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OECD 노인빈곤율 1위... 쓰레기가 곧 생계다

폐지수집 노인들의 대부분은 자녀들이 분가해 부부 또는 독거로 살고 있다. ‘부양의무자지만 부양능력이 없는’ 자녀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 어렵고,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충족하는 최저생계비 기준도 자녀의 소득으로 인해 탈락하는 경우가...[본문 중에서]

지난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전국에 4만 명 이상 추산된다는 발표와 함께 노인빈곤 문제가 다시금 불거졌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인 한국에서 리어카를 끌며 쓰레기를 모아 고물상에 파는 노인들의 모습은 이제 당연한 풍경이 됐을 정도다. 올해도 지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조사했다. 작년과 다른 점이라면 폐지수집 노인들의 생계와 안전에 정부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전국 폐지수집 노인 1.5만명... 평균 연령 78세 초고령자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2023년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를 통해 전국에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42000명에 달한다는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일주일에 6, 하루에 5시간 이상 폐지를 모으면 월평균 16만 원을 벌었다. 노인들이 폐지를 줍는 주된 이유로 생계비 마련(53.8%)과 용돈 벌이(29.3%)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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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전수조사에 나섰다. 지난 9일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폐지수집 노인 지자체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폐지를 줍는 노인은 14831명으로 집계됐고 지난해 실태조사와 차이가 컸다. 올해 2~5월 전국 229개 시··구의 고물상 거래를 기준으로 산출했지만, 폐지수집 노인들의 실거래처가 감소하면서 기존보다 규모가 축소됐다.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78.1세로 대부분 초고령자였으며 가장 많은 연령구간은 80~84(28.2%)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월평균 소득은 766000원으로 이는 기초연금과 각종 보조금을 합산한 액수다. 폐지수집 노인 중 기초연금 수급자는 90%,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30%에 달했다.

폐지수집 노인들의 대부분은 자녀들이 분가해 부부 또는 독거로 살고 있다. ‘부양의무자지만 부양능력이 없는자녀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 어렵고,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충족하는 최저생계비 기준도 자녀의 소득으로 인해 탈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편, 폐지가격이 지난해 10% 이상 하락해 수레(100kg)를 가득 채워도 단가가 1만 원 아래로 떨어지며 이들의 생활고는 가중되고 있다.


폐지로는 답이 없다... 생계형 절도로 몰락하는 노인들


경기도 일산의 한 먹자골목에서 길을 걷던 80대 노인이 상가 앞에 걸린 조기 두 마리를 보행 보조기에 넣고 자리를 떠났다. 또 다른 60대 노인은 공사장 주변에서 LPG 가스통을 분리한 뒤 훔쳐 달아났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노인 절도 사례 중 일부이며 이들은 모두 폐지를 줍는 노인 빈곤층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절도 범죄는 20181740620222893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절도 범죄는 빈부격차와 소득불평등이 심화할수록 저소득층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지난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OECD 국가 중 1위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4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생계형 폐지수집에 이어 생계형 절도까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법률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생계형 절도가 쉽게 단절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법정까지 가는 노인 절도자 중 이미 전과가 여러 건 누적된 처벌이 재범을 막지 못한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자 절도와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안정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법망에서 벗어난 폐지수집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지난 3일 대전의 한 오일장 도로에서 폐지 수레를 끌고 가던 80대 노인이 대형트럭에 치어 사망했다. 노점과 주정차 차량으로 혼잡했던 도로 사이를 지나가려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도로교통법상 폭 1미터를 초과하는 수레는 차도로만 다닐 수 있다. 지난해 광주에서도 폐지를 수레에 싣고 도로를 건너던 80대 노인이 차에 치여 숨졌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인권은? 꾸준한 관심에서 시작


이번에 전수조사한 폐지수집 노인 중 4787명은 정부가 연계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공익활동(3430) 시장형 사업단(1228) 사회서비스(129) 등에 참여했는데 이중 시장형 사업단은 대부분 자원재활용 근로로써 폐지수집과 유사한 일자리로 제공됐다. 기본급 20만 원에 개인 폐지수입금은 별도라 월평균 37만 원의 급여를 받았고 안전용품과 상해보험도 지원됐다. 또한, 정부는 일자리뿐 아니라 방문건강관리 및 노인맞춤돌봄 등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지자체별로는 생활용품 지원과 건강상담서비스를 지원했다.

한편, 노인복지전문가들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노인인권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인권에 대해 노후에도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이자 노인이라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차별받지 않을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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