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한 분쟁조정기준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으로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국내 대형은행의 실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KB국민은행의 배상액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며 금융감독원은 전날 홍콩H지수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기본배상비율은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라는 세 가지 조건 위반 여부에 따라 20~40%이 적용됐으며, 내부통제부실에 대한 책임 등 판매사별 가중치가 더해졌다. 이와 더불어 가입 목적, 연령 등에 따른 45%p의 가산항목과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금융상품 이해능력 등에 따른 최대 45%p의 차감항목이 적용되며, 기타 조정 최대 ±10%p 를 감안하여 최종적인 배상 비율이 결정된다.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의 기본배상비율은 과거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배상기준 대비 낮은 비율로 책정됐다. 이는 투자자가 상품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DLF와 달리,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판매사에서 대부분 기본적인 설명의무나 녹취 의무를 준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금융당국은 2019년 DLF 분쟁 조정 당시 40~80% 범위에서 배상비율을 제시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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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 규모의 홍콩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며,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2021년 2월 12000선을 웃돌던 홍콩H지수가 몇 달째 5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수조 원대 투자 손실이 가시화 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일(13)일 오후 6시 기준 홍콩H지수는 약 5900을 기록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주요 판매사인 5개 은행(국민, 신한, 하나, 농협, SC제일)과 7개 증권사(한국투자, 미래에셋, 삼성, KB, NH, 키움, 신한)의 홍콩H지수 ELS 판매실태 등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 및 서면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난달 판매사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조사 결과 일부 판매사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상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으로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국내 대형은행의 실적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SK증권 설용진 연구원은“배상비율 30%을 가정할 경우 KB국민은행이 약 7000억~8000억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는 약 1000억~2000억원 규모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가중 요인 등을 감안해 배상비율이 평균 40%까지 올라가는 경우 KB국민은행이 약 1조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약 2000억~3000억원 규모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관련 배상이 지급될 경우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유사하게 영업외비용 등을 통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이 예상되며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배상비율 등의 산정 근거가 된 적합성 원칙이나 내부 통제 미비 등과 관련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ELS 전체 손실 규모나 여론 등 제반 요인을 감안했을 때 실제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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