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조형물은 '보여주기', '치적 쌓기'용...지자체들 '건립·관리 체계화' 권고 안 따라

괴물 조형물은 예산 1억 8000만원이 투입되어 높이 3m, 길이 10m 규모로 조성됐고, 지난 2015년 1월 1일부터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공개됐다.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있는 이 괴물 조형물은...[본문 중에서]
괴물 조형물은 예산 1억 8000만원이 투입되어 높이 3m, 길이 10m 규모로 조성됐고, 지난 2015년 1월 1일부터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공개됐다.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있는 이 괴물 조형물은...[본문 중에서]

|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의견으로 2014년 설치...도시 미관과 분위기 해친다는 지적 많아


서울시가 한강공원에 설치한 영화 '괴물' 속의 괴물 조형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해당 조형물을 제작하고 설치하는데 2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흉물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혈세 낭비', '흉물' 등과 같은 비난이 이어진 끝에 10년 만에 철거 절차를 밟게 됐다.

17일 한국경제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강공원에 있는 괴물 조형물처럼 미관을 해치는 공공미술 작품을 철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 달 공공미술심의위원회를 열어 괴물 조형물을 비롯해 한강공원에 설치된 조형물 전반에 대한 철거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조형물 가운데 노후도가 심해 미관을 해치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조형물들을 철거할 예정"이라며 "해당 조형물은 여러 논란이 있는 만큼 철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의 공공미술 조형물 현황 조사에 착수했으며, 공공미술심의위원회와 전문가 자문 등 절차를 밟은 뒤 이르면 상반기 안에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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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공원에는 45개의 공공미술 작품이 있다. 해당 괴물 조형물은 예산 18000만원이 투입되어 높이 3m, 길이 10m 규모로 조성됐고, 지난 201511일부터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공개됐다.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있는 이 괴물 조형물은 2006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을 재현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4년 당시 한강에 스토리텔링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만들자는 취지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봉 시점이 8년이나 지나 설치된 것도 지적받았고 외관이 흉측해 흉물 취급을 받으면서 예산 낭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더군다나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은 한강공원에 조형물이 들어서 도시 미관과 분위기를 해친다는 의견도 많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공공조형물의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한 '(FUN) 디자인' 정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조형물은 적극 철거하라"는 방침을 내리면서 괴물 외에 다른 서울시 내 조형물도 함께 철거 심의 대상에 오를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미술 조형물이 흉물 취급을 받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9년 공공조형물 건립·관리 업무를 체계화하라고 각 지자체에 권고한 바 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애초에 저런 조형물을 만들지 말자", "얼마나 많은 혈세가 낭비된 것이냐. 제발 혈세는 필요한 곳에 쓰자",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새는 곳들 천지고 도둑놈들 천지라서 적자가 나는 것이다" , "정치인들이 온갖 핑계 대면서 세금 먹는 수단일 뿐이다", "동상을 세우면 관광객이 온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문제다. 조형물 설치 금지하자", "조형물 만들려면 잘 만들기라도 하지. 차라리 다른 나라 것을 보고 배워라" 등과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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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공조형물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은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공공조형물이란 공유재산인 공공시설 안에 건립한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서예 등 조형시설물과 벽화, 분수대, 폭포 등 환경시설물 그리고 상징탑, 기념비, 상징물 등 상징조형물을 말한다. 이러한 대부분의 공공미술 작품은 대중적인 아름다움과 작품성 모두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대부분의 공공미술 작품 설치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 쌓기'를 위해 추진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남 거제에서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있던 120(t) 거북선이 결국 해체되면서 세금 낭비 논란이 일었다. 철거된 거북선은 시가 16억원을 투입해 만든 공공조형물이다. 그러나 짝퉁 목재 사용·헐값 매각 등 탄생부터 줄곧 논란이 있었고 결국 해체·철거에 들어갔다. 거제시는 안전사고 우려와 낮은 효용 가치 등을 이유로 거북선 매각을 결정했고, 거북선은 7번 유찰된 끝에 1545380원에 팔렸다. 낙찰자는 거북선을 학습체험용으로 활용하려고 했으나 거북선을 옮길 장소와 운반 방법을 찾지 못해 결국 거북선 인수를 포기했다. 지난 2019년에는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17) 남서 측 대로변에 있던, 세종시민들 사이에서 '저승사자 동상'으로 불리는 '흥겨운 우리가락' 조형물이 철거됐다. 당시 조형물의 기괴한 웃는 얼굴과 옷차림이 섬뜩해 민원이 끊임없이 쏟아지기도 했다.

경기 군포의 철쭉동산 공원에 설치된 '김연아 동상'도 예산 낭비의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이 작품은 군포시가 2010년 김연아 선수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기념해 설치한 조각이다. 52000만원이라는 제작비가 들었지만 조잡한 솜씨 탓에 김연아 선수와 전혀 닮지 않은 동상이 탄생했다. 더욱 큰 문제는 군포시가 김연아 선수 측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초상권, 성명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아 동상에 김연아 선수의 얼굴을 그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64월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말춤' 안무를 형상화한 손목 동상이 세워졌는데 '명물이냐, 흉물이냐'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4억 원의 예산을 들였으나 실효성을 따진 제작이 아니라 이슈 홍보용에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싸이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한 일도 아니었는데 (강남)구에서 세금으로 동상을 세우는 게 처음부터 정말 감사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견해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공공조형물 설치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20149월 전국 지자체에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주요 권고내용은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 조례 제·개정(공공조형물 건립·관리 등에 관한 조례 제정, 기존 조례 개정(조례 제정 지자체)·보완), 건립심의위원회 설치 등 공정성·투명성 확보방안 마련(공공조형물 구입 및 건립 절차의 공정성 확보방안 마련, 지역주민 의견 수렴 등 사업추진의 타당성 확보방안 마련, 건립심의위원회 구성·운영의 객관화, 공공조형물 선정 심사의 내실화 방안 마련), 사후관리시스템 구축 등 관리 및 운영의 실효성 제고(주기적 안전점검 및 평가 시스템 마련, 공공조형물에 대한 관리시스템 구축, 조형물 관리업무의 일원화 체계 구축, 공공조형물의 다양한 활용방안 마련)였다. 이렇게 2014년과 2019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각 지자체에 제도개선 권고했지만, 아직도 상당수 지자체는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점검을 시행한 결과,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인 146개 지자체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41개 지자체는 일부 이행했으나, 105개 지자체는 아예 이행조차 하지 않았다. 주민참여를 보장하지 않거나, 사후관리를 하지 않거나,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거나, 심지어 조형물을 발주하면서 뇌물을 주고받는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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