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주서 MOA 체결...미 군수지원함 사업 공동 대응 예정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흐름을 타고 한국 조선업계가 활기를 띠었다. 이러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분할 건조’를 통한 미국 진출 방식을 택해 업계 관련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와 미 해군 차세대 함정 시장 공략에 나섰다. 양사는 이달 26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상선 및 보조함 설계건조 협력' 상호협력합의서(MOA)를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 CI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CI [사진=HD현대중공업]

양사 협력은 지난 4월 7일 생산성, 비용, 납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 교환으로 시작됐다. 지난 9월 HD현대중공업이 미 7함대 앨런 셰퍼드함 정비에 착수했고, 이달 초 임직원이 잉걸스 조선소를 방문해 기술 교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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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MOA는 4월 MOU의 구체적 실행 단계로, 분할 건조와 유연 건조를 위한 공동 투자, 기술 협력을 명시했다. MOA의 핵심은 분할 건조 협력과 이를 기반으로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ext-Generation Logistics Ship, NGLS) 사업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다. 분할 건조는 선체 블록, 모듈을 여러 조선소에서 제작 후 한 곳에서 최종 조립, 시운전하는 방식이다. 

양사 협력의 첫 목표는 미 해군 NGLS 개념설계 사업이다. 미 해군은 9월 10일 NGLS 개념설계 RFP(제안요청서)를 공고, 제안 마감은 10월 31일로 연장했다. 이 사업은 상용 규격 활용과 효율적 비용 설계를 요구한다.

미 해군은 복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양사는 공동 팀을 구성해 RFP에 대응한다. HD현대중공업의 설계 능력과 잉걸스의 미 해군 사업 경험을 결합하는 전략이다.

이번 협력은 미국산 우선주의의 미 군함 시장에 한국 기술이 진출하는 모델로써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현행 미국 연방법(10 U.S.C. §8679)은 미군 함정과 주요 구성품의 해외 건조를 금지한다. 양사 전략은 이 법규를 우회하는 것이 아니라, 법규 준수 틀 내에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USNS 앨런 셰퍼드함 [사진=The U.S. Navy's Military Sealift Command]
USNS 앨런 셰퍼드함 [사진=The U.S. Navy's Military Sealift Command]

즉, HD현대중공업이 설계, 엔지니어링, 자동화 기술, 연구개발 역량을 제공하고, 잉걸스가 미국 내 인프라에서 최종 건조, 통합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MOA의 분산 생산 투자와 공정 최적화 제안도 이 전제 하에 이뤄졌다. 이 협력 모델은 군 보조함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9월 앨런 셰퍼드함 정비 착수처럼 인도태평양 내 미 함정 MRO(유지, 보수, 정비) 역량 강화도 병행 추진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개별 함정 수주를 넘어선 전략적 분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미국 조선업계의 비용과 생산성 한계를 우리나라의 검증된 상선 역량으로 보완하고, 우리나라는 미 본토의 법규, 인프라 제약을 넘어 협력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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