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 "비판받아도 할 말 없다" 쓴소리
![강씨는 낙서를 지시한 이유가 무엇인지, 복구 작업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범행한 미성년자들에게 할 말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한편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하여 훼손한 이들에게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될...[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05/333450_339294_3224.jpg)
| '경복궁 낙서' 배후, 조사 중 담배 피우다 도주...2시간 만에 검거
[뉴스워커_더 자세한 시사] 작년 말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를 하게 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씨(30)가 경찰 조사 중 도주했다가 약 2시간 만에 검거됐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자하문로 별관 1층 사이버수사대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쉬는 시간을 틈타 도주했다. 강씨는 담배를 피우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수사관 2명의 감시하에 담배를 피웠다. 강씨는 당시 수갑을 차지 않고 있었고, 흡연을 끝내자마자 돌연 울타리를 뛰어넘어 달아났다. 경찰은 인력을 총동원해 인근을 수색했고 도주 2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0분쯤 청사 인근 교회 건물 2층 옷장에 숨어 있던 강씨를 체포했다. 종로구 창성동의 이 교회는 강씨가 조사받던 청사 별관과 직선거리로 약 300m 떨어져 있다.
경찰은 올해 1월 실제로 낙서를 실행했던 임군(18)과 김양(17)을 체포했지만 강씨 추적에는 애를 먹었다. 휴대전화 포렌식 등 수사를 거쳐 사건 발생 약 5개월 만인 지난 22일 강씨를 전남 지역에서 검거했다.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며 일명 '이팀장'으로 불리던 강씨는 임군과 김양에게 '낙서하면 300만원을 주겠다'고 해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훼손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강씨의 지시를 받은 임군 등은 지난해 12월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동문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함께 강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를 적었다. 낙서 길이는 약 30m에 달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문화재보호법상 손상 또는 은닉 및 저작권법 위반, 아동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 착취물 배포)등 혐의를 받는 강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법원에 도착한 강씨는 낙서를 지시한 이유가 무엇인지, 복구 작업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범행한 미성년자들에게 할 말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한편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하여 훼손한 이들에게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이 23일 공개한 경복궁 담장 낙서 관련 감정평가 전문기관의 잠정 평가 결과에 따르면 1차 낙서 복구비용 1억3100여 만원, 2차 낙서 복구비용은 1900여 만원이 책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총 복구비용은 부가세 포함해 1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며 "6월에 1, 2차 낙서범들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지난 2020년 지정문화유산에 대해 낙서 등 훼손 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원상 복구 명령 및 비용 청구를 위해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했다. 만약 경복궁 담장 복구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이 이뤄질 경우 이는 첫 손해배상 사례가 된다.
| 경찰의 관리 소홀로 피의자 놓쳐 비판 이어져...전문가 "피의자 철저 관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갖춰야"
강씨가 도주 후 검거된 해당 사건에 대해, 범행 후 약 5개월 만에 체포해 겨우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를 경찰의 관리 소홀로 서울 도심에서 도주하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8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강 씨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수사관들을 감찰해 책임 유무를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감찰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도주는 중요한 사안이라 왜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피의자 도주와 관련해 책임 있는 담당자들을 불러 감찰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 이외에도 구속된 피의자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경찰의 경비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는 범죄 혐의자를 붙잡아놓고 놓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A씨는 동구 금남로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2만8천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지구대 경찰이 A씨를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데려왔는데, A씨는 차에서 내린 직후 경찰관의 얼굴을 가격하고 도주했다.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갑을 채우지 않은 조치가 도주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찰은 그를 추적하기 위해 다시 절도 현장을 찾아가 지문을 채취, 신원을 확인했다. 그 결과 A씨는 광주 모 대학교에서 한국어 연수 중인 유학생으로 해당 학교 기숙사를 거주지로 등록해둔 것으로 파악돼 3시간 20분 만에 해당 기숙사에 있던 A씨를 검거했다.
지난 6월에는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지구대에 잡혀 온 베트남 국적 불법체류 외국인 10명이 집단 탈주극을 벌였다. 이들은 지구대 회의실에서 조사를 기다리다 20㎝ 남짓 벌어지는 창틈으로 빠져나갔다. 도주 방지를 위한 창살은 없었고, 감시 인력도 따로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 추방 등이 두려워 무작정 도망친 이들 중 7명은 경찰과 지인의 설득에 자수했고, 나머지 3명은 거주지 등에서 체포됐다. 이후 책임 있는 경찰관 4명에게 모두 감봉·견책 등의 경징계가 내려졌고,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집단 탈주극이 벌어진 지 3개월여 만인 지난 9월에는 광주 북구 한 숙박업소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붙잡힌 20대 B씨가 지구대로 향하는 도중에 통화를 하겠다고 핑계를 대며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하기도 했다. B씨는 도주 2시간여만에 붙잡혀 구속 송치됐다.
45억원대 코인투자 사기를 저지른 20대 범인을 병원에 데려갔다가 놓친 경찰관들도 징계 처분을 받았다.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소재 병원으로 박상완 씨(29)를 데리고 갔다 놓친 오산경찰서 소속 C씨 등 3명이 지난달 감봉 처분을 받았다. 체포 직후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있던 박씨는 하루 뒤 갈비뼈 부위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진료를 요구했고, C씨 등 경찰관 3명은 서울의 한 병원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검사실 안으로 들어간 박씨는 갑자기 뛰쳐나와 병원 앞에 대기하던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박씨를 공개수배했고, 전국에 수배전단을 배포하는가 하면, 현상금 500만원도 내걸었다. 그리고 하루만인 18일 전북 김제에서 박씨를 체포했다.
이번 '이팀장' 도주 사건을 놓고 시도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경복궁 낙서 테러 같은 주요 사건 피의자를 경찰이 놓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중대한 실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다행히 빠른 시간 안에 검거됐지만, 구속된 피의자를 놓친 건 경찰이 뭐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구속 상태라는 건 사안이 심각하고 신병을 확보해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건데, 피의자를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한다"며 "당시 경위를 파악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누리꾼들은 "어떻게 구속해놓고 수사하는데 도주를 할 수가 있냐", "보안이 얼마나 허술하면 그 짧은 순간에 도망치냐", "범죄자 얼굴은 왜 가리냐? 가해자 인권이 피해자 인권보다 더 소중하냐?", "얼굴이라도 알면 시민들이 제보할 텐데 모자이크 처리해놔서 누군지도 모르겠다" 등 범인과 경찰의 소홀한 관리를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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