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도 비겨봤던 동남아 깡패 태국, 박항서 잇는 김상식 매직? 태극기 휘날렸다!

장을 늦추지 않은 베트남은 골키퍼 띠응 쭈에우의 두 차례 선방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태국이 후반 37분 만회골을 넣으며 마지막 추격을 시도했지만, 베트남의 조직적인 수비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결국 이 경기는 현대 축구에서 '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본문 중에서]
장을 늦추지 않은 베트남은 골키퍼 띠응 쭈에우의 두 차례 선방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태국이 후반 37분 만회골을 넣으며 마지막 추격을 시도했지만, 베트남의 조직적인 수비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결국 이 경기는 현대 축구에서 '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본문 중에서]

베트남의 축구장이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2024 AFF 챔피언십 결승 1차전에서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의 태국을 2-1로 제압하며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이날 경기는 2일 밤(한국시간) 베트남 비엣찌 스타디움에서 열렸으며,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 응우옌 쑤언 손의 멀티골이 결정적이었다. 태국은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베트남의 빠른 역습과 골 결정력 앞에 무너졌다.

AFF 챔피언십은 동남아 축구팬들에게 단순한 대회를 넘어 국가적 자존심과 열정을 결집시키는 무대다. 비록 수준이 낮다고 평가되고 FIFA 랭킹도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하면 높지 않으나, 축구에 대한 국민적 열광은 누구보다 강렬하다. 베트남의 경기장에는 국가적 축제로 자리 잡은 이 대회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날 관중석에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까지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며 국민적 관심을 드러냈다. 축구는 그저 스포츠가 아니라 이 지역의 단결과 희망을 상징한다. 태국발 제주항공 참사가 가져온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우승 의지를 내보이는 김 감독과 일본 출신 이시이 태국 감독의 대리 한일전도 관심이 뜨겁다.

이번 결승 1차전의 승리로 베트남은 5일 방콕에서 열릴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김상식 감독의 지휘 아래, 베트남이 박항서 감독 이후 다시 한번 동남아 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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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가 말하는 1차전의 진실, 64% 점유율 무색한 태국, 베트남의 2골이 더 강했다!


이번 결승 1차전은 수치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국이 기록한 64%의 점유율은 경기를 지배한 듯 보이지만, 결과는 베트남의 2-1 승리. 축구가 단순히 공을 더 오래 소유하는 게임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경기였다. 베트남은 36%의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더 날카로운 공격으로 승리를 따냈다. 21개의 슈팅 중 9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문을 두 차례나 흔들었다. 반면 태국은 13개의 슈팅 시도 중 단 3개만이 유효슈팅이었다. 수비적인 팀이 오히려 더 많은 슈팅을 기록한 역설적인 경기였다.

기대득점(xG) 수치는 이 경기의 본질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준다. 베트남의 기대득점은 2.03으로, 태국의 0.62를 압도했다. 이는 베트남이 만들어낸 찬스의 질이 월등히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응우옌 쑤언 손의 선제골이 대표적이다. 후반 14, 반 탄의 정교한 크로스가 쑤언 손의 머리에 정확히 연결되며 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두 번째 골 역시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탈취한 쑤언 손의 단독 드리블로 이어진 완벽한 역습이었다.

태국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472개의 패스를 시도해 395개를 성공시켰다. 83.7%라는 놀라운 패스 성공률이다. 하지만 이는 '무의미한 점유'에 그쳤다. 베트남의 패스 성공률은 72.1%로 낮았지만, 26회의 페널티 박스 터치를 기록하며 태국(23)보다 더 많은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어냈다. 수비 숫자에서도 베트남이 압도했다. 25개의 태클과 7회의 인터셉션으로 태국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은 베트남은 골키퍼 띠응 쭈에우의 두 차례 선방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태국이 후반 37분 만회골을 넣으며 마지막 추격을 시도했지만, 베트남의 조직적인 수비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결국 이 경기는 현대 축구에서 '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가 되었다. 점유율이라는 허상을 뚫고 나온 베트남의 '실전 축구'가 빛난 순간이었다.


동남아의 월드컵이라고? 대단한 열기와 의식(儀式), 축구가 만드는 동남아의 정체성


FIFA 공식 대회 명칭은 'ASEAN Football Federation Championship'. 줄여서 'AFF 챔피언십'이다. 동남아시아 축구연맹(AFF) 소속 10개국이 2년마다 겨루는 대회다. 1996년에 시작해 이제 14회를 맞은 이 대회는 동남아시아 축구의 정점이자, 축구를 통한 지역 통합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에게 AFF 챔피언십은 월드컵보다 더 가깝고 열정적인 축제의 장이다.

스탠드의 열기는 가히 유럽 챔피언스리그 못지않다. 베트남의 경우 2018년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시절 결승전 시청률이 20%를 훌쩍 넘어섰다. 인도네시아 127, 말레이시아 132, 싱가포르 160... FIFA 랭킹이 말해주는 동남아 축구의 현주소가 무색할 만큼,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기장은 언제나 관중으로 가득 찬다. 우승은 올림픽 메달에 비견될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심지어 태국과 베트남의 선수단 평균 연봉은 K리그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관중 수나 중계권 수익은 K리그1을 압도한다.

AFF 챔피언십의 가치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선다. 경제적으로는 아시아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지만, 축구만큼은 아직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참으로 어려운 그들에게 'AFF 챔피언십'은 유일한 축구의 기쁨이다. FIFA 랭킹이 무색하게도 AFF 챔피언십만큼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축제가 된다.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나 다름없다.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각국의 경기는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베트남이 박항서 감독 시절 우승했을 때는 하노이 거리가 발 디딜 틈 없이 환호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슬람교도가 많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의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전 '알라의 가호'를 비는 의식이 펼쳐지기도 한다. 축구가 동남아시아의 공통 언어이자 문화가 된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월드컵 본선에 자주 가보지는 못하지만, 이들만의 '월드컵'이 있다. 이것이 AFF 챔피언십이 특별한 이유다.


전투 코끼리의 굴욕, 통산 7회 우승 태국, 일본식 점유율 축구로 재기할 수 있을까?


태국 축구 대표팀, '전투의 코끼리들'AFF 챔피언십 통산 7회 우승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마치 아시아에서의 한국과 일본처럼 특별했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 축구의 판도 변화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 부임 이후 시도하고 있는 일본식 점유율 축구로의 변화는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이다. 1차전에서 기록한 64%의 점유율은 이들의 전술적 색깔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태국의 플레이 스타일은 정교한 패스 게임에 기반한다. 472개의 패스 시도 중 395개를 성공시키며 83.7%의 성공률을 기록한 1차전은 이들의 전형적인 경기 운영이었다. 특히 미드필더 사라치 수빠차이는 공 배급과 경기 조율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문제는 창의적인 공격 전개와 결정력이다. 13개의 슈팅 중 단 3개만이 유효슈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태국의 주력 선수진은 인상적이다. 수비진의 중심축인 티어라톤 분마탄은 빌드업의 시작점이자 수비의 핵심이다. 미드필더라인에서는 보르딘 프라라와 티티판이 중원을 장악한다. 최전방에서는 EPL 유망주 출신 벤 데이비스와 베테랑 스트라이커 테라실 당다가 투톱을 이룬다. 벤 데이비스는 1차전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테라실은 후반 37분 만회골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러한 전력은 분명 AFF 챔피언십 최강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베트남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1차전 패배로 위기에 몰린 태국이지만, 5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시이 감독의 점유율 축구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아니면 '전투의 코끼리들'이 과거의 영광을 잃고 있는 것인지, 그 해답이 곧 나올 것이다.


'한국식 축구'로 무장한 베트남, 박항서에서 김상식으로, 역습의 칼날이 더 날카로워졌다!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감독 시절부터 이어온 빠른 역습과 조직적인 수비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김상식 감독 부임 이후 '한국식 축구의 이식'을 목표로 내세웠고, 1차전은 그 진화의 결정체였다. 36%의 점유율 속에서도 21개의 슈팅을 때려내며 2-1 승리를 거둔 것은 실리축구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응우옌 쑤언 손의 멀티골은 베트남 축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화했는지 증명했다.

베트남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공수 전환이다. 25개의 태클과 7회의 인터셉션이라는 수치는 이들의 적극적인 수비 압박을 보여준다. 수비진의 조직력은 박항서 시절부터 이어온 전통이지만, 김상식 감독 체제에서는 여기에 더해 빠른 역습의 정확도가 한층 높아졌다. 26회의 페널티박스 터치는 수비적인 팀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공격성을 보여준다.

주전 라인업의 면면도 눈부시다. 골키퍼 띠응 쭈에우는 1차전에서 두 차례 슈퍼세이브를 선보이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수비의 중심에는 도 두이 마인과 쯔엉이 버티고 있다. 중원의 사령관 응우옌 꽝하이는 이번 대회에서만 3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지휘하고 있다. 최전방의 응우옌 쑤언 손은 브라질 출신의 귀화 선수로, 이번 1차전에서 보여준 멀티골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비엣찌 스타디움에서의 승리로 기세를 탄 베트남은 이제 방콕 원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박항서 감독 시절 일궈낸 우승의 영광을 김상식 감독과 함께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차전에서 보여준 실리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축구가 2차전에서도 통할 수 있다면, 베트남은 동남아 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식 vs 이시이 마사타다, 동남아에서 펼쳐진 대리 한일전, 새해 벽두 승자는 누구?


이번 AFF 챔피언십 결승은 동남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싸움을 넘어섰다. 김상식 감독과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의 맞대결은 한국과 일본의 축구 철학이 동남아시아에서 충돌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상식화'라는 조롱을 받으며 K리그 전북 현대모터스에서 성적 부진으로 떠나야 했던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에서 이룬 성과는 "2의 쌀딩크"로 불릴만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임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26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2차에서 한 급수 낮은 국가로 여겼던, 신태용의 인도네시아에 참패한 것이 충격이 컸다. 김상식 감독을 후임으로 뽑은 것에는 그러한 팬들의 열망이 녹아 있다. K팝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감독의 성공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반면 태국의 이시이 감독 영입은 일본식 축구를 통한 변화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베트남의 열광적인 응원은 김상식 감독의 도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1차전을 포함한 AFF컵 경기에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베트남 팬들은 베트남 국기와 더불어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과 베트남이 하나 된 모습을 연출했다. 한때 월남전의 상처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 두 국가지만, 같은 유교 문화권이자 한자문화권인 양국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는 이런 스포츠 교류로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보자면 베트남이 태국에 비해 전력상 우위를 점하지는 못해도 분위기는 압도적이다. 5일 방콕 원정은 베트남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박항서 매직을 추억하는 팬들의 열기는 지역과 국경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술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갖지 못하는 이상, 태국에게는 베트남의 높은 사기를 꺾을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 박항서 시절 육성해 놓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베트남. 그때의 투자도 52차전에서 큰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가 여러 이슈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김상식 감독의 승리는 베트남을 넘어 국내 팬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주는 소식이 되었다. 2차전을 잘 마무리하여 새해 첫 우승컵과 필드 위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스타트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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