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윤석열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소위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세부항목에 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등에서 법률안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특별법으로 인하여 분당, 평촌 등 30만 가구에 달하는 5개 신도시 공동주택은 리모델링 사업이 아닌 재건축사업을 통한 주거정비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분당 등 이미 오래전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관련 조합에게는 아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재건축을 염원하는 주민들에게는 많은 안도가 될 것이며, 더 효과적인 아파트 구조와 큰 수익성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제1기 신도시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사업 방식 추진이 답
오랫동안 리모델링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던 필자의 판단으로도 1기 신도시는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사업을 통한 현대화에 길을 트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최초의 신도시인 이곳은 역사상 유례없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사업은 곳곳에서 문제 및 논란을 불거 내며 난항을 겪은 바 있으며, 무엇보다 당시에는 높은 용적률로 인해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주거환경과는 거리가 있는 주택단지의 모습이었다. 특히 신도시 개발 이후 발발된 층간소음의 사회적 문제는 이 이후 아파트 바닥 슬래브의 폭을 지정하는 법안까지 만들게 하였다. 하지만 당연히 법안 발효 이후에도 1기 신도시의 층간소음으로 피해 호소는 여전하였다.
이러한 주거 및 생활환경에 관한 문제들로 인해 1기 신도시는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사업방식과 같이 전면철거방식이 더 효율적인 주거환경의 개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필자가 한국부동산법학회에 발표한 학술지에서도 1기 신도시의 재건축 필요성을 조목조목 전한바 있다.
특별법으로 인해 제2, 제3기 신도시 및 택지개발지구 또한 재건축사업이 가능
이번에 제정 시행되는 신도시 특별법은 일몰법이 아니다. 1기 신도시에만 적용되고 소멸하는 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 법은 1기 신도시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두가 알다시피 택지조성 후 20년이 결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에 이번 법은 적용된다. 따라서 1기 신도시 뿐 아니라 제2, 제3기 신도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준공 후 20년이 경과되면 높은 용적률을 적용한 재건축사업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 2기 신도시인 화성 동탄1신도시는 900만㎡이며, 동탄2는 무려 2040만㎡에 이르고 있다. 김포한강 신도시 또한 1170만㎡에 이르니 20년 후에는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사업 추진이 될 것이라는 점은 지금의 기준으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뿐만 아니라 신도시가 아닌 택지개발지구 또한 500%에 달하는 용적률을 적용한 재건축사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별법은 100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연접한 2개 이상의 택지 면적의 합이 100만㎡를 넘기면 사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일대에 위치한 하안택지개발지구 또한 하안1동, 2동 일원 총 면적 207만7545㎡로 지난 87년 12월부터 1993년 6월까지 사업이 추진되었던 곳이다. 결국 이러한 택지개발지구도 특별법에 따른 용적률 500% 달하는 재건축사업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리모델링사업 및 산업은 힘을 잃게 될 것인가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재건축사업의 대안으로 부상한 사업방식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 만큼 재건축을 할 수 없을 때 선택지로 남아있는 주거정비 방식이 리모델링이었다. 분당신도시의 리모델링 사업도 재건축의 길이 열리자 서서히 리모델링을 버리고 돌아서는 상황이 그것을 고스란히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특별법의 제정은 리모델링산업의 힘을 잃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법이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시장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은 축소되고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만이 근근이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될 것인가에 안타까운 시선을 던지게 될 것인가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신도시 및 택지지구 외 재건축, 앞으로는 어려워 질 수도
우리나라 국민의 주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주거생활도 있겠지만 재테크 수단으로의 시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주택은 평당 가격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즉 3.3㎡당 얼마인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몇 해 전 강남의 아파트 평당 가가 1억 원을 넘겼다는 소식에 온 국민이 놀란 적이 있다. 평당 1억 원이면 30평형대 아파트는 30억 원이 넘는다는 말이다. 그 만큼 한국의 국민은 평당 금액에 민감하며, 집을 넓혀 총 금액이 높아지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재건축은 그런 국민의 염원에 가장 잘 부합하는 사업방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에 의문이 있다. 위에서 설명하였듯 신도시 및 택지지구는 재건축사업에 대한 활로가 열렸다. 그렇지만 아파트가 어디 그곳뿐인가. 서울 강남에도 반포에서 경기 하남에도 아파트는 많다. 나 홀로 아파트 뿐 아니라 단지형 아파트 또한 이미 법적 용적률을 최대로 적용한 아파트는 많으며, 이곳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로 인한 주거정비의 욕구는 커져간다. 이미 2003년 안팎에 준공된 재건축아파트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곳 아파트들은 준공 후 20년이 지나 상하수도 관의 부식 등으로 인해 녹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재건축으로 주거환경 개선과 아울러 돈들이지 않는 새집을 얻고 싶겠지만 실상은 녹록치 않다. 이미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한의 용적률로 지어진데다, 더 올리려고 해도 시 건축심의에서 부결 또는 과도한 기부채납 등으로 인해 사업성은 현격히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대주택건립에, 이익이 날지 모르지만 초과이익환수까지. 온갖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선택지는 1:1재건축 즉, 추가 분양가구 없는 내 집 짓는 수준의 재건축사업 밖에 없다. 이 때 발생하는 공사비 등 분담금이 가구당 수억 원이다.
단순 계산해도 32평형의 아파트를 32평으로 재건축할 때, 최근 평당 재건축 공사비가 8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2억7200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조합운영비 및 이주대책비 등을 포함하면 가구당 3억 원 안팎의 분담금이 발생한다.
수직 및 수평증축 리모델링에 답이 있다

그렇다면 동일 아파트에서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면 어떨까. 조건은 수직 및 수평증축 아파트리모델링, 수직은 최대 3개 층까지 가능하며, 수평은 30% 이내에서 가능하다. <표1>에서 보듯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1531가구, 22개동 20층, 1개동 평균 5개 가구로 구성된 A아파트를 대상으로 계산해 보면, 20층(층당 5개 가구)에 3개 층 수직증축시 15가구가 증가하며(100→115가구), 22개동이면 330가구의 분양가구가 리모델링 사업시 발생한다. 이곳의 평균 1가구당 아파트 면적이 32평형(시세 12억 원)으로 가정할 때, 총 분양수익금은 3960억 원이 발생하며, 이 때 적용된 용적률은 15%이다.
1531가구 아파트의 연면적은 6만7047평으로 15% 수직증축시 7만7104평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최근 리모델링 공사비 620만원(평당, 평균)을 더하면 총 공사비는 4780억 원 안팎이며, 분양수익금 3960억 원을 빼면 820억 원의 공사비가 남아, 가구별로는 5356만 원 부담이며, 여기에 조합운영비 및 이주대책비 등을 합해도 단순 계산이지만 가구당 7000만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재건축 사업과는 1/4 수준으로 부담이 줄어들며, 여기에 사용하지 않은 15% 안팎의 용적률을 활용하여 세대증축(32→36평, 12억→13억5000만 원으로 가치 상승)이나 기타 적용 가능 용적률을 활용한 아파트의 가치 및 재산상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겪어서 알겠지만 아파트의 가격은 브랜드를 따라가지 않는다. ‘부동산은 입지’라는 말이 있듯, 아파트 가격은 철저히 입지가 결정한다. 브랜드가 뭐든 가격은 입지에 따라 달라지며, 아울러 그것이 리모델링이라고 해서, 재건축이라고 해서 가격이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주택을 재산 등 경제적 가치로만 보는 것은 맞지 않다. 다만 경제적 가치는 보통의 국민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믿는 잣대이며, 그 기준에 맞추어 볼 때, 향후 주택정비사업은 서울을 중심으로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사업을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라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지금의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주거환경 정비 및 개선 효과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신도시 특별법처럼 초월적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