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비난하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영국 대중지 더선은 14일 “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당시 선수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다고...[본문 중에서]
영국 대중지 더선은 14일 “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당시 선수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다고...[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여러 실망감을 안겨준 클린스만호가 요르단전을 앞두고 손흥민, 이강인 선수 간에 몸싸움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14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당시 선수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손흥민은 경기 전날 모두가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 팀 결속이라는 의미를 두고 있었는데, 이강인을 포함한 몇몇 어린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치고 먼저 탁구를 하러 가는 개인행동을 했다고 한다. 이에 손흥민이 이강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오갔고 격렬한 몸싸움이 일었다. 또한, 몇몇 고참들이 이강인을 선발에서 제외해 줄 것을 감독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팬들은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 0의 개연성에 대해 납득하는 모양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는 특정 선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동시에 이런 비극적인 결과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왕고손흥민 vs ‘유망주이강인. 세대 통합은 누구의 몫?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92년생)과 이강인(01년생)의 나이 차이는 9. 두 선수는 5060세대의 눈으로는 같은 MZ세대로 보이겠지만, 이들 또한 세대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없진 않다. ‘젊은 꼰대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도 사회 및 조직 생활을 통해 점점 기성세대에 대해 이해한다. 대표팀도 사람이 모인 조직인 이상 일반인이 직장에서 겪는 선·후임 간 갈등이 존재할 것이다.

두 선수의 성향 차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는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묻어 나온다. 손흥민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기량을 헌신하는 반면, 이강인은 본인의 뛰어난 재능으로 스스로 상황을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손흥민이 팀 동료를 잘 활용하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플레이를 주로 하는 것에 비해, 이강인은 뛰어난 드리블 능력을 활용하여 솔로 돌파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내일 있을 중요한 경기를 위해 팀의 결속을 중시했던 손흥민과 개인의 자유시간이 필요했던 이강인의 성향 차이가 이번 갈등에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손흥민과 이강인 이외에도 대표팀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서로 통합시켜 원팀으로 만드는 역할은 감독과 운영 코치진의 몫이다. 물론 의견 차이로 선수들끼리 불화를 일으켰던 사건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외국 감독이 주류가 되기 이전의 한국 대표팀은 선후배 사이의 쓸데없는 군기 문화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 대표팀의 최핵심 맴버이며 주장이자 유망주로서의 두 선수 사이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가 다음날 경기에 치명적이었다면 이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규율, 소통, 통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클린스만에게는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4강전 패배 후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일정을 보내는 대신 미국행을 택했던 클린스만은 이제 경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동안 보여온 무능함에 더해 선수 간 몸싸움 사태까지 알려지면서 더 이상 축협도 클린스만의 지위를 보장해 줄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15일 열린 국가대표 전력 강화위원회조차 클린스만 감독의 해임을 결정, 이제 정몽규 회장의 결단만 남은 상태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클린스만은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 때문에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선수들에게 패전의 책임을 돌렸다.

이번 사태는 클린스만에게는 자충수나 다름없는데,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형 감독이라는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를 긍정적으로 봤던 사람들은 그가 전략, 전술에 능하기보다는 운영과 지도력, 팀워크 등의 무형자산에는 강점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었다. 한 매체에 의하면 클린스만이 다투고 있던 두 선수의 상황을 알고도 별다른 만류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엔 무형의 능력마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고 본인이 보호해야 할 선수들을 뒤로한 채 그 책임을 돌림으로써 이를 지켜본 팬들의 여론은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대한축구협회, 감독 경질 회의. 이제껏 뭐 하다가?


대한축구협회(KFA)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클린스만의 선임 과정 때부터 투명하지 않은 절차로 많은 비판을 받아오던 축협은 감독을 향해 계속되는 대중의 눈초리에도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4강전 패전 이후 클린스만이 다시 미국으로 출국할 때도 통상적인 유감만 표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보도되자마자 이례적으로 조속히 시인하고 감독 해임 절차를 진행했다. 원래 이런 자극적인 내용은 설상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선수 보호 차원에서 언론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관례로 알려져 있다. 축협은 사실상 선수단을 방치했다. 이에 축협이 아시안컵 부진의 책임을 선수단과 감독에게 분산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의문을 가지는 누리꾼이 많아졌다.


흥행한 아시안컵, 부담스러운 관심


이번 아시안컵 시청률은 8강 호주전 기준 합산 시청률(전국 가구 기준)22.2%, 특히 tvN SPORTS 시청률은 10.2%로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4강 요르단전도 7.255%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역대 최강의 선수단이라고 평가받는 선수단 구성으로 이번에야말로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기대해 볼 만했다. 그만큼 팬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전력으로는 아무리 못해도 결승까진 가겠지하는 심리가 기본으로 깔려있었다. 우승해도 당연한 것, 지면 본전도 못 찾는 엄청난 부담감이 있는 대회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경기는 순탄치 않았다. 쉬운 상대라고 생각했던 팀에게도 로테이션을 돌릴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16, 8강은 연속으로 연장전 혈투 끝에 4강에 진출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선수들도 있었다. 체력적으로 모두 지쳤고 이를 추려 팀을 이끌어야 할 감독은 부재 상태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팬들의 엄청난 기대감은 오히려 팀에 악영향을 주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손흥민은 외로이 대표팀 주장으로서 갖은 악재를 극복하고 팀의 정신력이나마 다져야 할 책임감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갈등의 발단이 된 이강인의 식사 후 탁구 한게임또한 과도한 압박감 속에서 본인만의 페이스와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그 당시의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는 제삼자의 눈으로는 이강인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통제되지 않은 긴장 상태에서 사람은 약간의 불씨만 튀어도 싸움이 일어나기 쉽다. 두 선수 간의 갈등에는 이들을 향한 관중의 지나친 기대와 관심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걸음 물러서야 할 때


이번 사태 후 여론은 특정인에 대한 비난으로 연일 들끓고 있다. 문제에 대한 요인 분석과 앞으로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건강한 비판은 논란을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러나 자칫 사태에 대한 관심이 너무 격해져서 비난 일색이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선수들은 아시안컵 내내 최전방에서 부담을 받아왔다. 이제 경기장은 닫았다. 누구 한 사람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지나친 관심과 기대가 또 다른 공포가 되고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나 주는 것은 이제 이 사태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책임이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