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WO 광저우, 수소버스 도입 사업 입찰서 1위

지난 몇 년간 적자와 회의론 속에서도 수소차 투자를 이어 온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수소 사업의 필요성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던 가운데, 그동안의 투자가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서 하나씩 사업 실적으로 전환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읽혔다.

HTWO 광저우가 중국 카이워그룹과 손잡고 광저우시 공급한 수소버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HTWO 광저우가 중국 카이워그룹과 손잡고 광저우시 공급한 수소버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HTWO 광저우가 중국 카이워그룹, 광저우국영버스그룹이 발주한 수소버스 도입 사업 입찰에서 1위를 차지해, 연내 중국 광저우 시내에 수소 시내버스를 공급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공급되는 차량은 HTWO 광저우와 카이워그룹이 공동 개발한 8.5m급 수소연료전지 버스다.

광저우시는 이 사업을 통해 총 50대를 도입하고, 이 가운데 25대를 HTWO 광저우 컨소시엄이 우선 공급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HTWO 광저우가 생산한 90킬로와트(kW)급 연료전지 시스템이 장착되는 버스의 최대 주행거리는 576㎞다. 이 시스템은 이미 물류 트럭, 냉장 트럭, 도로 청소차 등에 적용된 바 있어 상용차 운행 데이터도 확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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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수소버스 사업은 2단계로 볼 수 있다. 1단계는 작년 말부터 진행된 수소 상용차 대량 도입이다. 현대차그룹과 중국 광둥성 정부 합작법인 H2 솔루션은 2023년 12월까지 광저우 일대에 물류 트럭, 냉장차 등 수소 상용차 500대를 공급했다. 이는 중국 내 단일 지역 기준 최대 규모 수소 상용차 배치로, 광둥성이 총 1500대분 연료전지 시스템 도입 계획 가운데 3분의 1을 먼저 실행한 사례로 평가됐다.

현대자동차의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법인인 HTWO 광저우 건물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의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법인인 HTWO 광저우 건물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광저우 시내 수소버스 50대, 상용차 500대, 향후 수소트럭 최대 1000대 도입 협의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이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을 상대로 수소 상용차와 연료전지 시스템, 충전 인프라를 묶은 ‘패키지형 수출 모델’을 실험하는 그림이 될 전망이다.

HTWO 광저우 관계자는 “광저우 수소버스 프로젝트 1위 낙찰은 HTWO 광저우가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중국 시장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최근 APEC 정상회의, 한중정상회담 등을 통해 강화되는 한중간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중국 내 수소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 투자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수주 확대는 한국 내 투자와도 연결된다. 현대차는 10월 30일 울산공장 부지에 9300억원을 투자해 연료전지와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설비를 함께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4만3000㎡ 부지에 들어서며, 2027년 완공 후 연간 3만기 규모 연료전지와 수전해 설비를 양산하는 국내 첫 대형 전용 생산 거점이 될 예정이다. 

연료전지 시스템 공급망의 핵심 축은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2018년 충북 충주에 연간 2만3000기 규모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인천 청라와 울산에 추가 공장을 건설해 국내 생산 능력을 연 10만기 수준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소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도 한국 기업들에게는 중요한 사업 기회다. SK E&S는 2022년 5월 중국 베이징가스그룹과 LNG 및 수소 사업 분야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톈진 LNG 터미널 등 인프라를 활용해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생산, 도시가스 배관망 수소 혼입,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 등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두산퓨얼셀이 중국 시장을 정면 겨냥했다. 두산퓨얼셀은 2022년 11월 중국 ZKRG 스마트에너지와 105메가와트(MW) 규모 수소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3469억원으로, 2024년까지 50MW는 완제품으로, 2026년까지 55MW는 부품 형태로 수출한다. 

포스코의 HyREX 기술 설명도 [사진=포스코]
포스코의 HyREX 기술 설명도 [사진=포스코]

수소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철강 산업에서는 포스코가 수소 기반 공정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연간 30만t(톤) 규모의 HyREX 수소환원제철 데모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10월 30일에는 호주 BHP와 협약을 맺고 BHP 필바라산 철광석을 활용한 수소환원제철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HyREX는 유동층 반응기와 전기로를 결합해 미분광을 그대로 쓰는 공정으로, 완공 시점에는 연간 30만t 규모 수소환원 철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 공정이 상용화되려면 저탄소 수소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포스코 역시 현대차와 SK E&S, 두산퓨얼셀 등이 키우는 수소 생산·활용 시장과 직접 연결된다.

광저우의 수소버스 25대, 상용차 500대, 향후 트럭 1000대 논의는 단일 프로젝트로 보면 작은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현대모비스의 연료전지 대량 생산 체제, SK E&S의 수소 공급망 구상,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연료전지 수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실증 계획이 겹겹이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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