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업계, 암모니아 확보 경쟁, 이상적인 수소 운반책 될 것

“수소 산업은 탄소중립의 열쇠”…정부, 민간 기업이 긴밀한 협력 필요

암모니아는 과거 지독한 냄새와 유독성 물질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큰 환대는 받지 못했다. 하지만 수소 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물질로 각광받으며 ‘귀한 몸’이 돼 가는 중...<본문 중에서>
암모니아는 과거 지독한 냄새와 유독성 물질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큰 환대는 받지 못했다. 하지만 수소 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물질로 각광받으며 ‘귀한 몸’이 돼 가는 중...<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암모니아가 요즘 뜨겁다. 암모니아가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의 촉매제로 부상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수소경제 시대를 앞두고 암모니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탄소 배출 없이 연소 가능한 암모니아를 활용해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드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는 암모니아는 수소를 저장·이동하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 암모니아(NH3)는 질소(N)와 수소(H)의 화합물이기 때문에 연소할 때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청정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연간 수소 수요를 2030390t, 20502700t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청정 수소 비중은 203050%, 2050100%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수소 생산 여건을 고려할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외 청정 수소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암모니아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수소경제 시대에 탁월한 수소 캐리어(운반책) 역할을 하는 암모니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화학 기업들은 국내외 업체들과 암모니아 생산·공급 등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친환경 원료인 암모니아를 활용한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 시스템에 대한 사업화를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을 보유한 AAR사와 투자 협약을 맺고, 암모니아를 자발적 전기화학 반응으로 분해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고순도(99.99%)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실증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양 사가 개발에 나서는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방식은 수용액 상태의 암모니아를 전기화학반응으로 분해해 최소한의 에너지 투입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암모니아는 상온에서 쉽게 액체로 만들 수 있고 부피가 작아 같은 용기로 수소보다 적은 운송비용으로 1.7배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다. 특히 1개 컨테이너 규모의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시스템은 수소 300kg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수소차 넥쏘를 하루 약 50대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또 기존 수소 생산방식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수소시대로 전환되는 흐름에 맞춰 암모니아의 몸값도 상승하고 있다.


세계 3위 롯데정밀화학, 수소 보관·수송 관련 기술 확보


이처럼 ()탄소라는 과제에 따라 수소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소 운반을 돕는 암모니아의 역할이 부상하고 있다. 연소할 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는 수소를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수소사업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암모니아의 쓰임새가 많다. 과거 비료 등 화학물질의 원료로 주로 쓰이던 암모니아는 최근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암모니아는 중동·미국 등 천연가스 산지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유통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암모니아 유통 사업자 1위로, 전체 유통량의 70%가량을 맡고 있다. 과거에는 암모니아를 직접 생산하기도 했다. 단일 회사 구매 규모로는 세계 3위 수준이다. 암모니아는 흔히 독성 물질로 분류되다 보니 관리·허가가 까다롭다. 안전한 취급을 위해선 저온고압 시설이 필수인데, 롯데정밀화학은 일찍이 관련 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암모니아는 비료 및 합성섬유의 주요 원료로 쓰인다. 풍부한 비료는 풍성한 수확물로 이어졌고, 합성섬유 개발은 해당 기업의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다만 암모니아는 프레온과 함께 냉장고 냉매로 사용되는데 이는 지구온난화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암모니아 유출 사고는 산업현장에서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비교해 같은 부피당 수소 저장 용량이 1.7배 크고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한다. 기존의 암모니아 운송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귀한 몸 암모니아수소 운송기술 등 준비 필요해


암모니아는 과거 지독한 냄새와 유독성 물질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큰 환대는 받지 못했다. 하지만 수소 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물질로 각광받으며 귀한 몸이 돼 가는 중이다.

국내 산업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화력발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UAE를 시작으로 중동3개국 방문을 시작하면서 첫 일정으로 -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소 산업은 탄소중립의 열쇠다며 두 나라의 협력을 강조했다. UAE 일정 중 상당 시간을 수소경제 협력에 힘썼다. 중동을 글로벌 수소 경제영토 확장의 전초기지로 삼은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운송 기술의 발전을 꾀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수소는 LNG처럼 액화해야 수송이 가능하다. 수소는 액화 시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 대량 운송할 수 있다. 청정 수소(H2)는 이동에 제약이 있다. 일반적으로 액체 상태로 저장해 운반하기 때문에 부피가 커 많은 저장 공간이 필요하고, -253도의 극저온에서 액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단기간에 대량 생산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암모니아가 필요한 것. 수소(H)를 질소(N)와 결합해 암모니아(NH3)’ 형태로 운송 후 다시 수소를 추출하거나, 암모니아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이 활용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수소·암모니아 발전국가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 자연환경 상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수소와 암모니아를 들여와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대규모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수소·암모니아 발전 비중이 커질수록, 암모니아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비축할 필요성은 커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소 발전이 확대되더라도 수소 저장의 어려움 때문에 저장 수단은 암모니아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우리나라는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착수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기조에 따라 앞으로 줄어들 탄소(C)의 자리를 수소·암모니아와 같은 에너지원으로 대체 될 차례다.

우리는 화석연료와 함께 100년을 살아왔다.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얼만큼 준비가 돼 있냐의 여부로 나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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