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다양화 vs 전통가치 보존 의견 대립

지난 7월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발표한 주세법 개정안의 여진이 막걸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간 막걸리 시장에서 손해를 본다고 여기는 대형 업체들이 웃는 반면, 세금 감면 혜택을 많이 본 영세 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향료나 색소를 사용한 막걸리를 기타주류로 분류하던 기존 정첵이다. 향료나 색소를 넣은 기타주류 제품은 용기나 이름 등에 막걸리란 명칭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국순당 쌀 바밤바밤의 경우 누가 봐도 막걸리를 연상케 하지만 직접적인 언급 없이 조그맣게 ‘ㅁㄱㄹ’라고 표기했다.

국순당 쌀 바밤바밤 [사진=국순당]
국순당 쌀 바밤바밤 [사진=국순당]

전통주 막걸리의 경우 주세법에 따라 세금 지원까지 받는다. 지원폭이 최대 7배 정도 차이가 나 전문적으로 막걸리만 만드는 영세업체의 경우 큰 도움이 된다. 이에 가수 성시경도 직접 경탁주라는 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막걸리는 대형 기업보다는 영세 업체에게 더 많은 이익이 남는 주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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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재부의 개정안으로 향료와 색소를 넣은 제품도 막걸리로 불리게 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세금 감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을 갖고 있고 유통망도 다각화된 대형 업체들은 개정안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한 대형 업체 관계자는 “그간 주세법이 우리에게 크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다”며 “영세 업체 보호와 상생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세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평생막걸리와 보늬달밤 [사진=지평주조 제공]
지평생막걸리와 보늬달밤 [사진=지평주조 제공]

최근 지평주조, 국순당, 서울장수 등 대형 업체들은 해외에서 뜨는 막걸리의 인기에 정통 막걸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향을 첨가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와 협업한 ‘막사(막걸리+사이다)’ 조합을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영세 업체들은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한 영세 업자는 “지금도 막걸리 시장은 대형 업체가 80% 이상 독점하는 상태다”며 “그나마 버티고 있는데 대형 업체를 위한 개정안이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막걸리 고유의 전통이 파괴될 것이다”고 토로했다.

영세 업체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기재부 국감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저품질 술을 양산해서 수출 물량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수준 높은 명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세법 개정안 철회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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