우리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가 나보다 높은 권한과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일명 ‘까라면 까’라는 군대식 리더십이 무서운 이유는 리더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한 몸같이 조직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으로 인해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을 극한으로 짜내기로 유명하다. 그의 '지옥 훈련'은 선수들에게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했다. 그는 "훈련이 곧 실전"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강요했다. 이는 초기에는 팀의 단결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단점도 많았다.
김성근 감독의 한화 이글스 감독 시절은 몇 가지 중요한 성과로 시작되었다. 2015년, 그는 한화 이글스를 전년도 최하위에서 6위로 끌어올리며 68승 1무 75패를 기록했다. 이는 한화 팬들에게 오랜만에 느끼는 희망이었다. 그의 강력한 지도 스타일과 철저한 경기 운영은 팀에 즉각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2016년에도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66승 1무 77패로 7위를 기록하며 상위권 도전을 이어갔다. 이러한 성과는 팀의 경기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킨 그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강압적인 지도 방식과 과도한 투수 교체는 곧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그의 스타일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유효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수들의 체력과 심리에 큰 부담을 주었다. 2016년, 한화는 잦은 투수 기용과 높은 부상률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김성근 감독은 불펜 투수들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 저하와 부상 문제로 이어졌다. 2017년에도 이러한 문제는 계속되었고, 결국 김성근 감독은 성적 부진과 선수 관리 문제로 인해 시즌 도중 사임하게 되었다. 그의 마지막 시즌인 2017년, 한화는 8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김성근 감독의 한화에서의 시간은 끝이 났다. 비록 그의 지도하에 한화가 일시적으로 상위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지속 가능성은 부족했다. 팬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팀은 다시금 불안정한 상태로 돌아갔다.
한편, 군대식 리더십과는 멀어 보이게 김성근 감독은 나름의 데이터 야구를 추구했다. 그의 리더십 성향 때문에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데이터 야구 1세대나 다름없다. 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대 투수와 타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춘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문제는 ‘군대식 리더십’과 ‘데이터 야구’의 결합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다양한 전술을 지향하는 움직임보다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단 하나의 정답을 연구하는 유형의 리더였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 정답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러한 데이터 야구는 때로는 과도한 전략적 접근으로 인해 선수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정답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권위와 안목을 신봉하였다. 결국 ‘불통’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고 그것은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선수 기용 부분에서도 고집이 심했는데, 본인의 정답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 즉, '내 사람' 위주의 선수 기용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팀 내 갈등을 야기하고, 선수단의 사기를 저하시켰다.
개막전 때 받은 기대는 어디 가고, 리그 최하위에서 허우적대는 한화, 베테랑 감독으로 선회
몇 년에 걸쳐 리그 최하위를 면치 못하던 한화는 적극적인 리빌딩을 추구했다. 한화는 리빌딩의 성과를 바탕으로 FA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성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2023시즌 5월, 리빌딩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던 수베로 감독이 전격 경질되었다. 그는 2시즌 동안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왔고, 투수들의 혹사를 지양하며 원칙 있는 선수단 운영을 했다. 논란이 있었던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와 경기 운영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최원호 감독은 한화에서 오랜 기간 육성 부문을 담당했고 팀 내 사정에 밝은 인물로, 공부하는 지도자이자 현대 야구 흐름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원호 감독의 한화는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한화는 FA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해 중심 타선을 강화했고, 개막을 앞두고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전격 영입하며 야구팬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재계약한 외국인 투수 2명과 류현진, 문동주까지 한화의 선발 마운드는 리그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여기에 다양한 불펜 투수진과 국가대표 4번 타자 노시환이 이끄는 타선도 경쟁력을 갖추었다. 한화는 개막전 패배 이후 7연승을 하며 선두권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4월 들어 급격히 하락세로 반전되며 선발 마운드와 불펜진이 붕괴 조짐을 보였고, 수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타선도 페라자 홀로 분투하는 경기가 많아지며 한화는 하위권으로 되돌아갔다.
한화는 이를 극복할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고,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최원호 감독은 비난의 중심에 섰다. 그에게는 한화에서 감독 대행을 역임했지만 성적을 내야 하는 시즌은 처음이었다. 그가 퓨처스에 있을 때만 해도, 한화의 팬들은 그에게 ‘학구파’이자 ‘육성 전문가’로서의 그를 환영했지만, 그는 실전에 능한 감독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분위기가 최악인 현재의 한화에는 모든 가능성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60세라는 고령, 현대 야구에 어울리지 않는 ‘직감’적인 야구, 레트로한 소통 방식 등등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김경문을 선택했고 결국 최원호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라이벌 김성근의 흔적을 넘어 김경문의 리더십, 믿음의 야구, 마른 목 채워줄까?
리더십이란 ‘사람을 어떻게 내 의도대로 움직일지’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 달라질 수 있다. 김경문과 김성근의 리더십은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같은 부분으로는 둘 다 감독의 카리스마를 통해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투지를 끌어내는 면이 있다. 두 감독 모두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조금 앞선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기도 하고 워낙 오랫동안 한국야구를 이끌어 온 산 증인이기도 하기에 이들의 한마디는 엄청난 무게감을 갖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가깝다. 반면,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은 변혁적 리더십이자 서번트 리더십의 면모를 보인다. 이는 김경문 하면 떠오르는 ‘형님 리더십’, ‘믿음의 야구’로 대표된다. 그는 선수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개인적인 성장을 돕는 멘토 역할을 수행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9회 말 1점 차로 뒤지고 있던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격려와 함께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결국 팀은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는 김경문 감독의 변혁적 리더십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믿음의 야구’를 통해 그는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위해 헌신하고,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소통한다. NC 다이노스 시절, 그는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믿음을 주었으며, 이는 선수들의 성장과 팀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김 감독을 단순한 지도자가 아닌, 인생의 멘토로 여기며 따르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점이 한화 팬들이 우려하는 부분이자, 역으로 김경문이 한화의 변화를 이끌어 올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조건을 갖춘 것’만으로는 안되는, 그 이상이 필요한 현재의 한화에서 감독이 지닌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 경륜의 철학에서 나오는 리더십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믿음과 기다림에서 나오는 여유는 젊은 선수 육성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MZ 세대 선수들 사이에서 ‘가족 같은’, ‘형님 같은’이라는 말은 잘 통하지 않는다. 현대 야구는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과 ‘개인의 성공이 곧 팀의 성공’이라는 인식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도 야구의 학문적 접근을 시도했던 전임 최원호 감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때로는 감독의 인간적인 면모가 팀의 사기를 높이고 의지를 끌어낼 수도 있다. 한화는 지금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김성근의 벌떼 야구 vs 김경문의 화수분 야구, 타선 약한 한화의 공격력 강화에 발판
김성근과 김경문 감독은 경기 운영에서도 차이가 난다. 김성근은 투수 운용을 정말 잘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명의 전설적인 감독으로, 각각의 스타일과 철학이 뚜렷이 구분된다. 이들의 차별화된 야구 스타일은 벌떼 야구와 화수분 야구, 스몰볼 야구와 한방 야구로 대표된다. 각자의 장단점이 명확한 이 두 감독의 접근 방식은 야구팬들에게 끊임없는 논쟁거리를 제공해 왔다.
김성근 감독의 벌떼 야구는 투수 운용에 있어 혁신적인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SK 와이번스 시절, 김성근 감독은 불펜 투수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상대 팀 타자들을 압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투수 교체를 자주 하여 상대 타자들이 투수의 투구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투수 교체 시에는 체계적인 관리가 더해졌다. 김성근 감독의 곁에는 항상 경기 내용을 기록하는 구단 기록원이 있었으며, 투수들의 투구 수와 상태를 철저히 관리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당시로써는 매우 혁신적이었으며, 현대 야구의 불펜 운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김경문 감독의 화수분 야구는 야수 육성과 강력한 타선을 중심으로 한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를 이끌며 그는 손시헌, 김현수, 이종욱 등 무명 선수들을 발굴하여 스타로 키워냈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접근은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며, 장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하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기동력 있는 야수들을 중용하여 빠른 경기 운영을 선호한다. 이는 투수진이 상대적으로 강력한 한화에 있어 득점력을 책임져 줄 방안이 될 수 있다.
김성근의 스몰볼 야구 vs 김경문의 한방 야구, 투수진 혹사 문제 및 리빌딩은 숙제
김성근 감독의 스몰볼 야구는 한 점 한 점을 중요시하는 경기 운영 스타일로, 번트와 작전을 통해 점수를 쌓고 이를 수비와 투수진으로 지켜내는 방식이다. 그의 야구 철학은 수비력을 중시하고, 교타자와 기동력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정근우, 이용규 등의 재간 좋은 야수들이 주로 기용되었다. 김성근 감독의 스몰볼 야구는 치밀하고 전략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과도한 번트와 작전 지시로 인해 경기의 재미를 감소시킨다는 비판도 받았다.
반대로, 김경문 감독의 한방 야구는 장타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점수를 내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그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지론을 강조하며, 득점권에서 번트보다는 강공을 선호한다. 두산 시절부터 NC 다이노스에 이르기까지, 김경문 감독은 중장거리 타자들을 육성하여 팀의 득점력을 극대화했다. 모창민, 나성범, 권희동 등 장타력이 있는 타자들을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며, 한방으로 경기를 결정짓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선수들의 타격감이 좋을 때는 큰 성과를 내지만, 부진할 때는 팀 전체의 경기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김경문 감독은 리빌딩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팀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인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로써 팀의 전력 강화와 동시에 리빌딩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두산과 NC에서 많은 유망주들이 그의 지도 아래 성장하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투수 혹사는 김성근의 문제만은 아니다. 김경문도 투수를 쥐어짜서 운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부상 및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정규시즌 잘해놓고도 뒷심이 약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그가 두산과 NC에서 발굴한 선수들의 많은 부분이 타선에 집중되어 있고, 투수는 몇 없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재 한화는 류현진, 문동주, 산체스, 황준서 등의 기존 선수들에 더해 새 외국인 투수인 하이메 바리아가 5일 수원 KT 전에서 데뷔하면서 훌륭한 투수진을 갖추었다. 이것으로만 보았을 때는 걱정 없어 보이겠지만, 만약 투수진의 운용을 잘하지 못하거나 관리를 못해 혹사당한다면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게 될 우려가 있다. 벌써 5월에도 페냐의 방출, 산체스와 류현진의 부상으로 선발진이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러왔기에 김경문은 취임 후, 투수진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론트 중심 현대야구, 협조 안 하면 다시 무덤 행, 레트로 감독은 부활할 수 있을까?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팀을 휘어잡고 감독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스타일은 과거의 스타일이다. 이 부분에서 신임 김경문과 앞서 한화를 거쳐 간 김성근 모두 올드한 느낌의 감독이라는 평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재 가장 선진적인 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는 감독의 역할보다는 단장 중심의 프런트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감독은 선수단의 사기 진작, 부상자 관리 등 선수단 관리에 집중하는 매니저형 감독이 대세이며, 빌리 빈, 테오 엡스타인과 같이 전문적인 경영 지식과 야구 지식을 갖춘 단장들이 팀을 끌어나간다.
이러한 단장 중심의 프런트들은 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적인 차원에서 팀을 운영한다. 리빌딩 시기를 적절하게 판단하고, 다른 팀의 유망주들을 눈여겨보다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하는 등 팀에 크게 기여한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메이저리그 감독의 연봉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한화가 베테랑 감독으로 선회하기는 했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가장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이 올드 감독 중에서도 데이터를 중시하는 편이긴 했지만, 판단에 대한 전권은 감독이 가져야 한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성근은 프론트의 개입을 철저히 거부했고 단장과 격한 논쟁을 벌여왔다. 여러 번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김성근은 이를 끝내 거부하며 한화 프론트와 마찰을 일으켰고, 결국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한화를 마지막으로 감독 커리어를 마감했다.
김경문이 김성근같이 프론트를 배제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그 역시 레트로 감독이다. 데이터보다는 본인의 ‘감’을 따르는 것이 더 익숙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 관리나 전문 경영을 하는 프론트와 마찰을 얼마나 피해가느냐가 숙제가 될 수 있다. 만약, 김경문이 이런 흐름을 거부한다면 그 역시 얼마나 못가 무덤 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
NC 감독 시절 김경문 당시 한화의 김성근 감독과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가 떠난 자리에 김경문 감독이 부임했다. 그가 한화 이글스의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희생양'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에게는 이것이 마지막 경력이 될 수도 있다. 김경문 감독이 김성근을 뛰어넘는다면 그는 부활할 것요, 그렇지 못하다면 여기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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