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도 수혜, AI 버블 끝난 뒤 연착륙 가능할지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엔비디아와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AI 관련주가 사상 최고 수준을 오가는 사이, 글로벌 투자은행과 빅테크 최고경영자까지 AI 버블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에선 반도체와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망, 2차전지, 건설사까지 AI 호황의 한 축으로 묶이며 버블이 꺼졌을 때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이 커졌다.
![AI 관련 사업들은 호황을 겪는 중이다. [사진=인공지능(ChatGPT) 생성 이미지]](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899_435073_329.png)
글로벌 자본시장에선 이미 ‘AI 프리미엄’이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관련 기업들의 예상 이익 증가분 상당 부분이 이미 시가총액에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도 AI 투자를 둘러싼 ‘비이성적 요소’를 언급하며 버블 붕괴 시 어느 기업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번 AI 버블 논쟁이 과거와 다른 것은 자본시장을 넘어 실물 인프라 투자까지 강하게 자극하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대비 2030년 두 배를 넘어 약 945테라와트시(TWh) 수준까지 늘 전망이다. 이는 일본 전체 전력 사용량을 웃도는 규모로, 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AI 특화 데이터센터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전망을 근거로 미국과 유럽, 중동에서는 300~500MW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고압 송전선과 변전소, 대용량 변압기, 냉각 설비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한국전력과 발전 공기업뿐 아니라 LS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대한전선, 일진전기 등 국내 전력 설비·기자재 업체들도 수주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다만 IEA는 발전소와 재생에너지 투자 속도에 비해 송배전망 투자가 뒤처져 전력망이 AI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전기요금과 전력 공급 안정성이 동시에 위협받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DL이앤씨가 준공한 가산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DL이앤씨]](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899_435074_538.jpg)
데이터센터 건립은 국내 건설사들에 새로운 알짜 수주로 떠올랐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은 수도권과 지방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클라우드·AI 데이터센터 공사 입찰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AI 전력 수요 증가는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2차전지 산업에도 새로운 기대감을 줬다. IEA는 2024년 전기차 판매가 1700만 대를 넘어서면서 연간 배터리 수요가 처음으로 1TWh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2030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만 3TWh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전기차 외에 전력망용 ESS 비중도 빠르게 늘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둔화와 AI 인프라 기대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와 주문 조정을 이유로 올해 설비투자를 최대 30%까지 축소하겠다면서도, 기존 공장 효율화와 차세대 배터리·ESS 중심 투자로 방향을 틀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글로벌 기업과 로봇–AI 시대의 HR의 역할을 논의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899_435075_70.jpg)
삼성SDI와 SK온도 전기차 완성차 고객사의 생산 계획을 주시하면서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연계용 대형 ESS 사업 비중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CNGR, 파이노와 함께 ESS용 인산철(LFP) 양극재 공장 추진에 나서는 등 2차전지 소재 업체들도 AI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완성차 기업들도 빠르게 AI 호조세에 올라탈 준비를 마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 합작 공장 투자, 210억달러(약 29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 속에 자율주행·로보틱스·AI 분야에 60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배정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 AI 연구소 설립에도 4억달러(약 56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전문가들은 AI를 둘러싼 버블 논쟁이 단순한 주가 과열 여부를 넘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배터리 설비에 대한 중장기 수요 전망을 재점검하는 계기라고 봤다. AI 특수에 올라탄 기업들의 투자가 실제 수요와 얼마나 오차를 보이는지, 수요가 예상보다 완만할 경우 어느 속도로 투자 조정이 이뤄지는지가 향후 몇 년간 실적과 산업 구조를 가르는 변수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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