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 되면 혼란 가중... 사회적 합의와 대안 마련 우선돼야
![통계청이 WHO의 ICD-11 라이선스를 근거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등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게임산업계와 의료계는 이에 반발하며, WHO 라이선스가 국내 법적 효력이 없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강유정 의원은 통계청의 입장 변화를 "국민 사기극"이라며 게임산업 위축(8조8000억 원 감소, 8만 명 일자리 손실)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근거가 불충분하며, 사회적 혼란과 비합리적 규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편집자 주]](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2/369227_386879_3740.jpg)
-법적 효력 없는 ‘WHO 라이선스’로 게임 질병코드 등재 주장
국가 표준분류체계 관리기관인 통계청이 WHO(세계보건기구)의 기준에 맞춰서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그대로 등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는 말 그대로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것으로 이에 대해 게임 산업계와 의료계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이에 2019년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논의하는 민관협의체가 구성된 바 있다.
26일 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무조정실이 개최한 ‘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통계청은 WHO의 ‘ICD-11 사용 조건 및 라이선스 계약’을 근거로 게임이용장애 코드를 그대로 등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WHO의 ‘ICD-11 사용 조건 및 라이선스 계약’에 따르면, WHO 회원국은 ICD-11 라이선스를 따라 사용해야 하며, ICD-11의 각색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ICD-11에 포함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그대로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WHO의 라이선스 계약이 국내 법적인 강제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년간 민관협의체에서 논의한 사안에 뒤늦게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라 지적했다.
특히 통계청은 그동안 “국내 여건과 상황을 감안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분류체계를 작성, 운영하고 있다”라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에 대해 민관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며, 동 협의체의 결정을 토대로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은 “통계청이 그동안 국내 여건을 반영하겠다며 협의를 진행해 놓고, 결정적인 시점에서 국제 라이선스를 근거로 한국형 분류체계 마련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거대한 국민 사기극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통계청이 먼저 나서 WHO와 문제를 협의해도 모자랄 판에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게임산업과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 날림 처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하게 피력했다.
한편 법률전문가들은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이나 라이선스 계약이 국내법 체계에서 직접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하며, 코드 제외가 ICD-11의 체계나 분류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특정 조건 하에 국내 상황에 맞는 코드 시스템을 따르기 위한 선택이라면 각색으로 간주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 질병론... “근거 없어”
지난해 11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WHO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분류의 부당함을 골자로 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3가지의 관점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분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학적 관점에서 게임이용장애가 특정한 게임이용행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ICD-11은 게임이용행동을 정의하지 않아 게임이용장애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현재까지 연구로는 게임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적 행동에 게임이용이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불명확한 원인과 치료법의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게임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즐기는 여가 활동이자 직업을 형성하기 때문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적인 관점에서 게임 등급 심사 강화, 게임이용 시간제한 등 비합리적인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있고 특히 게임 이용자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앤드루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타당한 근거를 갖춘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게임이용장애는 질병으로 볼 생물학적 혹은 생화학적·의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게임을 많이 하는 행위 자체는 우울증 환자, 자폐, 충돌조절 환자 등 누구에게서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 말하며 “이 행위 자체를 진단 기준으로 두는 건 임상의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가져올 혼란
한편 만일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도입될 경우, 게임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 의원은 “국내 게임 산업 규모가 2년 새 8조8000억원 상당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8만명의 취업 기회도 줄어드는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클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조항으로 게임산업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해 7월에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게임에 대한 과도한 이용, 즉 합법적 놀이문화에 대해 과도한 몰입을 질병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를 KCD에 편입할 경우, 게임이용자에 대한 사회적·법적 낙인이 부여되기 때문에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가 법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등 발생 가능성이 있는 여러 문제를 설명했다. 특히 “어렵게 만들어 온 자율규제 및 규제 합리화의 흐름은 완전히 사라지고 게임포비아에 입각한 포퓰리즘적 법정 규제가 부활 혹은 강화될 소지가 높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게임이용장애의 정의, 원인, 결과 등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미진하다는 평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화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규제의 만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어느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게임이, 명확한 근거 없이 질병코드로 등재된다면 우리 사회에 많은 혼란과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단지 WHO의 제정만으로 국내 도입을 결정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분류에 대한 타당성 그리고 다른 해결 가능한 방법이 없는지 등 충분히 검토한 후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고 필요한 제도를 보완하여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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