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위한 50억 사재, 생계 택한 축구인들, 투자 의존의 음영 지대, 축구 팬들의 시각은?
![대한축구협회 제55대 회장 선거에서 정몽규 회장은 85.2%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4 연임에 성공했다. 허정무(15표), 신문선(11표) 후보를 가볍게 따돌리며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3/369734_387556_43.jpg)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연임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축구 팬들을 뒤로하고 당선 후 그가 처음으로 찾은 곳은 천안축구센터였다. 이 자리에는 박상돈 천안시장, 충남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이어 K리그2 천안시티FC와 부천FC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지역구에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시설이 건립된다는 데 관심 두지 않을 정치인은 없다. 그만큼 이 지역에 있어 축구종합센터는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 아닌, 지역 경쟁력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 시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시설을 방문하며 그가 강조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축구종합센터는 각급 대표팀과 유소년 훈련은 물론, 심판, 지도자 등 축구 인재들의 교육과 생활체육까지 어우러질 곳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시설이 될 것이다.”
지난 26일, 대한축구협회 제55대 회장 선거에서 정몽규 회장은 85.2%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4 연임에 성공했다. 허정무(15표), 신문선(11표) 후보를 가볍게 따돌리며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승민 후보가 당선되며 체육계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듯했지만, 축구협회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팬들은 강하게 분노했다. 정 회장의 연임이야 이전부터 반감을 보였다고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회장의 등장을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들은 단 한 표도 행사하지 못하는 폐쇄된 선거에서 무려 8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이 되자, 한 축구 팬은 SNS에 ‘축구계가 썩은 결과가 정몽규’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 회장을 당선시킨 선거인단을 두고 한 작심 발언이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문체위 국정감사와 문체부 감사에서 압박을 받아온 정몽규. 작년에는 축협 내부의 소란이 있었고,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집행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강경 대응했지만, 무슨 일인지 선거를 앞두고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보여진다. 도대체 무엇이 4 연임을 가능케 했을까?
팬들의 분노, ‘축구계가 썩은 결과’, 공적 자금 들어가는데 단 한 표도 행사 못 하는 서러움
“이렇게까지 반대했는데도 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대한체육회장은 바뀌었는데 축구협회는 왜 그대로냐?” “팬들은 축구협회를 욕해도 바뀌는 게 없네” “우리가 이렇게 소리쳐도 저들은 들을 필요조차 없다는 거지”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누군가는 “그냥 평생 해라, 투표하는 사람들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체념했고, 어떤 팬은 “대한민국 축구는 끝났다”며 좌절했다.
팬들이 특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은 국가대표팀 운영을 사실상 특정 세력이 좌지우지한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월드컵이 열리면 온 국민이 거리로 나와 응원하고,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승리하면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스포츠토토 수익금과 정부 보조금이 축구협회로 들어가며, 국가대표팀의 성과에 따라 연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한축구협회에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공적 자금이 투입될까? 대한축구협회는 연간 2,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운영하며, 그중 상당 부분이 정부 지원과 스포츠토토 기금에서 나온다. 2025년 예산만 해도 총 2,049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 1,108억 원이 일반 예산이며, 941억 원이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예산이다. 일반 예산 중 정부 지원금(스포츠토토 지원금 + 체육진흥기금)은 227억 원으로, 유소년 리그 운영, 여자축구, 심판 육성, 생활 축구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2022년 대한축구협회 결산 자료를 보면, 정부 보조금 366억 원과 스포츠토토 복표 수익 221억 원을 포함한 총 588억 원이 정부 재정에서 지원되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의 전체 예산 중 약 4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자립도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당 부분 공적 자금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운영 방식에 대한 팬들의 영향력은 전무한 상태다.
이번 선거에서 팬들은 최소한의 변화를 원했다. 그러나 선거인단 192명 중 156명이 정몽규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고, 팬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국가대표팀이 한국 축구의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대표팀 운영을 결정하는 과정에 팬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국가대표 경기만 보는 다수의 일반 팬이 우리의 그늘을 어떻게 아나? 축구계의 그늘
A매치, 국가대표팀 경기 위주로 축구를 즐기는 일반 축구 팬들은 당연히 대표팀 선수와 감독, 그리고 그것을 총괄하는 축협의 존재를 의식한다. 그러나 대표팀은 축협이 관장하는 많은 임무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한국 축구의 생태계는 일반적인 인식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다. 축구계 내부로 들어가 보면, 선거인단이 정몽규에게 몰표를 준 것은 단순한 기득권 유지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국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축구 단체도 대한민국에 있는 한, 결국 축협과 연관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가대표팀과 K리그1을 제외하면, 한국 축구 생태계는 생각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 속에 있다. K리그2 이하의 하부 리그는 대부분 관중 수익이 적고 기업 후원도 거의 없다. K3, K4 리그 구단들도 기본적인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도 쉽지 않아 지자체 지원과 대한축구협회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업축구 역시 예산이 빠듯하며, 여자축구는 기업 후원조차 받기 어려워 존폐 위기에 몰리는 경우도 많다. 물론, 여자축구는 축구협회 직영이 아니고 산하 단체인 한국여자축구연맹이 관리한다지만, 작년 11월에 연맹은 WK리그 운영을 포기했고, 이에 협회 인수안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대한축구협회는 단순히 행정 기관이 아니라, 축구 생태계의 직접적인 자금줄 역할을 한다. 2025년 예산 기준으로, 협회는 생활 축구 육성비로 106억 원을 배정했고, 지도자 및 심판 육성비로 132억 원을 편성했다. 여기에 각급 대표팀 운영비(284억 원)와 국내 대회 운영비(178억 원)까지 포함하면, 협회가 지원하는 돈이 끊기면 한국 축구 생태계의 하부 구조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문제는 대한축구협회의 재정 구조가 상당 부분 외부 지원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협회의 예산 2,049억 원 중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예산 제외, 상당 부분이 정부 지원금(227억 원)과 기타 외부 자금으로 운영된다. 가뜩이나 문체부와의 대립으로 예산 배정에 불리해지고 있고, 특히 스포츠토토 수익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은 협회 운영에 중요한 재원이지만, 이는 정부 정책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불안정한 자금원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재정적으로 흔들리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하위 리그와 실업 축구 관계자들이다. 팬들은 협회 개혁을 요구하지만, 축구계 내부에서는 ‘만약 정몽규 체제가 붕괴되거나 협회의 예산이 줄어들면, 우리가 받을 지원금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이 컸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운영과 경기력 향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축구업계의 생태계 유지다. 이들의 표는 생존을 택했다.
대표팀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 당선의 치트키가 된 ‘천안축구종합센터’ 완공
이런 점에서 정몽규가 50억 사재 약속은 당선과 직결되는 치트키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천안축구종합센터’ 완공 약속은 엄청난 임팩트를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허정무나 신문선 후보도 완공을 위한 계획을 내놨지만, 현대가 정몽규의 50억 사재 출연만큼 직관적이고 확실하게 보장된 수단은 아니었다. 팬들에게는 이곳이 단순한 훈련 시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축구인들에게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였다. 이 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많은 지도자와 심판, 유소년 축구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먼저, 축구 지도자들에게 천안 축구센터는 중요한 일자리 창출의 기회였다. 대한축구협회는 매년 AFC(아시아축구연맹) 기준의 지도자 연수 과정을 운영하며, 이를 통해 A급, B급, C급 지도자를 배출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하위 레벨 지도자들은 실질적인 연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천안 축구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새로운 코칭 프로그램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 지도자들에게도 추가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신규 지도자들의 취업 기회를 넓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 시설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면, 지도자 양성 기회가 줄어들고, 새로운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심판들도 천안 축구센터 운영 여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에서 심판은 그리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 K리그1 주심을 제외하면 심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경기를 배정받으며, 정기적인 수입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K3, K4 리그나 유소년 대회에서 활동하는 심판들은 경기당 10~30만 원 수준의 낮은 보수를 받으며, 전업 심판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천안 축구센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심판 교육과 평가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정비될 가능성이 크고,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보다 안정적인 심판 배정 시스템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센터 운영이 불확실해지면 심판 육성 과정도 함께 축소될 것이고, 이는 결국 심판들의 생계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소년 축구와 실업축구팀 관계자들에게도 천안 축구센터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유소년 축구팀은 K리그 구단들의 유스팀을 제외하면 대부분 운영이 열악하다. 실업축구팀 역시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대한축구협회의 보조금과 지원 프로그램이 줄어들면 구단 운영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천안 축구센터가 완공되고 정상 운영되면, 유소년팀과 실업팀이 보다 체계적인 훈련 환경을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의 지원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센터 운영이 지연되거나 축구협회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 실업팀과 유소년팀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한축구협회가 흔들리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국가대표팀이 아니라, 하부 리그와 아마추어 축구 종사자들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지원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지도자, 심판, 실업팀 관계자들에게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몽규 체제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적어도 그가 계속 회장직을 맡는다면 천안 축구센터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지원과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규가 당선 이후 가장 먼저 천안을 찾은 것은 국내 축구계가 이 시설의 완공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훈련 시설이 아니라, 지도자, 심판, 유소년 축구 관계자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기반 시설로 작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50억 원의 사재 출연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팬들의 실망이 무관심으로 번지지 않길... 의견 수용의 창구 열어놔야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팬들의 기대와 축구계 내부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한국 축구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축구인들이 엮여 있는 방대한 생태계이다. 생태계는 기초적인 생존자원이 필요하다. 축구협회는 그 자원을 뿌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현대가가 오랜 시간, 한국 축구에 투자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오랜 소망이자 염원인 ‘천안축구종합센터’의 완공이 눈앞에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자존심일지라도 이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다. 이들의 선택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것이 마냥 옳은 선택이었다고도 할 수 없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 그 대표팀을 관장하는 축협. 원래 그것은 문체부의 일이었고 축협은 그 역할을 위임받은 것이다. 그러라고 국가에서 여러 가지 수단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것이 세금이 아니고 기금이라고 반박하겠지만, 그 기금도 문체부가 직접 관리하는 수입이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국민을 위해 쓰일 법한 곳에 투입되는 것은 정상적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국민인 팬들이 운영에 직접 참여할 여지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때로는 잘못된 길로 갈 수 있지만, 그 방향의 자유마저 보장하는 것이 언제든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축구협회 선거는 그렇지 못했다. 팬들은 이점에 분노하는 것이다.
축구 팬은 단순히 TV로, SNS로 떠드는 것이 전부로 대표될 수 없다. 열악했던 국내 축구를 오늘 이 자리까지 올린 것 또한 한국 축구 팬들이다. 사람 없는 경기장에 찾아가서 자리를 빛내주던 팬들이다. 관중석 전원매진의 기쁨을 만들어 준 존재이다. 팬들은 축구의 최종 소비자이다. 팬들이 없이는 축구도 없다.
이들을 위해 단 한 표도 마련해주지 않은 축구계에 대한 분노 섞인 아우성이 그나마 다행이다. 어떤 팬은 ‘저렇게 해도 계속 티켓 끊어주니까 반성이 없지 않으냐’며 보이콧을 주장했다. 그렇다. 경기장에 함성이 사라지고, 축구계가 어떤 결정을 할지라도 고요한 침묵, 그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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