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의 힘으로 J리그 2연패, 고베에 무력했던 광주의 8강 진출이 가지는 의미
![현재 K리그에서 시민 구단으로 운영되는 팀들은 여러 개가 있지만, 기업 후원이 거의 없는 순수 시민 구단은 단 6개뿐이다. K리그1에서는 광주 FC, 강원 FC, 수원 FC가, K리그2에서는 안산 그리너스, FC 안양, 경남 FC가 이에 해당한다. 광주는 기업 후원이 거의 없는 순수 시민 구단 중 하나로...[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3/370696_388930_1748.jpg)
광주FC가 K리그를 대표해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 진출을 노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광주는 12일 ACL 16강 2차전에서 일본 J리그 챔피언 비셀 고베와 맞붙는다. 1차전에서 0-2 패배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린 상황. 최소 2골 이상을 넣고 승리를 거둬야 연장전으로 끌고 갈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존재하는 가운데, 광주가 홈에서 반전을 만들 수 있을지가 이번 경기의 최대 화두다.
비셀 고베는 현재 J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다. 2023년, 2024년 J리그 2연패를 달성하며 최강팀 반열에 올랐다. 또한 ACL에서도 조별리그 5승 1무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16강에 진출했다. 광주와는 올 시즌만 세 차례 맞붙어 전승(3전 3승, 득점 7, 실점 1)을 거두고 있다. 라쿠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고베는 선수층에서도 광주를 압도한다. 트랜스퍼마르크트(Transfermarkt) 기준, 팀 가치 역시 1703만 유로(약 257억 원)로, 820만 유로(약 124억 원) 수준인 광주와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광주는 K리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시민 구단이다. 전북 현대, 울산 HD, 포항 스틸러스 같은 기업 구단들이 ACL에서 모두 탈락한 가운데, 광주만이 8강 진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경기는 단순한 ACL 16강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J리그의 기업 후원 시스템으로 성장한 고베와, 시민 구단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남은 광주의 맞대결이기 때문이다. 과연 광주는 홈에서 기적을 만들며 K리그와 시민 구단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만만치 않은 비셀 고베, J리그의 정착을 이끈 팀에서 일본 챔피언으로
비셀 고베는 단순한 강팀이 아니다. 이 팀의 역사는 일본 프로축구의 정착 과정과 함께한다. J리그가 1993년 출범할 당시, 일본 축구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기존 실업 축구 리그(JSL)에서 프로 리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였다. 이에 J리그는 기업 중심 운영을 배제하고, 지역 밀착형 구단 운영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고베는 1995년 J리그에 합류하며 이 새로운 시스템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J리그는 적자를 피하기 위해 각 구단이 독립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비셀 고베는 초창기부터 지역 사회와의 연결을 강조하며, 기업 후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모델을 실험했다. 지역 연고제에 따라 고베 시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으며, 이는 J리그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고베는 변화의 길을 걷게 된다. 2004년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이 구단을 인수하며, 고베는 단순한 지역 밀착형 구단을 넘어 일본 내 강팀으로 성장하기 위한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스페인 축구의 전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영입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투자와 운영의 변화 속에서, 고베는 2023년과 2024년 J리그 2연패를 기록하며 일본 최고의 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고베의 성공은 단순히 자본력의 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J리그가 처음부터 기업 중심이 아닌 지역 밀착형 모델을 구축했던 점, 그리고 고베가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민 구단과 비슷한 형태로 출발했지만, 결국 기업 후원의 힘을 등에 업고 정상까지 올라선 고베의 행보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연고의 상징이었던 고베의 과거와 현재, 광주의 정체성이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다.
기업이 떠나면 팀도 사라지는 K리그, 광주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K리그는 오랫동안 기업 중심의 운영 방식을 유지해 왔다. 프로 리그가 출범한 1983년부터 한국 축구의 중심에는 대기업이 있었다. 현대, 포스코, 삼성 같은 대기업이 구단을 소유하고 직접 운영하면서, 리그의 성장은 기업의 투자 규모에 크게 좌우되었다. 그 결과 K리그 구단들은 막대한 기업 후원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전력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기업이 팀을 포기하는 순간 구단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K리그에서 기업이 떠나면서 연고 이전이나 구단 해체가 반복됐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양 LG 치타스(현 FC서울)다. LG그룹이 운영하던 이 팀은 2004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겼고, 이에 분노한 안양 팬들은 팀의 해체를 경험해야 했다. 부산 대우 로얄즈는 대우그룹의 해체로 인해 부산 아이파크로 전환됐고, 성남 일화는 통일교 소유에서 성남시가 운영하는 시민 구단으로 전환됐지만 이후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기업 중심의 운영 방식은 구단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며, 시장 논리에 따라 팀의 존폐가 결정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반면, J리그는 처음부터 기업이 아닌 지역 밀착형 운영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기업이 구단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립적인 법인 형태로 운영되면서, 기업이 떠나도 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도쿄 베르디는 과거 요미우리가 운영했지만, 기업이 떠난 뒤에도 구단이 지속적으로 운영되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역시 후지츠가 직접 운영하던 팀이었지만, 현재는 지역과 기업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모델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K리그에서 시민 구단으로 운영되는 팀들은 여러 개가 있지만, 기업 후원이 거의 없는 순수 시민 구단은 단 6개뿐이다. K리그1에서는 광주 FC, 강원 FC, 수원 FC가, K리그2에서는 안산 그리너스, FC 안양, 경남 FC가 이에 해당한다. 광주는 기업 후원이 거의 없는 순수 시민 구단 중 하나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ACL 16강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지금의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K리그 내에서 기업 후원을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지만, 동시에 J리그처럼 지역 밀착형 운영을 더욱 강화해 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번 광주의 도전은 단순한 한 시즌의 성적을 넘어, K리그 시민 구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데이터로 본 경기 전망, 무력했던 전적을 깨고 광주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광주는 16강 1차전에서 비셀 고베를 상대로 0-2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단순한 스코어 차이가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볼 점유율에서는 광주가 52%로 근소하게 우위를 보였지만, 슈팅과 유효 슈팅에서 완전히 밀렸다. 광주는 슈팅 10회 중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반면, 고베는 12회의 슈팅 중 4개의 유효 슈팅을 만들었다. 기대 득점(xG) 수치에서도 고베가 1.01을 기록하며 효과적인 공격을 펼쳤고, 광주는 0.38에 머물렀다.
1차전에서 가장 뼈아팠던 부분은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광주는 패스 시도 횟수(450회)와 성공 횟수(366회)에서 고베(패스 시도 400회, 성공 329회)보다 우위를 보였지만, 공격 전개 과정에서 고베의 수비를 뚫어낼 만한 패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광주의 핵심 공격 옵션인 아사니는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로 인해 슈팅 5회를 시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고베의 수비진이 철저하게 아사니를 마크하면서 광주의 공격 루트를 원천 차단한 것이 1차전의 핵심이었다.
수비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고베는 최전방 공격수 아사카가 1골을 기록하며 경기 흐름을 장악했고, 미드필더 이데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광주의 수비진은 공중볼 경합과 세컨드 볼 대응에서 밀리며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 게다가 센터백 변준수가 부상으로 2차전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수비 라인의 재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광주가 2차전에서 승리하려면 단순한 전략 수정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전술적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빠른 선제골이다. 광주는 후반전 점유율을 57%까지 끌어올리며 경기력을 다소 회복했지만, 고베의 수비가 워낙 견고해 쉽게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로 고베의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또한, 아사니에 대한 견제가 집중될 것을 감안해 측면에서 크로스를 활용하거나, 중원에서의 빠른 침투를 시도하는 등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광주가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체력이다. 광주는 K리그 일정 조정으로 인해 포항과의 리그 경기가 연기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반면 고베는 J리그 일정과 병행하며 체력적으로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원정 경기라는 점에서 고베는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광주는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가하며 상대 실수를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2차전에서 광주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비 안정 속에서 더욱 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지만… 광주의 분전, K리그의 시민 구단들이 지켜보고 있다!
광주의 도전은 단순한 16강 진출 여부를 넘어선다. 이번 경기가 시민 구단이 아시아 무대에서 어디까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만약 광주가 고베를 넘고 8강에 오른다면, 이는 시민 구단도 충분히 국제 대회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패배한다고 해도, 그것이 곧 시민 구단이 아시아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 K리그에서 시민 구단이 처한 현실적인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K리그에서 시민 구단은 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기업 구단들이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선수 영입과 팀 운영을 해나가는 반면, 시민 구단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예산 속에서 팀을 꾸려야 한다. 특히 ACL 같은 국제 무대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도드라진다. 광주는 기업 후원 없이 시민 구단으로서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장기적으로 이 모델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다. 그렇기에 이번 8강 진출 시 얻을 40만 달러는 중요하다. 우승 시 무려 1000만 달러이다. 광주로서는 자존심과 실익 모두 소중하다.
그렇다고 이번 패배가 시민 구단 운영 방식의 한계를 완전히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광주가 이번 ACL에서 어떤 결과를 내든, 시민 구단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J리그처럼 지역 밀착형 운영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보다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 광주의 이번 도전이 K리그 시민 구단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광주는 16강에 진출한 8개 팀 중에 구단 가치 1000만 유로를 못 넘는 유일한 팀이자 꼴찌이다. 비셀 고베의 팀 가치는 1703만 유로(약 257억 원), 광주는 820만 유로(약 124억 원). 숫자로만 보면 경기 전부터 승부는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K리그의 자존심과 지역 구단의 생존 가능성이라는 부담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광주.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시선을 받았고, 기적을 바라야 할 정도로 몰렸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들의 도전을 K리그 지역 구단들이 눈여겨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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