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이강인 없는데 황인범 고민 여유 없다, 감독 본인이 일궈 온 구조적 전술 문제
![한국의 U자 빌드업이 심각한 이유는, 단순히 템포가 느리다는 문제가 아니라 ‘돌파구가 없다는 것’에 있다. 오만이 쓴 5-4-1 블록은 공간이 좁고 수비 숫자가 많은 전형이었는데, 이런 팀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전진 패스와 하프스페이스 침투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진도 모두...[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3/372370_391244_4656.jpg)
지난 3월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만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7차전. 1-1이라는 결과는 대다수의 팬을 납득시킬 수 없었다. 이 경기로 한국은 4승 3무, 승점 15점으로 B조 선두를 지켰지만, 요르단과 이라크가 각각 승점 12점으로 턱밑까지 추격해 오면서 8차전 결과에 따라 조 3위로 밀려날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실상 본선 직행의 조기 확정이 걸려있던 경기였기에, 그 의미는 더 무거웠다. 스코어보다도 더 참담했던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선제골을 넣고도 경기 흐름을 잡지 못한 채, 후반 막판 어이없는 실점으로 무너진 흐름. 그 배경에는 '익숙하지만 더는 먹히지 않는' 전술이 또 반복되고 있었다.
늘 쓰던 4-2-3-1 전형을 들고 나왔지만, 전반전 40분까지 유효슈팅은커녕 슈팅조차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후반 35분 알리 알부사이디에게 동점골을 내주기 전까지 1-0으로 앞서긴 했지만, 경기 전체적인 흐름은 무기력하고 답답했다. 공을 계속 소유하고 있음에도 공격 전개는 정체돼 있었고, 전진 패스는 드물었으며, 공격진은 중원과 완전히 단절된 채 공을 받지 못하고 고립됐다. 턴오버를 19회 기록한 손흥민, 대전에서 날아다니던 주민규도 필드에서 삭제됐다. 이강인이 들어오기 전과 후, 그리고 다시 나간 후의 한국의 경기력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출렁거렸다. 전체 653개의 패스를 시도했지만, 기대 득점은 0.67, 유효슈팅은 고작 3개에 불과했다. 그 많은 공은 대체 어디로 흘러간 걸까?
답은 간단하다. 또다시 'U자형 빌드업'만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오만전은 좀 심했다. 김민재와 황인범의 부재, 그리고 그것을 커버해 보려던 이강인의 아웃까지… 한국은 마치 '스티어링 휠'이 없는 자동차처럼, 공은 돌지만 방향은 없었던 것이다.
U자형이 왜 문제냐고? 돌고 돌아 제자리, 무한 루프에 갇힌 답답한 축구
U자 빌드업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른 팀도 많이 쓴다. 흔히 ‘측면 돌리기’라고 불린다. 수비진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좌우로 공을 돌리며 상대 진영을 공략할 타이밍을 찾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는 점유율을 높이고, 위험 지역에서 공을 잃지 않으면서 경기를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전술은 제대로 쓰지 못하면 ‘돌기만 하는 축구’로 전락한다. 측면으로 간 공은 다시 중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측면으로 주의를 분산시켜 상대 수비의 밀집도를 낮추고 그 틈을 이용해 중앙에서 공간을 만드는 연계 플레이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후방 빌드업을 책임지는 볼란치의 무게감이 크다. 2선의 전방 고립시 구원의 역할도 이들이 해야 한다.
만약, 빌드업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 같은데도 전진은 안 되는 답답함을 유발한다. 한국 대표팀이 딱 그랬다. 오만전에서 한국은 전체 패스 653회 중 박용우(94회), 조유민(96회), 권경원(105회) 등 수비라인과 수미 라인에서의 공 소유가 과도하게 많았고, 이 패스 대부분은 옆으로만 흘렀다.
실제로 중원에서 상대 진영으로의 패스 전개는 이강인이 투입되기 전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의미 있는 슈팅도 없다. 전진 패스가 막히고 측면으로만 공이 이동하는 순간, 상대 수비는 템포를 늦추고 블록을 형성할 시간만 벌면 됐다. 중앙이 안 뚫리니 최종적으로는 풀백의 오버래핑과 측면에서의 무한 크로스를 올리게 되고 방어 입장에서는 대응책이 너무 뻔하다. 제공권 및 세컨드 볼을 완벽히 장악할 수 없다면, 무의미한 크로스는 턴오버의 빌미만 줄 뿐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풀어줄 풀백 자원도 한국은 그다지 선택지가 없다.
한국의 U자 빌드업이 심각한 이유는, 단순히 템포가 느리다는 문제가 아니라 ‘돌파구가 없다는 것’에 있다. 오만이 쓴 5-4-1 블록은 공간이 좁고 수비 숫자가 많은 전형이었는데, 이런 팀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전진 패스와 하프스페이스 침투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진도 모두 측면 쪽으로 볼을 받으려 내려오면서, 박스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결국 황희찬의 골 장면처럼, 이강인의 창의적인 패스가 순간적으로 수비를 깨는 ‘우연에 가까운 장면’만이 유일한 공격 루트였다. 이것은 전술이라기보다 플래시성 재능에 기대는 플레이이며, 팀으로서의 공격 구조는 사실상 붕괴됐다고 봐야 한다. 오만을 비롯한 중동 팀들은 이런 한국의 빌드업 약점을 자주 이용해 먹는 경향이 있다. 요르단도 다르지 않다.

누가 이 미로를 뚫을 것인가? 전진 패스 실종 사태
축구에서 ‘중원 붕괴’는 단순한 전술 실패가 아니라, 팀 전체 구조의 문제로 이어진다. 오만전에서 한국은 중앙이 완전히 비어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백승호는 전반 38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고, 그 대체 카드로 투입된 이강인은 원래 2선 플레이메이커인데도 억지로 3선에 내려와 빌드업을 책임졌다. 실제로 들어오자마자 5분 만에 킬패스를 넣으며 황희찬의 선제골을 도왔다. 하지만 이강인 역시 후반 34분 부상으로 아웃되며, 다시 중앙은 공백 상태가 됐다. 이강인은 단 47분간 볼터치 53회, 패스 성공률 93%(45회 중 42회), 키패스 4회, 결정적 찬스 창출 2회(출처 : Sofascore)의 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이날 대표팀 전체 키패스 9회 중 44%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상황은 단발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표팀의 선수 의존적 구조에 기인한다. 현재 한국은 2선 자원은 넘쳐나지만, 3선 이하에서 볼을 끌어올릴 자원은 매우 부족하다. 김민재의 부재는 단순 수비력의 공백이 아닌, 후방 빌드업 능력의 손실이다. 황인범 또한 원래 3선 자원이 아니었다. 그나마 패싱 능력과 시야가 있으니 ‘Box to Box’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다. 이 포지션을 전공한 선수가 아닌 데다, 그를 대신할 자원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박용우나 이번엔 차출되지 않은 정우영처럼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빌드업에 필요한 전진 패스나 볼배급을 하기보다는 안전한 옆 패스를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공은 다시 좌우로 돌기만 한다. 유행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은 기성용식의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재미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선수의 육성도 성공하지 못했다.
선수가 없으면 그것을 전술적 설계를 통해 극복해나가야하지만, 현재 상황은 쉽지 않다. 사실 홍명보는 누구보다 후방 조율형 축구를 잘했던 선수였다. 그리고 이것은 감독의 전술이라기보다는 경기장 안에서의 창의적 플레이메이커에 크게 의존했다. 지도자가 된 그가 이것을 전술적으로 활용하려 하지만, 애초에 개인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이 구조는 감독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볼을 어디에 어떻게 뿌릴지는 선수가 판단한다. 그런 선수가 없어지는 순간, 공을 어디로 줘야 할지 모르고 마비가 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면, 볼란치의 허리 의존도가 적은 전술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지만,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홍명보 전술 부재론', '빌드업 무용론'이 흘러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인범의 무거운 짐, 이제는 혼자일 수 없다
선수 몇 명 빠졌다고 아시아 최강 반열의 한국이 비상이다? 황인범 또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하지만 홍명보호가 지금까지의 전술을 유지하는 한, 이강인, 백승호, 김민재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중원을 조율할 수 있는 대체 카드가 없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다.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팀의 구조가 강제로 그를 밀어 올리는 상황이다. 소속팀과의 갈등이 있지만, 이 경기는 홍명보호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요르단전에 황인범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보인다.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국대 특성상 선수 자원은 언제든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처할 방안이 있을 것인지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그의 역할이 단지 전진 패스를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르단은 알타마리를 중심으로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을 구사하는 팀이며, 실제로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을 0-2로 무너뜨렸던 바 있다. 수비적으로도 김민재의 공백이 있는 지금, 황인범은 수비와 공격을 모두 관장하는 하이브리드 역할을 떠안게 된다. 오만전에서 한국이 기록한 전체 패스 중 성공률은 89.9%로 높았지만, 키패스는 고작 1.3%다. 박용우는 94개의 패스 중 키패스는 0이다. 이강인이 아웃되는 순간 손흥민은 더욱 고립됐다. 전진 패스의 부재가 공격의 정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황인범이 출전하더라도 혼자서 이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플레이메이킹과 수비 지원을 모두 감당하게 되면, 오히려 그의 실수가 결정적인 실점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그리고 무리한 임무에 버티지 못하고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이 정도면 혹사다. 비판받기보다는 동정받을 처지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피해 가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황인범을 지나치게 중심에 두지 않는 분산형 미드필더 구조다. 수비형 박용우가 좀 더 공격적 위치로 올라가 지원하고, 이재성이 2선에서 내려와 빌드업에 기여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측면에서는 손흥민과 황희찬이 하프스페이스로 자주 치고 들어와 중앙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윙백 자원에게 더 과감한 오버래핑을 허용해 공간 창출을 유도할 수 있다. U자형 빌드업을 피하기 위해선 볼이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스며들 수 있는 길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 황인범은 그중 하나일 뿐, 유일한 통로가 되어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요르단전에서 ‘볼은 많이 돌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답답한 경기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 사우디에 밀린 차이나머니, 한국은 오일머니를 넘나..후반이 문제인 이유
- 정몽규, 첫 일정으로 천안 방문, 축구종합센터는 왜 승리의 치트키가 되었나?
- 같은 2000억대 경기장 맞나? 천국과 지옥 오가는 한화생명볼파크와 서울월드컵경기장
- 포스트 김연경 기다릴 여유 없는 배구계, ‘영웅’ 발굴하지 말고 만들어야 하는 시대
- [뉴스워커_스포츠] 광주, K리그 마지막 희망…고베 넘어야 시민 구단이 산다
- [뉴스워커_스포츠] 23골 남았다! 1000골 달성에 미쳐있는 호날두, 광주FC의 기적과 격돌.. 950골 달성 가능할까?
- 4강 좌절한 한국 당구, 프로는 흥행 중인데 동네 당구장은 전멸 직전?
- [축구 분석] 역대급 2선 끌고 나온 홍명보호, 오만하면 쇼크 먹는다... 예상 선발 라인업은?
- [뉴스워커_스포츠 이슈] 수원 참사, 홍명보의 '비책'... 4-2-3-1 만능론과 너무 늦게 꺼낸 필살기, 전술은 어디로?
- [이슈 분석] 선수 한명 콜업 못 하는 감독, T1 사태가 부른 e스포츠의 민낯, 프로스포츠 맞나?
- 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애매한 야구장 사고 책임 언제까지?
- [뉴스워커_스포츠 이슈] 흥국생명 김칫국 아직… 1차전 승리 방심은 금물? 김연경, 우승하려면 ‘이 변수’ 넘겨야
- [뉴스워커_스포츠 이슈] “국가대표팀 맞아?” 돈으로, 귀화로 축구 만든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허상, 그리고 한국
- 김재윤 어쩌나..피치클락 악몽, 25초에 흔들린 승부... 꼼수냐 전술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