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쑨룽이 뒤에서 밀어, ISU 295조 규정, 한국도 귀화 받는데… 서로 다른 귀화 시선

같은 국적 선수가 우르르 올라가는 현상도 흔하다. 변수 많은 쇼트트랙에서는 누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확실하게 금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했다. 역할을 나누면 특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진 못해도 한국이 금메달을 딸 확률은 더 높아진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전술이었고, 메달 수확에도 큰 효과를...[본문 중에서]
같은 국적 선수가 우르르 올라가는 현상도 흔하다. 변수 많은 쇼트트랙에서는 누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확실하게 금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했다. 역할을 나누면 특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진 못해도 한국이 금메달을 딸 확률은 더 높아진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전술이었고, 메달 수확에도 큰 효과를...[본문 중에서]

한국 쇼트트랙이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쓸어 담으며 세계 최강자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9일까지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6, 은메달 4,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이는 1999년 강원 대회, 2003년 아오모리 대회와 함께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이다.

개최국 중국(금메달 2)을 압도한 성과는 더욱 값지다. 최민정(27·성남시청)은 혼성 계주와 500m, 1000m에서 우승하며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김길리(21·성남시청), 박지원(29·서울시청), 장성우(23·화성시청)도 각각 2관왕을 달성했다. 특히 한국이 약했던 종목인 여자 500m에서는 최민정, 김길리, 이소연(32·스포츠토토)이 금··동메달을 휩쓸며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금메달까지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대회 기간 중 가장 큰 화제는 남자 500m 결승에서 벌어진 '밀어주기' 논란이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동료 쑨룽의 도움을 받아 박지원을 제치고 우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장면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 2952항의 위반 소지가 있었으나, 심판진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고, 반중 정서와 맞물려 논란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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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 달린 듯? 마지막 코너의 마수, 쑨룽의 손길, 5000m에서도 박지원만 실격


500m 결승전은 스타트부터 숨 막히는 접전이었다. 첫 번째 곡선 구간까지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졌고, 박지원이 인코스를 선점하며 선두로 치고 나섰다. 린샤오쥔은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었고, 쑨룽은 3위 자리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500m4바퀴의 짧은 레이스. 순간의 판단과 기술이 승패를 좌우하는 종목이었다.

마지막 바퀴, 결승선을 두 바퀴 남기고 상황이 급변했다.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린샤오쥔이 아웃코스로 추월을 시도하는 순간, 그의 동료 쑨룽이 뒤에서 밀어주는 듯한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쑨룽의 오른손이 린샤오쥔의 엉덩이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 순간 린샤오쥔은 마치 로켓을 단 듯 순간적으로 가속이 붙었고, 박지원을 제치고 1위로 치고 나갔다. 쑨룽은 그 반동으로 속도가 늦춰지며 4위로 밀려났다.

이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었다. 이어 열린 남자 1000m 준결승에서도 린샤오쥔은 박지원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심판은 비디오 판독 끝에 린샤오쥔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 대회 마지막 날 열린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도 두 선수는 마지막 주자로 나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이번에는 오히려 박지원이 '어깨로 경로를 막았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 처리됐고, 린샤오쥔의 중국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얼빈을 뒤흔든 反中 정서, '배신자' vs '피해자' 린샤오쥔을 바라보는 천태만상의 시선들


린샤오쥔의 500m 금메달 획득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다. "중국이 중국 했다", "반칙과 편파판정이 일상인 그곳의 풍습을 따르는 것 아니냐"는 비난부터 "다시는 한국에 오지 말라"는 격한 반응까지 다양했다. 특히 중국 선수단의 '밀어주기' 장면이 포착된 이후에는 "실력으로 승부하지 않고 반칙으로 메달을 따냐"는 비난이 폭주했다.

반면 임효준의 입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판결도 나기 전에 선수 자격을 정지시킨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깊이 반성하고 사과했음에도 고소당했고, 오랜 공백 끝에 어쩔 수 없이 귀화를 선택한 것"이라며 빙상연맹의 책임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떤 사람들처럼 이중스파이 활동을 하며 살지 않고, 당당하게 국적을 선택해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옹호론도 제기됐다.

현재의 격앙된 반응에는 그동안 보여준 중국의 행보, 12.3 계엄 사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고조된 반중 정서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엄의 명분으로 제기된 부정선거론과 중국 개입설, 그리고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도래할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가 더욱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따금 보여주는 중국의 억지스러운 태도는 한국 사회의 불신을 더욱 키웠고, 스포츠 경기에서 벌어진 논란까지 겹치며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대회가 열린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지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여자 500m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동메달을 휩쓸며 시상대에서 태극기 세 개가 나란히 게양됐을 때 팬들이 보인 감격이 더욱 컸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면 린샤오쥔의 우승은 현지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불편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며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밀어주기'는 반칙 아니다? ISU 규정의 맹점, 못 본 것인가 안 본 것인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 295조는 쇼트트랙의 경기 규칙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특히 2'Infringements(위반사항)'는 선수들의 경기 중 행동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한다. 규정에 따르면 "각 선수는 개인으로서 경쟁해야 하며, 다른 선수로부터의 어떠한 도움도 관련된 모든 선수/팀에 대한 제재 사유가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 릴레이 경기에서 팀원으로부터 받는 밀어주기는 예외로 인정된다.

규정은 더욱 세부적으로 위반 행위를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OFF-TRACK(트랙이탈)', 'IMPEDING(방해)', 'ASSISTANCE(조력)', 'KICKING OUT(발차기)' 등이다. 이번 500m 결승 논란은 'ASSISTANCE' 위반에 해당한다. 개인전에서 동료 선수의 도움을 받는 행위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며, 이는 해당 경기의 실격 사유가 된다. 더불어 관련된 모든 선수에게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쇼트트랙만의 독특한 규정인 'Shared Responsibility(공동 책임)' 조항이다. 규정 2961c)에 따르면, "두 명 이상의 선수가 동시에 취한 행동으로 인한 접촉/상황이 발생했고, 그 영향이 경미하며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심판은 공동 책임으로 판단해 어느 쪽에도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500m 결승의 경우, 쑨룽의 밀어주기가 린샤오쥔의 추월과 우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Shared Responsibility'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는 또 다른 판정 논란이 있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지원과 린샤오쥔의 접전 과정에서 박지원이 '어깨로 경로를 막았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이는 규정 2952항의 'IMPEDING' 조항 위반으로, 상대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두 선수가 모두 손을 사용해 서로를 제지하는 장면이 포착됐음에도 한국 선수에게만 페널티가 부과된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규정상 심판의 판정에 대한 이의제기는 경기 종료 후 15분 이내에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TV 중계화면 분석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실시간 경기 상황에서 심판이 포착하지 못한 장면을 사후에 발견했다 하더라도, ISU 규정상 이미 확정된 경기 결과를 번복할 수는 없다. 이는 빙상 종목의 규정이 가진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장난이 부른 비극, 임효준의 귀화, 빙상연맹의 조급한 징계, 이렇게까지 될 일이었나


2019617, 진천선수촌 웨이트 트레이닝장. 선수들이 자유롭게 워밍업을 하며 담소를 나누던 그곳에서 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자 선수가 클라이밍 장비를 이용해 오르던 중 황대헌이 장난삼아 그녀의 엉덩이를 쳤다. 곧이어 황대헌이 클라이밍 장비에 오르자 임효준이 그의 바지를 살짝 잡아당겼고, 황대헌의 엉덩이 일부가 노출됐다. 함께 있던 선수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여자 선수도 땅에 내려온 뒤 장난스럽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장난이 임효준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황대헌은 임효준을 대한체육회에 성희롱 혐의로 고소했다. 빙상연맹은 판결도 나기 전인 20198, 1년간의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임효준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재판을 준비하느라 선수 생활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국가대표 자격을 상실했다. 20215,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무죄가 확정됐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는 2011년 안현수(현 빅토르 안)의 사례와 묘하게 겹친다. 당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였던 안현수는 부상 재활 과정에서 빙상연맹과 갈등을 빚었다. 연맹은 그의 부상을 의심했고, 재활에 필요한 지원도 외면했다. 당시 빙상계는 파벌 싸움과 차별이 심각했다고 평가받았다. 제대로 훈련도 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 됐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빙상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오랜 공백 기간, 임효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죄 판결로 자신의 결백이 입증됐음에도 이미 선수 생명은 위태로워졌다. 빙상연맹은 그를 보호하지 못했고,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은 사실상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결국 2020, 그는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 귀화하고 나서도 상황이 안정되기까지 제 실력을 낼 수 없었으며, 올림픽 헌장 국적변경 출전 조항에 따라 국적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아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없었다. 그는 경기 직후 "내가 유일하게 없는 메달이 아시안게임 메달이었다. 꼭 참가하고 싶었다"는 눈물 어린 소감을 내비쳤다. 이번 금메달이 그의 귀화 후 국제 종합 대회에서 거둔 첫 번째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감정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린샤오쥔은 중국 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토종 중국 선수들보다 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SNS에서는 그의 경기 모습이 화제를 모은다. 이는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국민적 영웅이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500m 금메달리스트인 중국 선수 우다징은 22, SNS 라이브를 하던 도중 귀화했더라도 임효준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팬에게 나는 임효준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옹호했다.


선수와 지도자는 세계 속으로개인전을 팀전처럼, 최강국 한국이 수출한 것은?


쇼트트랙은 85년 동계유니버시아드를 기점으로 가능성을 보고 전략적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한 종목으로 이미 그다음 해인 86, 첫 동계 아시안 게임인 삿포로 대회에서 당시 최강국 일본을 뒤이어 2위를 했다. 이후 88 캘거리 동계 올림픽 시범 경기, 92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서 연이어 좋은 성과를 보이며 쇼트트랙 강국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 엘리트 체육의 가장 큰 성공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선수 육성이 전부는 아니었다. 국가대표 시절 전명규 전 총괄코치가 만든 특별한 팀 전술도 영향이 컸다.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장거리 종목과 달리, 쇼트트랙은 치열한 몸싸움과 전략이 승부를 가르는 종목이다. 한국 빙상은 이런 특성을 간파했고, 개인전에서도 마치 단체전처럼 팀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전략은 단순했다. 역할을 나누면 되었다. 우선 금메달을 딸 에이스, 그리고 에이스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견제하는 선수들. 어차피 동계 스포츠는 하계 스포츠보다 하는 국가가 적어 선수 풀이 좁다. 결승에 같은 국적 선수가 우르르 올라가는 현상도 흔하다. 변수 많은 쇼트트랙에서는 누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확실하게 금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했다. 역할을 나누면 특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진 못해도 한국이 금메달을 딸 확률은 더 높아진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전술이었고, 메달 수확에도 큰 효과를 보았다. 이는 이후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가 추가된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되며 한국의 '팀 전술'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 전술에는 어두운 면도 있었다. 특히 개인전에서 두드러졌다. 엄연히 개인 종목에서 팀 종목처럼 운영하다 보니, 각 선수의 개성과 잠재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개인전을 이렇게 운영하는 것은 그 자체가 반칙은 아니지만, 대회가 원래 의도치는 않은 것이다. 메달을 목표로 한 극단적인 팀플레이는 종종 반칙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에 맞춰 규정도 조금씩 바뀌어왔다. 그리고 역할을 나눈다는 의미는 메달을 딸 사람을 특정 집단이나 인원이 정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기에 당시 한국 빙상계는 메달 몰아주기 논란도 파장이 컸다.

한국의 쇼트트랙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전 세계로 수출됐다. 린샤오쥔이 귀화라는 방식으로 세계 속에 뻗어가기는 했지만, 이미 그전부터 많은 선수와 지도자가 해외로 진출했고, 그들이 가르친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쇼트트랙 강국 도약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안현수(빅토르 안)가 러시아의 쇼트트랙을 이끌었듯, 많은 한국 출신 지도자들이 중국 쇼트트랙의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이 재미 봤던 전술을 이번에는 중국이 쓰고 있는 것이다. 너무 많이 나가기는 했지만


린샤오쥔에 지나친 감정 이입 불필요, 탁구 전지희, 한국도 귀화 많이 받는데 온도 차이


민족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선수들의 타국 귀화는 곧 배신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그동안 린샤오쥔이 한국 팬들과 직접적으로 마주칠 일이 없었겠지만, 논란이 된 500m 대회는 중국에서 열렸고, 중국으로 귀화한 선수가 금메달을 땄으며, 시작 전부터 중국 텃세가 심했고 판정은 공정하지 않은 듯 보인다. 한국 팬들이 느끼는 분노의 본질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금메달을 번복할 수도,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스스로 내친 것도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선수 육성에는 노력이 많이 든다. 특히나 우리나라 같은 국가 주도의 엘리트 체육을 하는 나라들은 더욱 그렇다. 돈과 시간을 들여 키운 에이스 선수를 잃는 것은 분명 아픈 일이다. 무죄 판결까지 받은 선수를 제대로 품지 못하고, 결국 라이벌 국가의 선수로 마주하게 된 현실은 더욱 뼈아프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일까. 빙상연맹의 안일한 대처와 시스템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인재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포용적인 태도다. 린샤오쥔은 중국 내에서 토종 선수들보다 더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SNS는 응원의 물결로 넘친다. 우리가 그를 '배신자'로 몰아갈 때, 중국은 그를 '영웅'으로 받아들였다.

엘리트 선수들의 귀화는 우리도 많이 받고 있다. 한국의 쇼트트랙 아성이 어디 가지 않듯이 중국에는 탁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작년 파리 올림픽 여자 대표팀 구성 중, 신유빈을 제외, 얼마 전 은퇴한 삐약이 단짝 전지희, 이은혜 2명 모두 중국 출신 귀화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기여한 것에 비해 국내에서 받는 관심의 정도를 생각하면 린샤오쥔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면에서는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한국보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의 관대함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결과가 말해주듯 린샤오쥔이 귀화했다고 해서 중국이 압도적으로 메달을 가져가지도 못했다. 중국 개최 대회여서 가졌던 불안감은 대세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아겜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며 여전히 대세임을 자랑했다. 중국의 탁구도 같은 의미로 몇몇 선수가 한국으로 귀화했다고 해서 그들의 선수 풀과 시스템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중국은 탁구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뿜어냈다. 일본은 은메달 2, 한국은 동메달 2개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은 탁구 최강국이다.

박지원은 린샤오쥔과의 대결에 대해 "매우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팬들이 더 재미있게 보시지 않겠나"라는 그의 말에는 스포츠의 본질이 담겨있다. 안현수가 떠난 자리에는 임효준이, 임효준이 떠난 자리에는 박지원이, 또 그가 떠난 자리에는 차세대 유망주가 성장할 것이고 그들이 또 금메달을 따올 것이다. 그러니 떠난 자 린샤오쥔에 대해 더 이상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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