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두목, 사람을 태연히 불태워 인간 ‘바비큐’로 불려

이들의 악연은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자택에서 암살당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오늘날까지에 이른다.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셰리지에는 배후로 앙리 총리를 지명했고 추도식에서 ‘차가운 복수’를 다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앙리 총리는 공교롭게도 전 대통령의 사망 이틀 전 총리직에 임명된 데다 살해 용의자와는 암살 직후 통화한 기록까지 발견되어 배후설에 상당한 무게가 실렸던 것이다. 지금 셰리지에는 ‘경찰과 군대가 앙리 총리를 체포하길 요구’하고...[본문 중에서]
이들의 악연은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자택에서 암살당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오늘날까지에 이른다.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셰리지에는 배후로 앙리 총리를 지명했고 추도식에서 ‘차가운 복수’를 다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앙리 총리는 공교롭게도 전 대통령의 사망 이틀 전 총리직에 임명된 데다 살해 용의자와는 암살 직후 통화한 기록까지 발견되어 배후설에 상당한 무게가 실렸던 것이다. 지금 셰리지에는 ‘경찰과 군대가 앙리 총리를 체포하길 요구’하고...[본문 중에서]

총리 사퇴와 미국의 지원


국가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사실상 갱단 천하 아이티의 아리엘 앙리 총리가 현지 시간 11일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이 13300만 달러의 추가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나왔다. AP통신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자메이카에서 안보 회의를 가졌으며 다양한 방식의 인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은 자국 군대를 통한 직접적인 개입은 피하고 있는 실정으로 현재는 아이티에 있는 미 대사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헬기 동원 등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과연 미국이 이번 추가 지원을 통해 아이티의 치안 안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또한 앙리 총리의 결정이 갱단의 평화적인 철수로 이어질 수 있을지 무법천지 아이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아이티의 갱단은 지난 3,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3천여 명을 탈옥하게 만든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해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일부 재소자는 달아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안전을 위해 오히려 감옥 안에 남는 것을 선택하기도 했는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잔류를 선택한 이들이 99명에 이른다. 극도로 혼란한 아이티의 상황을 짐작할만한 대목이다. 아이티의 경찰 노조 역시 이 같은 대규모 집단 탈주 소식에 ‘3천 명이 넘는 강도들이 거리를 활보할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경찰들의 형편도 나을 것은 없었다. 이들은 최소한의 방어복도 지급받지 못한 채 갱단의 총격에 대응하고 있고 이미 최소 4명의 경찰이 대치 중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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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수장 바비큐와 아이티 총리의 악연


이번 폭동을 주도한 이는 지미 셰리지에, G9 갱단의 수장으로 전직 경찰 출신이다. 그는 현 정부를 전복하는 것이 목표다. 수도와 지방의 무장 단체가 단결하고 있다고 밝히며 현 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평화가 오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일명 바비큐라고도 불리는 세리지에의 별명은 사람을 태연하게 불태워 죽이는 그의 잔인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이들의 악연은 2021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자택에서 암살당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오늘날까지에 이른다.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셰리지에는 배후로 앙리 총리를 지명했고 추도식에서 차가운 복수를 다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앙리 총리는 공교롭게도 전 대통령의 사망 이틀 전 총리직에 임명된 데다 살해 용의자와는 암살 직후 통화한 기록까지 발견되어 배후설에 상당한 무게가 실렸던 것이다. 지금 셰리지에는 경찰과 군대가 앙리 총리를 체포하길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 또한 지난 2월에 치러졌어야할 정권 이양에 대한 약속이 지속적으로 무시되자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동참 중이다. 하지만 총리를 향해 아무리 국가를 반납하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봤자 그 자리를 대체하는 건 총칼로 국민들을 위협하는 갱단 무리뿐이다. 셰리지에는 본인들은 국민의 적이 아니아이티를 해방시키려는단결된 행동 중임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아이티 국민들은 갱단이 벌이는 무차별적인 시가전 속, 난립하는 총알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앙리 총리는 다국적군 파견 요청을 위해 이달 초, 케냐를 방문했다. UN의 승인과 함께 케냐의 1천여 명 경찰 병력 지원을 약속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포착한 갱단이 아이티 내 주요 공항을 폐쇄한 상태다. 또한 셰리지에, 갱단 수장은 국제사회가 앙리 총리를 지지한다면 아이티 내 전쟁과 대량학살이 계속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갱단 처리 해결사를 자청한 엘살바도르 대통령


한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의 대통령은 아이티의 상황을 직접 타개할 수 있다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자국의 심각한 갱단 문제를 처리한 것처럼 유엔과 아이티가 동의한다면 직접 나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취임과 동시에 자국 내 갱단을 닥치는 대로 교도소에 잡아들이며 다소 과격한 치안 안정 방식을 채택했던 부켈레 대통령은 지금도 속옷만 걸친 죄수들의 사진을 수시로 소셜 미디어에 게재하며 스스로의 업적을 노골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행보를 지켜본 이들은 아이티에 대한 부켈레 대통령의 개입 의사 표명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재 아이티 국민들은 지옥 같은 공포 속에 집도 잃고 가족도 잃은 채 가까스로 목숨만 연명하고 있다. 학교는 물론 병원, 경찰서 등의 주요 공공시설까지 습격의 대상이다. ‘신마저 버린 땅이라는 아이티의 국민들은 국제 사회의 더딘 지원과 무관심 속에 죽음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적락하고 있다. 과연 앙리 총리가 결정대로 사임한다면 이후 정당한 정권이 들어 설 수 있을지 아니면 셰리지에가 이끄는 갱단이 그 자리를 대체할지 여전히 혼돈만이 가득한 암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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