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한데 현대 수소차 전략 성공 가능할지 주목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승용 수소차를 사실상 포기하고 상용·특수 위주로 재편했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포함한 여러 행사에서 수소 사업의 비전을 연달아 발표하며 역주행 전략을 분명히 해, 관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APEC 2025에 전시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 [사진=현대자동차그룹]
APEC 2025에 전시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달 28일~31일 APEC CEO 서밋 코리아 2025에서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전시했다. 해당 차량은 2018년 이후 7년 만에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의 완전 변경 모델이다. 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APEC 회원 정상과 글로벌 리더 등 행사 참석자들에게 수소 및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과 수소 사업 등을 소개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및 모빌리티 업계에서 위상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6월 현대자동차는 엑시언트 수소트럭이 스위스에서 누적 주행거리 1000만㎞를 돌파했다고 밝혀, 승용과 상용 부문 모두 수소 저변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30일에는 9만5374㎡(약 3만 평) 규모의 울산공장 내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개최하며 수소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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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거침없는 행보는 세계적 트렌드와 반대됐다. 스텔란티스는 7월 16일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했다. 이유로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초기 투자비, 소비자 수요 미흡을 꼽았고, “10년 안에 경량 상용 수소차가 본격 보급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함께 밝혔다. 이 발표는 승용·경량 상용차 전반에서 개발·양산 시도를 포기하는 결정으로 분석됐다. 

다른 자동차 업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21년 토요타의 상위 브랜드 렉서스는 2035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을 선언하며 수소 승용차는 사실상 포기해 버렸다. 또, 메르세데스-벤츠는 양산을 앞뒀던 GLC F-CELL 생산을 제조 비용 부담과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중단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LC F-Cell model 시리즈 X 253 [사진=Mercedes-Benz Group AG]
메르세데스-벤츠의 GLC F-Cell model 시리즈 X 253 [사진=Mercedes-Benz Group AG]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수소 인프라가 부족해 현대차의 걸림돌이 되리라 전망했다. 2024년 6월 기준 수소충전소는 전국에 177개뿐이다. 이는 35만 개에 달하는 공용 전기충전기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1월 1일 환경부 브리핑에 따르면 2025년 내 수소충전소 64곳 이상을 추가로 설치하고 누적 450기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수소차의 원활한 보급에 제약이 될 전망이다.

최근 차량 구매를 고려 중인 부산의 한 소비자는 “수소차 충전소는 특히 지방에 부족해 구매하고 싶지 않다”며 “구매 보조금을 주는 전기차나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관해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당장 가시적인 수익이나 시장 반응에 집중하기보다,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과 탄소 중립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장기적 투자로 이해해야 한다”며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멈출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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