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부정선거 화두인데, 법원 '절차적 위법', 선거인단 구성-투표권 제한 '쌍둥이 논란'

허정무 후보는 지난달 30일 "현재 진행되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관리가 매우 심각하다"며 선거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본문 중에서]
허정무 후보는 지난달 30일 "현재 진행되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관리가 매우 심각하다"며 선거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본문 중에서]

한국 체육계의 선거를 두고 벌어지는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허정무 후보는 지난달 30일 "현재 진행되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관리가 매우 심각하다"며 선거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4선 도전에 나선 정몽규 현 회장은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천안 축구종합센터 완성을 위해 50억 기부 의사를 밝히며 막판 세 과시에 나섰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선거는 중단됐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는 9일, 선거 일정을 다시 발표했다. 오는 23일 선거를 실시하기로 하고, 12일 선거인단 재추첨, 16일, 선거인 명부 확정 등의 일정을 공개했다. 그러나 허정무, 신문선 후보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가처분 결정 이후 공개된 선거운영위원 명단에는 정몽규 후보 측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두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을 요구하며 23일 선거 강행 시 두 번째 가처분 신청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14일로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흔들리고 있다. 강신욱 후보와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을 포함한 11명의 대의원이 각각 선거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선거인단 2,244명 중 상당수가 부적격자라는 의혹과 함께, 150분이라는 제한된 투표 시간이 쟁점이 되고 있다. 다만 체육회 선거는 축구협회와 달리 중앙선관위에 위탁 운영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서울동부지법은 10일 오후 3시 심문기일을 열고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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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지적한 '절차적 위법'의 실체... "공정성 현저히 침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가 축구협회장 선거에 대해 내린 '중대한 절차적 위법' 판단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의 불투명성이다. 위원 명단을 비공개로 한 것은 물론, 외부위원이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 준수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가처분 결정 이후 뒤늦게 공개된 명단에서는 정몽규 전 회장의 4연임 도전을 승인한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과 현대산업개발 수임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선거관리 주체의 중립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둘째, 선거인단 구성 과정의 하자다. 규정상 194명이어야 할 선거인단이 173명으로 축소됐는데, 제외된 21명 중 17명이 선수, 1명이 감독이었다는 점에서 의도성이 의심된다. 법원은 특히 "3인이 후보로 출마한 상황에서 배제된 21명의 투표수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 진출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는 민사집행법 제300조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셋째, 절차적 정당성의 결여다. 선거인단 추첨 과정에서 예비후보자의 대리인이나 중립적 제3자의 참여가 없었다는 점, 선거관리 규정상 '선거인단 추첨 전 개인정보 수집 동의'가 필요한데 '선 추첨, 후 동의' 방식을 택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특히 법원은 "위원들이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선거인단 추첨의 공정성·투명성을 보장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식적 절차 이행만으로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응답하여 선거운영위원회는 구체적인 보완 계획을 내놓았다. 선거인단 추첨은 선거운영위원 입회하에 전문 외부 업체의 검증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각 후보자 측 대리인의 참관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3배수의 예비 명단을 작성해 순차적으로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선거인단 숫자 손실을 방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위원 명단과 경력도 후보자들에게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허정무, 신문선 후보는 이러한 보완 계획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처분이 인용될 정도로 불공정, 위법했던 선거 과정에 대해 협회 선거운영위원들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단순한 절차 보완이 아닌 선거관리 주체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두 후보 모두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존 선거운영위에 대한 불신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육회 선거의 위험한 징후들... 중앙선관위도 막지 못한 '절차적 논란'


축구협회장 선거 중단 사태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등 11명의 대의원이 7일 선거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8일에는 강신욱 후보도 별도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체육회 선거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와 유사한 절차적 하자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쟁점은 선거인단 구성의 적법성이다. 강신욱 후보에 따르면 2,244명의 선거인단 중 상당수가 부적격자로 드러났다. 임원 및 대의원 834명은 문자 메시지로 개인정보 동의를 받았지만, 선수와 지도자, 심판 등 1,410명은 단순히 경기인등록시스템만 확인했을 뿐 별도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선거인단에 사망자와 비체육인, 심지어 군 입대자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강 후보의 주장이다. 이는 축구협회의 '선 추첨, 후 동의' 방식보다 더 심각한 절차적 하자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논란은 투표 시간 제한이다. 체육회는 2,244명의 선거인단에게 단 150분의 투표 시간을 배정했다. 이는 173명의 선거인단에게 4시간을 준 축구협회나, 같은 날 진행된 유도회장 선거가 4시간을 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투표 장소가 올림픽홀 한 곳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인 선수들과 지방의 선거인단들의 실질적 참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은 과거 선례와의 비교 때문이다. 2016년 체육회장 선거는 1,405명의 선거인단에 90분을 배정했고, 2021년에는 코로나19를 고려해 온라인 투표를 도입했다. 당시 2,170명의 선거인단 중 1,974명이 참여해 90.97%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호진 회장은 "적어도 하루 정도 투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투표가 평일, 서울 한곳에서만 열리는 게 현장에 올 수 있는 사람만 대상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발상이라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체육회의 선거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축구협회와 비교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선거인단에 사망자와 비체육인이 포함되었다는 의혹은 '선 추첨, 후 동의'라는 절차상 하자를 지적받은 축구협회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 10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서울동부지법의 가처분 심문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같은 듯 다른 듯, 쌍둥이 같은 두 선거의 운명... 중앙선관위가 살릴 수 있나?


축구협회와 체육회 선거가 직면한 법적 쟁점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선거관리 주체다. 축구협회가 자체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논란을 자초했다면, 체육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는 국가기관에 선거 관리를 위탁했다. 이는 법원의 판단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선거 절차상 위법성의 성격도 다르다. 축구협회의 경우 선거운영위원 명단 비공개와 외부위원 비율 미준수 등 선거관리 주체의 정당성 자체가 문제였다. 반면 체육회는 선거관리 주체의 정당성은 확보했으나, 투표권 행사의 제한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특히 2,244명의 선거인단에게 단 150분의 투표 시간을 배정한 것은, 중앙선관위가 관리하는 선거에서 보기 드문 경우다.

바로 여기에 이번 사태의 핵심이 있다. 중앙선관위라는 최고의 선거관리 기관에 위탁했다는 사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투표 시간이나 장소 같은 핵심적 사항들은 여전히 체육회의 결정에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위탁 선거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다. 선거관리 주체의 전문성과 실제 운영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체육계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다. 실체적 선거권을 보장했는지가 이번 판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부정선거’ 화두인데… 시험대 오른 한국 체육계 민주주의. 법원의 판결은?


25년 1월 현재, K리그나 KBO 같은 많은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프로스포츠는 재정비 중이다. 혼란한 국내정치상황 속에서도 많은 팬들이 체육계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 직접적인 투표권이 없는 만큼 더욱더 공정하게 선거가 치러지길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선거운영위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다가 법원의 결정 이후에야 뒤늦게 공개했고, 체육회는 사망자까지 포함된 부실한 선거인단 명부를 작성했다. 이를 단순한 실무적 오류가 아닌, 오랫동안 이어져 온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운영 관행의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체육회의 행태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중앙선관위라는 최고의 카드를 썼으면서도 정작 투표권 행사는 더욱 제한적으로 만든 것이다. 신문선 후보가 축구협회 선거에 대해 "중앙선관위 위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체육회의 사례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외부 기관의 개입이 아닌, 체육계 스스로의 민주적 의식 부재에 있는 것이다.

법원이 지적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는 표현은 이런 맥락에서 더욱 성찰이 필요하다. 불공정한 절차로 선출된 지도자가 이끄는 단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양산할 것인가? 법원이 선관위에 위탁한 체육회 선거마저 축구협회의 그것과 동일한 관점에서 볼 여지가 많고 그렇다면 이 역시 가처분 인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체육회 선거마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3 계엄 사태를 통해 여야 모두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은 계엄의 이유로 ‘부정선거’를 제시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했다. 이런 시국에 체육계의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논란에 휘말린다면, 당선자 또한 제대로 정책을 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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