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수요 확대로 에너지·중공업·건설업 등 매출 기대
미국 알래스카 LNG 사업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참여 의지를 밝히고, SK그룹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연료라고 규정하면서 국내 에너지 산업 지형이 다시 LNG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같은 시기 국내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기업들의 장기 전략과 엇갈려,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요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523_434504_3946.png)
알래스카 LNG프로젝트는 미국 북슬로프 가스전을 남부 수출터미널과 잇는 약 1300㎞ 길이의 가스 파이프라인과 연 2000만톤(t) 규모 액화·수출 설비를 묶은 초대형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400억 달러(약 56조원) 이상으로 추산돼, 미국 내에서도 리스크가 큰 고비용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프로젝트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도입과 강재 수출을 묶은 복합 거래 구조를 택했다. 알래스카 LNG 개발사 글렌파른과 연 100만t 안팎의 LNG를 20년간 인수하는 예비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가스 파이프라인에 들어갈 강관, 강재 공급과 지분 투자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틀을 짰다. 최종 투자 여부는 내부 심사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회사는 밝혔지만, 국내에서는 LNG 도입선 다변화, 포스코 그룹 강재 수출, 향후 LNG 운반선 수주 기회까지 한 번에 노린 포석으로 읽혔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도 LNG에 대한 ‘롱 포지션’을 키우는 흐름이다. 최근 토탈에너지와 연 100만t, 10년 장기 공급 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기존 계약분을 포함해 2028년 이후 연 300만t 규모까지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평택, 인천, 통영 등 국내 터미널을 거점으로 발전 공기업과 도시가스사에 도매 공급을 이어가는 구조 속에서, 장기계약 비중을 키워 가격, 물량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GS에너지와 SK E&S가 합작 투자한 보령 LNG 터미널의 상량식 [사진=SK이노베이션]](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523_434505_4227.jpg)
민간에서도 포스코, GS, SK 등이 LNG 인프라의 중간단을 두텁게 쌓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 터미널 탱크를 계속 증설하며 국내 첫 민간 LNG 허브 역할을 강화했다. SK E&S와 GS에너지는 보령 LNG 터미널을 공동 운영하며, 미국 프리포트 LNG 액화 시설과 220만t 단위 톨링 계약을 맺어 북미 셰일가스를 장기로 들어오는 구조를 갖췄다.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최근 국제회의에서 LNG를 “일시적 가교 연료가 아니라, AI 시대를 떠받치는 파트너 연료”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출력 변동을 메울 기저 전원, 중간 부하 전원이 필요하고,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이를 더 키운다.
SK E&S가 미국·동남아 가스전과 프리포트 LNG에서 확보한 물량을 바탕으로 파주, 보령 등 LNG 발전소를 가동하고, 여기서 나오는 현금 흐름을 배터리, 전기차 등 적자 사업을 보완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는 포트폴리오 재편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자본시장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1월 들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국내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천연가스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이 한 달 새 20% 안팎으로 급등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 자금은 삼성, KB, 메리츠 등이 내놓은 인버스 2배 천연가스 ETN에 대거 유입됐고,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10%를 훌쩍 밑도는 구간에 머물렀다. 기업들은 10~20년을 내다보고 LNG 계약과 인프라에 장기 자금을 넣는 반면, 개인은 단기 가격 고점을 예상해 ‘가스 하락’에 레버리지로 베팅하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LNG 연료를 공급하는 모습 [사진=인공지능(ChatGPT) 생성 이미지]](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523_434508_506.png)
이러한 기류의 공통분모는 결국 AI 시대 전력 수요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일반 검색보다 서버당 전력 사용량이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 JERA와 도쿄가스, 대만 CPC 등이 알래스카 LNG와 계약을 검토하는 배경에도 자국의 데이터센터와 AI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장기 연료 확보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되는 만큼, 당분간 LNG 발전이 이들 프로젝트의 그림자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건설, 중공업계에도 이런 흐름이 파생 수요로 이어진다. 알래스카 LNG가 최종투자결정(FID)에 도달할 경우, ▲포스코 그룹 강재, 강관 수출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의 LNG 운반선 수주 ▲파이프라인, 터미널, 발전소 시공에 참여할 국내 건설사들의 일감이 단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광양, 보령 등 터미널 증설과 LNG 발전소 신·증설 사업이 이어지며 철강, 건설, 조선업계 매출로 한 차례 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 전력 수요 증가 → LNG 발전·인프라 확대 → 강재·배관·선박·건설 수주’라는 가치사슬이 조용히 형성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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