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 사극 ‘고려거란전쟁’이 마지막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역사 왜곡에 지지부진한 전개, 빈약한 전투신 등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최종회에서 스펙터클한 전쟁을 그리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다.
10일 오후 방송한 ‘고려거란전쟁’ 32회는 현종의 기지로 개경에 고려군이 많다고 착각한 거란군이 퇴각하던 중 귀주에서 섬멸되는 귀주대첩을 그렸다.
강감찬을 상원수로 하는 고려군은 이날 ‘고려거란전쟁’에서 20년 넘는 세월 세 차례나 고려를 침략한 거란군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고려거란전쟁’ 32회의 전투 신은 박진감이 넘쳤다. 그간 너무 소규모라는 시청자들 지적을 의식한 듯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장대한 느낌을 줬다. “한 놈도 살아서 압록강을 건너지 못하게 하라”는 강감찬의 외침이 울림을 줬고 병사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넣어 입체감도 살렸다.
웅장한 스케일로 귀주대첩을 묘사한 ‘고려거란전쟁’은 지난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강감찬 역 최수종)을 비롯해 주요 상을 휩쓸 만큼 주목받았다. 첫 회부터 흥화진까지 밀려든 거란군과 싸우는 양규의 대활약을 그려 단번에 명품 사극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고려거란전쟁’은 2차 거란전 이후 전개가 느려지며 지탄도 많이 받았다. 현종이 몽진 중 마주한 김씨 부인을 궁으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궁중 암투, 재상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 싸움이 너무 길어졌다. 아예 제목을 ‘고려궐안전쟁’으로 바꾸자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10%대를 달리던 시청률은 한때 7%대로 곤두박질했다.
역사 왜곡 논란도 일었다. 현종을 지나치게 암군으로 묘사한 점, 호족 중심의 지방 정치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진 점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귀주대첩을 앞둔 상황에서 김훈·최질의 난에 4회나 할애한 점, 가상 인물 박진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고려거란전쟁’은 마지막 4회(29~32회)에서 초심을 찾았다는 게 시청자들 평가다. 제작진은 김훈·최질의 난이 평정된 직후 거란 사신이 찾아와 현종의 친조 이행 의지를 묻는 장면을 내보내고 곧바로 3차 고려거란전쟁 이야기에 돌입했다. 방송 마지막 주인 31~32회에서는 귀주대첩에 집중하면서 초반 몰입감을 되찾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고려거란전쟁’은 사극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역사 왜곡 외에도 원작자와 갈등 등 논란이 꽤 많은 작품인 건 맞다”면서도 “스펙터클한 전투와 초심을 찾은 후반부 연출, 배우들의 연기 투혼으로 최종회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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