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박탈해 놓고도 제 발등 찍은 선운위. 위원장은 자격 無, 법원은 김 회장 요구 인정

지난해 파리 올림픽은 김택규 체제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며 믹스트존에서 협회의 부조리에 대해 폭로를...[본문 중에서]
지난해 파리 올림픽은 김택규 체제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며 믹스트존에서 협회의 부조리에 대해 폭로를...[본문 중에서]

체육계 선거 이슈가 화제인 현재,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가 사상 초유의 혼돈에 빠졌다. 서울동부지법 제21민사부는 지난 15일, "김택규 현 회장에 대하여 한 협회의 제32대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의 치명적인 하자 때문에 16일로 예정됐던 회장 선거를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선거운영위는 제32대 협회 선거위원장 오재길의 명의로 후보 등록 마감일인 지난 8일,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협회 선거규정 제15조(후보자 등록) 규정에 따라 김택규 후보의 후보자 결격사유를 심사, 동 규정 제13조(후보자의 자격), 협회 정관 제26조(임원의 결격사유) 등에 따라 후보자 등록 결정을 무효로 하고, 배드민턴협회 회장 후보에서 결격한다’고 공고했다.

이에 반발한 김 회장은 지난 9일, 서울동부지법에 △협회의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무효 결정 효력 정지 △후보자 자격 임시 인정 △자신을 제외한 선거 절차 진행 금지 등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법원은 이중, ‘자신을 제외한 선거 절차 진행 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요청을 인용했다. 따라서 김택규 회장은 이번 제32대 회장 선거의 후보자 자격이 부활했고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법원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에는 선거운영위원회의 위원 구성 자격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협회 측은 15일, 홈페이지에 회장 선거 잠정 연기 공고문을 올렸고 추후 일정은 ‘미정’으로 공지되었다. 현재 협회 선거 후보는 최승탁 전 대구배드민턴협회장, 전경훈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 올림픽 금메달 선수 출신 김동문 원광대 스포츠과학부 교수가 등록되어 있다. 체육계 선거에서 가처분 신청 퍼레이드가 이어지는 지금, 배드민턴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금과 같은 상황에 도달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운명의 체육계 수장 선거의 계절, 난무한 가처분 신청 퍼레이드, 중앙선관위 위탁론도 솔솔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안세영의 폭로로 촉발된 문체부 감사와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이 되었던 대한축구협회, 대한체육회, 대한배드민턴협회. 이 세 곳의 선거는 원래대로라면 각각 지난 8일, 14일, 16일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거 공정성 논란 등으로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 난무했고 가처분의 기각 및 유승민 회장의 당선으로 귀결된 대한체육회 선거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의 선거는 가처분 신청의 인용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가처분 신청 퍼레이드의 결과를 제일 먼저 맞이했던 것은 대한축구협회였다. 선거를 앞두고 허정무 후보가 "현재 진행되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관리가 매우 심각하다"며 제기한 선거 중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4선 도전에 나선 정몽규 현 회장은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천안 축구종합센터 완성을 위해 50억 기부 의사를 밝히는 등 막판 세 과시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협회는 선거 일자를 다시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선거운영위원회는 전원 사퇴했고, 신문선 후보가 주장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위탁을 문의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러나 선거 일정은 아직도 ‘미정’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8일, 중앙선관위에 축구협회장 선거 관리를 위탁 진행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리 업무 진행으로 일정상 임의 위탁 선거 관리가 어렵다’는 답변을 보냈다.

두 번째 가처분 신청 퍼레이드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나왔다. 선거 직전, 강신욱 후보를 비롯해 체육계 인사들의 요청으로 법원에 선거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었고 선거는 일정대로 진행되었다. 이기흥 전 회장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선거였지만, 극적인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14일 실시된 선거에서 유승민 후보가 417표를 얻어 이기흥 회장(379표)을 38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2,244명의 선거인단 중 1,209명이 투표에 참여해 53.9%의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강태선 후보는 216표, 강신욱 후보는 120표, 오주영 후보는 59표, 김용주 후보는 15표를 얻었다.

가처분 퍼레이드가 일어나고 있는 세 곳 중, 일정상 가장 마지막이었던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는 위의 두 선거와는 양상이 좀 달랐다. 축구협회와 체육회가 현 회장의 연임과 그것을 저지하려던 야권 후보에 의해 주로 가처분 공방이 발발되었다면, 배드민턴협회는 협회 내부와 현 회장 사이에서 다툼이었으며, 오히려 회장 측에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 차이점이다.

보통 체육 관련 협회의 선거는 회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연임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컸다. 그렇기에 관련한 의혹과 논란은 반회장 연대나 단일화를 거론하는 야권 후보 사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택규는 회장 자격으로서 연임에 도전했다. 앞의 두 곳의 사례를 보건대 유리할 법도 했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김택규는 회장 신분으로 가처분을 신청했을 정도로 후보 박탈까지 몰렸던 것인가?


24 파리 올림픽 안세영의 폭로로 촉발된 체육계 개혁 목소리, 그 중심에 있던 김택규 회장


김택규 회장의 시작은 화려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역사상 처음으로 동호인 출신 회장이었던 그는, 2021년 1월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선거에서 선수 출신의 두 명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생활체육의 성장, 1957년 협회 창립 이후 첫 경선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183표 중 104표를 얻은 그의 승리는 이후 발생한 여러 논란과 의혹으로 퇴색됐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은 김택규 체제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며 믹스트존에서 협회의 부조리에 대해 폭로를 시작했다. 이후 협회의 각종 비리와 부실 행정이 연이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공금 횡령 및 배임, 보조금법 위반 등이 확인됐고, 김택규 회장에 대한 해임 권고까지 이어졌다.

종국에 이러한 논란은 대한민국 체육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로 향했고 이기흥 전 회장의 입지도 크게 축소시켰다. 그동안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한국 체육계가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에는 안세영의 폭로가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체육회장, 축구협회장, 배드민턴협회장은 지난해 9월 24일, 국회에서 시작된 문체위 현안질의 및 이후 10월까지 이어진 국정감사에 줄줄이 불려 나와 여야 단합된 의원들의 모진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김택규 회장의 대응은 더욱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주었고, 급기야 대한민국 종목 협회의 회장 자격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택규는 제32대 회장 선거 출마를 강행했다. 이에 협회 선거운영위원회는 지난 8일 공고를 통해 "공금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입건되었고, 보조금법 위반으로 협회에 환수금 처분을 받게 하고, 문체부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그의 후보 등록을 무효화시켰다. 당시만 해도 이는 문체부 감사와 국감, 팬들에게 모진 질타를 받았던 협회의 자정 작용으로 보였다.


어처구니없는 선운위 구성, 제 발 찍은 협회, 1500만원 날린 법률 자문, 운영 능력 실화냐?


김택규 회장 문제는 그동안 밝혀진 것들이 많아 그렇다 쳐도 배드민턴협회의 이번 가처분 인용 사태는 ‘협회가 과연 한국 배드민턴을 이끌어 나갈 능력이 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점이 들 수밖에 없다. 협회가 진짜로 김택규 회장의 자질을 문제 삼아 현 회장의 후보 자격을 박탈할 정도로 전례 없는 조처를 할 것이었다면, 선운위가 떳떳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법원이 김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이유를 좀 더 분석해 보면 협회 행정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에 공지된 [회장선거규정]에는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데, 그중 이번 가처분 인용의 발단이 된 <제4조> 2항은 명확하다. "정당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협회 조사 결과, 오재길 위원장은 2011년 12월부터 지난 9일까지 모 정당의 당원이었다. 여기에 같은 정당원이 확인된 A 위원까지 협회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2명에 대해 해촉을 통보했고, C 위원도 정당인임이 확인되어 자진 사퇴서를 냈다.

법원의 판단은 이 같은 규정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오 위원장과 A, B 위원 등은 선거위가 구성된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정당원이었으므로 선거위원으로 될 수 없는 사람이 포함되어 구성된 하자가 있다"면서 "이 같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그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회장선거규정 동조 3항은 ‘위원회 위원은 이사회의 동의를 받아 회장이 위촉한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동조 4항에 의해 2항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위원에 대해서 회장은 해촉할 수 있다. 또한 동조 5항, ‘위원회의 위원 재적수가 7명 미만이 되면, 3항에 따라 위원을 보선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의거, 선운위를 재구성한 후에야 선거를 재개할 수 있다. 이것이 법원이 선거 중지를 직접 명하지 않았음에도 선거가 잠정 연기된 이유이다.

즉, 선운위원장부터가 애초에 자격이 없었고, 자격이 없는 위원들이 오히려 김택규의 자격을 문제 삼아 후보 등록을 무효화했다는 점이다. 자격이 없으니 결정할 권한도 없는 것이다. 규정에 명확히 나와 있는 이들의 선임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있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본인들이 정해놓은 규정, 그것도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는 점에서 이들을 추천한 이사회를 포함, 협회의 자체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협회 정관]에는 임원의 결격사유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12호에는 "사회적 물의, 체육회와 체육회 관계단체로부터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유사 행위 등 그 밖의 적당하지 않은 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회장선거규정] <제13조>는 ‘협회 정관 <제26조>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후보자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택규 회장은 공금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입건되었고, 보조금법 위반으로 협회에 환수금 처분을 받게 했으며, 문체부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은 상태다. 즉, 선운위 구성이 원래대로 규정상 하자 없이 이루어졌다면, 김택규 회장의 후보 박탈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애초에 그 구성이 무효가 될 상황에서 당연히 법원은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놀라운 일은 이런 명백한 근거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1500만원을 들여 대형 로펌의 법률 자문을 받았음에도 패소했다. 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조직의 기본적인 행정 능력마저 의심케 하는 중대한 과오다. 결과적으로 협회는 패소하면서 소송 비용까지 떠안게 됐고 이것 또한 추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큰 사항이다. 결국, 협회가 보여준 여러 가지 무능이 많은 논란으로 인해 당선 여부가 불확실했던 김택규 회장의 후보자 자격을 부활시키고 법적 정당성까지 부여한 것이다.


안세영이 아직도 침묵하는 이유? 이용대 도핑 사건에서 드러난 협회의 무능 행정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부조리를 폭로한 안세영은 최근 인도오픈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14위, 태국의 라차녹 인타논 선수를 꺾고 8강에 진출하면서 여전히 여자배드민턴 최강 실력을 뽐내고 있다. 문체부는 감사를 통해 작년 12월 30일, 협회 측에 무려 25개의 시정 요구를 조치했다. 협회는 이중 상당수를 이행 완료했고 개선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작년 국감, 그리고 그 이후에도 안세영은 포상식에도 불참했고 기자회견에서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비난의 화살은 김택규 회장에서 쏠렸지만, 이번 사태로 드러난 배드민턴협회의 문제는 회장만의 책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회장을 제외하고도 배드민턴협회 그동안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것은 조직 자체가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 선수, 그리고 그 복식 파트너인 김기정 선수는 2014년, 도핑테스트 고의 회피 의혹으로 인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선수들의 잘못이 아닌, 배드민턴협회가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선수들은 3번의 도핑테스트를 모두 받지 못해 징계에 처했는데, 협회는 첫 테스트였던 2013년 3월, 이용대의 위치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불시 조사에 응하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테스트였던 11월에는 이용대가 전주에서 경기 중이었는데도 협회는 선수가 태릉에 있다고 보고해 ‘도핑 불응’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이용대가 위치 추적도 불가능할 만큼 무명 선수도 아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혼합 복심 금메달), 2012 런던 올림픽(남자 복식 동메달), 2014 인천 아시안 게임(단체전 금메달) 메달리스트로 한국의 간판선수였으며, 당연히 협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하는 선수였다. 개인 휴식 중이었던 것도 아니었고, 경기 중인 관리 선수의 위치조차 확인하지 못한 협회의 무능한 행정으로 인해 약물을 하지 않았음에도 도핑 징계에 걸리는 난감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당시 회장은 김택규가 아니었다.


임원들의 각종 논란, 유명무실한 대응, 총체적 문제 쌓인 협회, 요구한 개혁은 언제?


협회에는 40명에 달하는 임원진이 포진해 있다. 이는 예산이 몇 배에 이르는 대한축구협회의 임원단보다도 많은 숫자다. 그러나 이들의 기부금은 '0원'이다. 협회의 재정 자립도는 46.73%(2023년 기준)로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협회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선수단 홀대 논란도 있다. 2018년 5월 호주 대회 당시 협회 임원진 5명은 모두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다가 '전력상 우승이 어렵다'는 황당한 이유로 전원 조기 귀국했다. 그러나 임원진이 모두 귀국한 다음, 대표팀은 네 시간여의 혈투 끝에 중국을 꺾고 14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결국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던 임원 중 누구도 협회 선수의 국제 대회 우승 장면을 보지 못했다.

비행깃값 논란도 있었다. 같은 해 7월에 중국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 대회에는 선수 6명이 출전했는데 임원이 8명이 따라갔다. 그런데 감독과 선수는 이코노미석을, 임원진은 전원 비즈니스석을 이용해서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6년 뒤, ‘안세영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 거부 논란’으로 재발하였다.

의무위원회 구성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를 책임져야 할 의무위원회에는 스포츠 의학과는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치과의사가 3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안세영 선수가 무릎 부상으로 고통받을 때도 의무위원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선수들에게는 군대보다 더한 의무 규정을 강요했다. "선수촌 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군인의 경우도 '상관의 직무상 명령'으로 한정하는 것과 비교해도 과도한 규정이었다. 안세영이 제기한 '선배의 라켓 줄 교체나 방 청소, 빨래 등을 대신하는 악습'에 대해 협회는 '오래된 관습'이라며 외면했다.

결론적으로 체육 행정을 대하는 협회의 이 같은 무관심과 세심하지 못한 조치가 이어져 선운위 구성에서도 스스로 흠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누구에게만 책임을 묻기에는 개선해야 할 문제가 전반적이고도 깊다.


개선 노력은 긍정적, 스스로 관심받을 일 말고 능동적인 개선이 필요. 건강한 협회 응원


체육계 선거에서 벌어지는 가열된 법정 공방, 가처분 신청 퍼레이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시각을 매몰차고 답답하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체육계 리더는 대한민국의 스포츠 발전과 국격, 그리고 현장에서 고생하는 선수들과 지도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논란의 스포츠 협회들이 공교롭게도 올 1월 한 달간 비슷한 시기에 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그들이 보여주는 행보에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드민턴은 한국에서 확고한 관심을 받는 종목은 아니다. 생활체육에서의 인기와는 반대로 프로 세계에서는 아직 미약한 부분이 많다.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자본이 몰리는 종목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운영과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안세영의 폭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팬들이 배드민턴협회의 존재에 관심이 없거나 김택규 회장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오늘날의 과한 관심의 배경은 비단 안세영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협회가 본의 아니게 자꾸만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조직 스스로 그 능력과 행보에 대해 돌아봐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를 ‘개선 중’에 있다는 협회의 의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개혁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사건이 터질 때까지 방치하거나, 어느 특정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적인 관점에서 기존에 밝혀진 것 이외에도 협회가 더 많은 부분을 스스로 찾아서 능동적으로 개선해야 할 교훈이 명확해지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일로만 회장 이하 협회 전체가 팬들의 관심을 받는 미래가 열리기를 고대하는 바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