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는 경제적 손실을 주고, 교육 현장에서 외면받는 AIDT
![당초 AIDT는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AIDT의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AIDT에 대한 논란이...[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3/372576_391430_3440.jpg)
천재교과서, 대규모 권고사직 시행... 일부 직원 “이는 사실상 부당해고”
최근 교육업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하였음에도 정부의 정책 변화로, 교육 현장에서 AI 디지털교과서(AIDT)의 채택률이 저조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수요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천재교과서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천재교과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측이 700여명의 직원에게 부당해고를 통보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천재교육 대규모 권고사직에 대한 게시글에 따르면, 한 익명의 직장인은 자신의 와이프가 해당 직장에 재직 중이라 밝히며, “이번에 여러 직원들 포함하여 도합 700명 이상의 권고사직을 진행하겠다고 했다”라며 “면담 시 ‘권고이직’이란 말장난으로 실업급여 및 위로금 지급을 안 하고 직원들을 내보내려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천재교과서의 모기업 천재교육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올해 AIDT를 전면 도입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막대한 개발비용을 투자하였지만, 자율 선택으로 바뀌면서 재정 손실이 큰 상황이라 말했다. 이에 부득이하게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력 효율화를 검토 중인 부실 사업부는 천재교과서의 디지털 학습지 ‘밀크티’ 사업부 등 일부가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관계자는 “현재 인력 효율화 관련해 인원 규모는 계획도 없고 언급된 적도 없다”라고 밝혔으며, 블라인드에 게시된 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AIDT 채택률, 32.4%에 그쳐... 개발사에는 현저히 부족한 수준
당초 AIDT는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AIDT의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AIDT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정부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교육부는 AIDT 채택 여부를 ‘학교 재량’으로 맡겼다. 그 결과 전국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의 AIDT 채택률은 32.4%에 그쳤다.
이전부터 AIDT 개발사들은 정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AIDT의 과목당 개발비는 3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업체는 최대 수백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AIDT가 자율 선택으로 바뀌면서 AIDT 개발사들의 막대한 투자 비용이 고스란히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천재교과서 뿐만 아니라, 웅진씽크빅도 AIDT 사업부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웅진씽크빅은 AIDT 소속 직원 20여명에 대한 권고사직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전사적인 인력 감축을 시행하였으나, 정부의 AIDT 정책 변화로 손실이 불가피해져 관련 사업을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AIDT 관련 정책 불확실성 및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환경이 이어지면서 관련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담당 본부 인력의 경우, 일부 재배치를 진행하고 일부는 적법한 과정을 거쳐 전원 상호 동의하에 퇴사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비상교육은 AIDT 사업부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초중등 스마트 디지털 학습 ‘온리원’ 사업부를 축소했다. 또한, 개인 맞춤형 학습 코칭 서비스 ‘피어나다’는 지난해 말 사업을 종료하기도 했다. 에듀테크 기업 중 하나인 아이스크림에듀도 지난달부터 전체 인력의 30%를 줄인다는 목표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AIDT 합격률 1위에 오른 천재교과서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다른 교육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에서는 AIDT 가입 장벽 높아...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지난해부터 새 학기를 앞둔 2월 말까지, AIDT의 지위와 구독료와 관련하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AIDT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AIDT 가입이 지체되어 실제 사용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교사들은 신학기 행정업무까지 겹치게 되면서 AIDT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있어, 이달 내 AIDT를 사용하지 못하는 학급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1개월 구독료를 날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AIDT를 수업에 사용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교육디지털원패스’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 만 14세 이하의 학생이 ‘교육디지털원패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학부모의 경우, 가정통신문으로 동의를 한 후 이메일 인증을 거쳐, 포털에 가입하고 이후 간편 본인인증까지 진행해야 자녀가 AIDT를 사용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모님의 동의와 이메일 인증 절차가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교사는 “지금껏 다른 에듀테크는 선생님이 혼자 포털에 가입하고 학생들의 이름을 등록하면 QR을 통해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라며 “AIDT는 가입 장벽이 크다”라고 전했다.
정재영 한국교육학술원장은 “현장의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하고 있다”라며 “(만 14세 미만에 대한 보호자 동의와 관련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특례를 주는 조항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AIDT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발사들은 구조조정 혹은 사업부 축소를 강행하는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AIDT를 수업 시간에 제대로 사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AIDT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당초 기대처럼, AIDT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교육과 교실 수업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