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인 상당수 가벼운 처벌 받아 논란...전문가 "살인예고글 중범죄로 처벌 필요"

살인예고글을 게시하는 것을 중범죄로 처벌해서 추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행 형법은 전통적으로 특정인에 대한 범행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예고 글에 대해서는 사실 이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범죄이기도 하고 또 사회가 변함에 따라서 인터넷이나 SNS 이용이 활발해짐에 따라...[본문 중에서]
살인예고글을 게시하는 것을 중범죄로 처벌해서 추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행 형법은 전통적으로 특정인에 대한 범행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예고 글에 대해서는 사실 이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범죄이기도 하고 또 사회가 변함에 따라서 인터넷이나 SNS 이용이 활발해짐에 따라...[본문 중에서]

| 서울역 칼부림 예고한 30대 결국 구속...전과 10범 이상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역 무차별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이창열 부장판사는 26일 협박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A(33)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심사를 마치고 나오며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린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2일 오후 142분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서울역에 524일날 칼부림하러 간다. 남녀 50명 아무나 죽이겠다'는 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디시인사이드를 압수수색해 인터넷 주소(IP)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받는 등 A씨를 추적한 끝에 24일 오후 A씨를 주거지인 경기 고양시에서 체포했다. A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범죄를 저질러 전과가 10범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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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이 올라오자 경찰은 국정원과 철도경찰 등 관계기관에 내용을 전하고 서울역을 집중순찰했다. 특히 서울역에서 인파가 몰리는 승강장과 환승 구역을 집중적으로 순회 점검하고, 출입 통제도 강화했다. 또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역과 인접한 공덕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 구간을 순회 점검하는 인력에 방검복을 착용하고 21조로 움직이도록 했다.


| 최근 칼부림 예고 글 잇따라...전문가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 예고나 협박 행위를 별도로 규율해야 할 필요성 분명히 있어"


이번 사건을 포함해 최근 도심에서 칼부림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서울 강동구의 여중·여고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 글을 인터넷에 올린 10B군이 협박 등 혐의로 구속됐다. B군은 지난 2~3월 디시인사이드에 강동구 소재 여중·여고에서 10명 이상을 해치겠다는 글 60건가량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게시글에는 '여고에서 권총과 칼로, 여중에서 폭탄 테러로 살해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지난달 30B군을 검거하고 이튿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소년으로서 구속해야 할 부득이할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경찰의 보강 수사를 통해 B군이 잠실 실내 체육관과 용산 대통령실, 서울역, 충남 논산 딸기축제장 등에서도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 글을 올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범죄 사실을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법원은 전날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군은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서 재미로 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B군의 협박 글로 경찰관, 소방관, 특공대, 군인 등 1500여 명이 동원됐고 대대적인 검문·검색으로 공권력이 낭비됐으며 다수 시민이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경기 성남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했던 작년 8"내일 밤 10시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입니다"라는 제목의 예고 글을 인터넷상에 올린 20대 남성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서보민 판사)은 협박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21)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내용, 공무집행방해가 이뤄진 정도에 비춰봤을 때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예고 글을 게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을 삭제하고 다음 날 경찰에 자진 출석해 범행을 밝히고 조사받은 점,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허명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위계공무집행방해·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8'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을 하던 중 채팅창에 "이틀 후 강남역 칼부림 간다"고 글을 썼다. 재판부는 "시민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줬던 사건들이 언론에 지속 보도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이를 연상케 하는 글을 올린 행위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막대한 경찰력 낭비를 초래했고 다수 시민에게 불안감과 불편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C씨가 지하철역에서 "저는 장난글 죄인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등 범행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인 점, 실제 범행을 계획하거나 실행할 의사는 없었던 점 등은 유리하게 참작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8월 서울 유명 대학교 캠퍼스 인근에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살인을 하겠다고 "다 죽여버린다"는 제목으로 "사제 총 만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살인예고글이 잇따라 올라오는데도 당사자들이 대부분 징역형 집행유예로 처벌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황근주 변호사는 "살인 예고글을 올린 범인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사례가 많다. 올해 2월에 서울 강동구에 있는 모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렸던 10대 청소년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고,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에게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실업급여를 못 받게 되자 살인 예고글을 올린 40대에게도 최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온라인에 살인예고글을 게시하는 것을 중범죄로 처벌해서 추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행 형법은 전통적으로 특정인에 대한 범행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예고 글에 대해서는 사실 이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범죄이기도 하고 또 사회가 변함에 따라서 인터넷이나 SNS 이용이 활발해짐에 따라서 새롭게 나타나는 범죄 유형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상태는 이미 이러한 현상의 위험성이 현실화된 상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 예고나 협박 행위를 별도로 규율해야 할 필요성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래서 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25명의 제안으로 공중 협박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고, 이후에도 유사한 법안의 발의가 계속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중 협박죄가 신설되지 않더라도 오늘 논의했던 무차별 강력범죄 예고에 대해서는 현행 법령으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 처벌의 수위인데, 현행 협박죄는 법정형이 징역 3년 이하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공중 협박죄가 신설된다면 그 법정형이 현행 협박죄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다만 이러한 유형의 범죄를 협박죄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범죄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발의된 법안마다 약간씩의 차이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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