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길 걷던 조선업계 활기 되찾아...그러나 제도적 장벽은 여전해
지정학적 위기 고조와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맞서 미국이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상을 본격화하며 한국 조선업계가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한때 사양 산업으로 치부됐던 조선업이 안보와 방산과 결합한 국가 핵심 전략으로 재조명되면서, 미 해군 함정의 신규 건조와 유지보수(MRO) 시장 선점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졌다.
MASGA 구상은 수십 년간 약화한 미국 내 조선 역량을 시급히 보강하기 위한 한미 간 전략적 협력이 골자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잠재적 협력과 투자 범위는 약 1500억달러(약 210조원)에 이른다. 한국은 디지털 설계, 로봇 자동화, 모듈식 생산 기법 등 첨단 기술을 공유하고, 미국은 자국 법규에 따라 조선소 현대화와 현지 건조를 추진하는 형태다. 한국의 소프트웨어(기술)와 미국의 하드웨어(시장, 안보 수요)가 결합하는 셈이다.
![HD현대미포의 선박 [사진=HD현대]](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0/399671_428929_1418.jpg)
이런 흐름 속에서 HD현대의 내부 정비도 속도를 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HD현대미포조선과 합병안을 최종 승인했다. 양사 합병 효력은 오는 12월 1일부로 발생하며, 방산과 특수선 역량을 결집한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번 합병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맞춤형 시너지라는 업계 관련자들의 해석이 나왔다.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이지스함 등 첨단 군함 건조 경험과 최근 미 해군 군수사령부의 앨런 셰퍼드함 정비 사업을 수주한 실적 등에, 중형선박 건조와 조선소 운영에 강점을 지닌 HD현대미포의 실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시급한 미 해군의 함대 보수·유지 물량은 물론, 보급선이나 연안경비함 등 중형 특수선 수요에 대응하는 데 최적의 조합이라는 평가다.
한화그룹의 행마도 빨랐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약 1억달러(약 1400억원)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 쉽야드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어 올해 8월, 미 해군 MRO와 특수선 건조 역량 강화를 위해 약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 해군과 직접 거래가 가능한 다른 현지 조선소 추가 인수를 검토하며 본토 거점을 빠르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 [사진=한화]](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0/399671_428930_1544.jpg)
그러나 이 같은 조선업계의 기류에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의 군사력 재건을 돕는 모양새가 되자, 중국이 제2의 사드(THAAD) 사태처럼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이달 초, 중국 정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연계 자회사에 중국의 안보와 이익을 침해했다는 사유로 제재를 발표했다.
넘어야 할 제도적 장벽도 남았다. 미국은 자국 항만 사이를 오가는 상선은 반드시 ▲선체와 주요 상부 구조물을 미국에서 제작하고 현지에서 최종 조립해야 하며 ▲미국 국적 소유와 미국 승조원 탑승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 이른바 존스법(Jones Act.)을 고수한다. 또 미 해군 군함은 해외 조선소 건조가 금지됐고, 특수 금속 등은 국내산 조달을 강제하는(DFARS 등) 규정이 있어, 한국 기업이 기술력을 이전하더라도 현지 생산에 따른 제약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계의 활기가 주로 방산 쪽에 집중된 면이 있지만, 미국과 협력 구상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전반이 크게 들썩이는 분위기"라며 "실제 수주로 연결될 경우 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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