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과 조례로 본 구단과 지자체 책임 공방, KBO 규정은 공백... MLB·NPB는 어떤가?

일본 프로야구(NPB)는 MLB에 비해 리그 차원에서의 명시적 안전 규정은 제한적이지만, 법적·사회적 관행을 통해 운영 주체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왔다. 도쿄돔, 교세라돔 등 주요 구장은 파울볼 위험 지역에 넓은 범위의 안전망을 설치하고, 헬멧과 글러브를 제공하는 등 안전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특히 2010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파울볼에 맞아 실명한 여성 관중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법원은 안전망 미설치를 과실로 인정하며...[본문 중에서]
일본 프로야구(NPB)는 MLB에 비해 리그 차원에서의 명시적 안전 규정은 제한적이지만, 법적·사회적 관행을 통해 운영 주체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왔다. 도쿄돔, 교세라돔 등 주요 구장은 파울볼 위험 지역에 넓은 범위의 안전망을 설치하고, 헬멧과 글러브를 제공하는 등 안전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특히 2010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파울볼에 맞아 실명한 여성 관중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법원은 안전망 미설치를 과실로 인정하며...[본문 중에서]

지난 29, 창원 NC파크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고는 KBO 리그 전체에 경종을 울렸다. NCLG의 경기 도중, 3루 측 매점 위에서 길이 2.6m짜리 알루미늄 루버가 관중석으로 추락했고,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1명은 머리를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또 한 명은 쇄골 골절을 입었다. 이 사건은 곧이어 30일 경기를 연기시키고, 41일부터 3일까지 SSG와의 홈 3연전을 무관중 경기로 돌리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고 이후의 구단 대응은 다이노스 팬들에게 오히려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공식적인 사고 공지 없이 경기 진행이 이어졌고, 응원단만 철수한 채 팬들은 상황도 모른 채 육성 응원을 계속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팬카페 '나인하트'에는 "구단의 대처가 실망스럽다", "사과는 없고 안내문 하나로 넘어가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동시에 사고의 책임을 두고도 팬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었다. "야구장 주인은 창원시 아니냐?", "구단은 임차인일 뿐인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부상자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만큼,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짚고자 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민법과 조례의 모호함, ‘점유자 책임인가, ‘소유자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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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책임의 법적 귀속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먼저 창원시의 관련 조례와 민법 제758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창원 NC파크는 창원시가 소유하고, NC 다이노스가 사용권을 가진 위탁 운영 형태다. ‘창원시 체육시설 관리 운영 조례4조는 체육시설을 설치 목적에 맞게 운영할 의무를 시장 또는 시장으로부터 위탁받은 자에게 부과하고 있으며, 수탁자는 조례 및 관계 법규에 따라 시설을 성실히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1조는 이러한 위탁이 계약을 전제로 하며, 계약을 통해 관리 책임의 범위와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 있다. 24조는 시설물의 유지·보수 책임이 시장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어, 실질적인 시설물 관리 권한은 여전히 창원시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책임의 법적 무게는 다르게 작용할 수도 있다. 민법 제7581항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우선 점유자가 배상 책임을 지며, 점유자가 주의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한 경우에 한해 소유자가 책임을 진다고 명시한다. 문제는 이 점유자의 개념이다. 단순 임대 사용자인 NC 다이노스가 구조물의 물리적 안전 상태까지 정기적으로 점검할 권한과 역량을 가졌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창원시 조례 제18조는 시설 변경 시 시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고, 23조는 원상복구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구단이 시설 구조물에 대해 독자적으로 유지보수를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료정리_뉴스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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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이 강풍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문제의 알루미늄 루버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녹색건축 인증을 위한 필수 요소였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는 단지 미관이 아니라 제도에 따른 설치물이었으며, 그 책임이 단순히 구단의 주관적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팬들 사이에서도 루버는 인증용 의무 시설”, “책임은 창원시 아닌가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구단이 운영 중에 발생한 사고인 만큼 일정 수준의 공동 책임은 피할 수 없겠지만,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안전사고라면 결국 소유주이자 관리 주체인 창원시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해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사고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 MLBNPB는 있는데 KBO에는 없는 그것


해외 리그들은 이와 유사한 사고에 어떻게 대응해 왔을까?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리그 차원에서경기장 안전을 관리하는 체계가 정립되어 있다. 단적인 예로, 1999년 밀러파크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빅 블루 크레인 붕괴 사고MLB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당시 중장비가 무너지며 인부 3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MLB는 신축 구장과 개보수 현장에 대한 감리 기준을 강화했고, 모든 경기장 설계에 있어 구조 안전 검증과 사전 점검 절차를 리그 차원에서 감독하게 됐다. 이후 경기장 설계와 시공에서 리그 가이드라인이 반영되었고, 구장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들에 대한 분석도 공식화됐다. 경기장 구조물이 아니라 단순 파울볼 사고에도 안전망을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하도록 유도했고, 관중 보호를 위한 예산 투입도 리그에서 분담하거나 지원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일본 프로야구(NPB)MLB에 비해 리그 차원에서의 명시적 안전 규정은 제한적이지만, 법적·사회적 관행을 통해 운영 주체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왔다. 도쿄돔, 교세라돔 등 주요 구장은 파울볼 위험 지역에 넓은 범위의 안전망을 설치하고, 헬멧과 글러브를 제공하는 등 안전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특히 2010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파울볼에 맞아 실명한 여성 관중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법원은 안전망 미설치를 과실로 인정하며 구단 측 책임을 명확히 했다. 이 판결은 NPB 전체에 팬 안전 의무의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유사한 조치가 자율적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이러한 시스템과 비교해 보면 KBO는 규정의 빈약함이 두드러진다. 현재 KBO의 경기장 관련 규정은 관중 소지품 제한, 응원 도구 규제 등 행위 규범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구조물 유지·보수나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의 지정은 빠져 있다. 2025년 규정집에서도 구조적 안전 관리에 대한 조항은 발견되지 않았고, 8조의 천재지변 시 경기 중지정도가 KBO가 관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리그 차원의 안전 기준이 사실상 없는 상황은,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관중 11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는 KBO가 정작 안전에 대한 준비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료정리_뉴스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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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미루는 경기장 시설의 책임 사각지대, 야구장만의 문제는 아냐


이번 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는 KBO 리그가 지금껏 회피해왔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야구장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의 주체. 창원시와 NC 다이노스, 그리고 KBO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만, 동시에 어느 누구도 전면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는 아니다. 이 삼각구도 안에서 사고는 사각지대처럼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에게 돌아갔다.

사고 당일 구단은 신속히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응급 대응에 나섰지만, 사고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팬들의 토로와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육성 응원을 이어간 사실은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 이후 NC는 무관중 경기와 사고 재발 방지책을 약속했지만, 이미 팬들의 불안은 확산된 뒤였다. 이 사건은 사고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사고 이후의 혼란을 통해 지금까지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취약성이 비단 야구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체육시설은 지자체 소유로, 프로 구단은 이를 임대해 사용하는 형태다. 실제로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홈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고양, 수원으로 변경된 것도 잔디 관리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양과 수원 경기장조차 불량 잔디 논란에 휩싸이며 선수 부상 우려가 제기됐다. 외형적으로는 대표팀과 연고 구단의 책임처럼 보이지만, 실상 잔디 관리는 지자체가 맡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구단 간의 책임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구조는, 어떤 종목이든 예외 없이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 책임을 누가 지느냐 이전에, 책임을 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느냐가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NC 다이노스는 이번 사고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팬심도 일부 이탈했다. 하지만 이것은 특정 구단의 위기라기보다, 한국 스포츠 운영 시스템이 지닌 맹점이 드러난 사건이라 봐야 한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가 관중 1000만 시대를 맞이했음에도, 사고 한 번에 모든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이유. 바로 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책임의 모호성 때문이다. 다음 사고가 터졌을 때 또다시 책임 공방만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이번만큼은 운이 나빴다고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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