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식 ‘눈에는 눈’, 잔학함에 맞서는 또 다른 잔학함

이번 테러를 받아들이는 라시아의 반응은 의문투성이다. 일단 다섯 번째 임기에 첫발을 내디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의 일반적인 행보와는 다르게 침묵 속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직후에도 최초 성명을 내기까지 19시간이 넘는 침묵으로 일관한 점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본문 중에서]
이번 테러를 받아들이는 라시아의 반응은 의문투성이다. 일단 다섯 번째 임기에 첫발을 내디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의 일반적인 행보와는 다르게 침묵 속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직후에도 최초 성명을 내기까지 19시간이 넘는 침묵으로 일관한 점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본문 중에서]

테러범들, 만신창이 몸으로 법정 출두


[뉴스워커_투데이 국제이슈] 지난 22일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 테러범들이 실제 고문 받는 장면들이 대중에 공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영상 속 테러 용의자는 앉은 채로 귀가 잘리는가 하면 성기에 전기 충격기를 매단 채 실신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잔학한 테러에 똑같은 잔학성으로 맞대응한다는 지적과 함께 팽팽하게 맞서는 반론까지, 전 세계의 의견이 요동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는데 전문가들은 러시아 당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계정을 통해 의도적으로 유출된 영상으로 보고 있다.

모스크바의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엔 약 6천 명의 관객들을 겨냥한 무차별 총기 난사와 방화 테러가 발생했고 지금까지 총 13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당국은 직접 테러에 가담한 4명과 용의자를 포함해 총 11명을 붙잡았다고 전했으며 현지 시각 24일 피의자 4명이 법정에 세워졌다. 이들은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삼시딘 파리두니(25),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로 밝혀졌다. 법정에 등장한 피의자들의 얼굴은 고문의 흔적이 역력했다. 붓고 멍들어 형태가 완전히 일그러졌고 귀가 잘려 붕대를 감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휠체어로 입장한 19세 파이조프는 의식이 없는 듯 내내 눈을 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재판에서 파이조프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법원은 오는 522일 공판 전까지 구금에 처한다고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며 유죄가 확정될 시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전망이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에게는 국적이나 조국, 종교가 없다며이들의 범행을 맹비난했다.


푸틴이 당황하고 있다


한편 이번 테러를 받아들이는 라시아의 반응은 의문투성이다. 일단 다섯 번째 임기에 첫발을 내디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의 일반적인 행보와는 다르게 침묵 속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직후에도 최초 성명을 내기까지 19시간이 넘는 침묵으로 일관한 점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더해 범행 직후 IS가 자신들이 테러 배후임을 명백히 공헌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는 점과, 반대로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국경 방향으로 도주했다는 것만으로 모든 비난을 전쟁 상대국인 우크라이나에게 돌리는 모습 또한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욕 타임즈는 푸틴이 당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사건 사흘 전 19,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임박한 테러 경고까지 받았지만 이를 미국이 러시아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전달한 명백한 협박이라 치부했다는 것이다. 결국 여러 차례 조기 경보가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했던 크렘린궁과 러시아 정보기관 모두 국가적 안보 능력을 의심받는 위기에 처해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일제히 정부를 옹호하며 푸틴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탓하기에 여념이 없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지극히 뻔하고 예상 가능한술수라며 맞대응했다. IS와의 전쟁까지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러시아가 일부러 모든 책임을 우크라이나 쪽으로 떠넘겨 국민적 적개심을 전쟁 확대에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푸틴과 그의 쓰레기들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늘 같은 수법을 쓴다고 일갈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에는 선을 그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모든 책임은 IS에 있고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IS 또다른 살해 예고


미국은 사건 발생 2주 전부터 이미 테러 첩보를 입수해 러시아 당국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극단주의자들이 도시의 대형 모임을 공격하려는 임박한 계획을 갖고 있음을 공유한 것인데 이와 관련해, 이달 초 러시아 정보국은 이슬람 무장 단체의 공격 시도를 미리 좌절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역으로 볼 때, 그때의 소규모 사건은 지난 22일 저녁을 타겟으로 계획된 대규모 사상 테러의 눈가림용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프랑스 정보국 역시 미국 측에 동조하며 이번 테러가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것임을 공식화했다.

IS는 테러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성명을 낸 것은 물론 가담한 인물들의 사진까지 적극적으로 낱낱이 공개한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가 고문 영상을 공개한 이후, 이번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 암살까지 다짐하고 나섰다. 공개된 포스터에는 검은 복면의 IS대원이 정면을 향해 똑바로 칼을 겨누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하단에는 그들이 신의 허락하에 야만스러운 러시아를 벌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이번에는 너희의 머리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쓰여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암살 예고에 이어 또 다른 대형 테러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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