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 박수현 기자]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일대 5개 클럽 방문자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고의로 연락을 피하고 있는 클럽 방문자들의 법적 처벌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11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3000여명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사용내역 확인, 경찰청 등의 범정부적인 협조를 통해 적극 추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재확산은 정부가 가장 우려했던 결과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어디로 확산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역감염은 "유사환자가 늘 수 있는 새로운 국면"(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지금까지는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추적해 의심환자를 격리하고 전염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19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 밝혀지는 ‘아웃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자들의 자발적인 검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검사 과정에서 성 정체성이 원치 않게 드러날 수 있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의료기관을 찾는 자체로 성 소수자로 낙인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한국 내 성소수자들이 혐오 등 차별을 받고 있어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확진자 추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동성애자들의 사우나 시설로 알려진 ‘블랙 수면방’에 대해서는 아직 외부에 그 실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정보들이 판을 치고 있다. 누리꾼들은 ‘동성애는 정신병이니 중국처럼 금지ㆍ처벌해야 한다’ ‘성 소수자 명단을 만들어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등의 혐오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혐오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지자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12일 긴급대책본부를 출범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낙인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선언했다.

'커밍아웃’한 방송인 홍석천씨는 12일 자신의 SNS에 이번 사태와 관련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본인과 가족, 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다. 방역 당국과 의료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쏟은 그동안의 힘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하길 간곡히 권한다"고 호소했다.

우리사회가 아직 동성애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동성애자를 대하는 변화의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태도도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일부 언론의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는 자극적인 보도는 중단되어야한다. 일부 매체들이 방역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성 소수자에 대한 낙인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 성 소수자들이 더 꽁꽁 숨게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무분별한 비판이 지속될 경우 성소수자들이 신종 코로나 검사 자체를 피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한 온라인 동성애 커뮤니티에서는 ‘이태원이나 블랙을 갔다 온 사람들 절대 검사 받으러 가지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는 등 성 소수자들에게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도록 권유하는 내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일로 커밍아웃이 됐다고 해서 기본권 박탈이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들도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19 사태는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법적 고려와 고정관념,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할 적기 인 것 같다. 기자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19 관련된 기사와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소수자를 향한 모욕과 혐오표현들이 넘쳐나는것이 서글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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