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경영권 분쟁의 긴 이야기] 무려 20여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분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이 있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그곳으로 사실 이 두 기업은 형제그룹이다. 지난 2000년,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에서 분사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분사 시,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 지분 40%와 미르2 IP를 공동 소유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001년, 위메이드가 미르의 전설2를 출시했다. 위메이드는 중국 현지 퍼블리셔 ‘샨다게임즈(이하 샨다)’를 통해 미르2를 ‘열혈전기’라는 명칭으로 출시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출시 직후 동시 접속자 60만 명을 넘으면서 중국진출에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중국 진출 이후 동지에서 분열된 두 기업, 각종 소송전
그러나 2002년, 샨다가 100억 원 대의 로열티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시장에서의 위기가 찾아왔다. 샨다가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자 2003년,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서비스 계약을 파기했지만 같은 해 8월, 액토즈소프트가 샨다로부터 밀린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미르2 중국 서비스 계약을 2년 연장하면서 위메이드와 사이가 벌어졌다. 위메이드는 이들의 연장계약에 대해 “지적재산권 위반”이라며 가처분 소송을 진행했지만 2004년,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고, 2005년에는 중국서비스 계약을 3년이나 연장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 간의 본격적인 저작권 분쟁이 시작됐다.
2007년 2월, 중국 인민법원은 화해조정을 권고했다. 화해조정에 따라 위메이드는 액토즈가 소유한 위메이드의 지분 전량인 40%를 2000만 달러에 매입했고, 샨다가 서비스하는 ‘미르의 전설2’의 로열티를 위메이드와 액토즈가 7:3으로 나누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위메이드는 저작권 침해 소송을 역시 취하하며 이들의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했다. 2016년, 위메이드가 중국 게임사와 미르의전설2 IP 단독 계약을 진행하자 2017년, 액토즈소프트가 위메이드를 상대로 IP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 것이다. 또한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와 협의 없이 샨다와 SLA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이 두 기업은 과거의 공동체에서 완전히 갈라섰다. 위메이드는 샨다와 액토즈소프트가 맺은 SLA연장계약이 ‘미르의 전설2’ IP에 대한 공동저작권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며, 싱가포르 ICC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승자는 과연..
2020년 6월, 위메이드가 싱가포르 ICC(국제 중재 재판)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위메이드는 약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산정하는 최종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반면, 2021년 12월, 중국에서의 소송은 위메이드가 최종 판결에서 패소했다. 앞선 1심에서는 위메이드가 승소하는 등 중국 법원이 액토즈소프트가 위메이드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지만, 마지막 재판에서 위메이드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도 SLA연장계약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결하며 액토즈소프트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양측은 모두 승소와 패소를 반복하며 분쟁을 이어갔다.
-위메이드의 위기, ‘위믹스’ 상장폐지
한편, 2022년 11월 24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이하 닥사)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상장폐지 배경으로는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에게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문제 등을 거론했다. 위믹스는 상장폐지 예고기간을 거친 뒤 12월 8일 오후 8시에 5대 거래소에서 거래 종료됐다.
이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11월 25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24일 내려진 결론으로 인해 많은 분들과 투자자들, 위믹스 홀더와 주주들에게 심려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만 이번 상장폐지는 업비트의 갑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가 유통계획을 제출한 거래소는 업비트 단 한 곳뿐”이라며 “문제는 유통량 계획서와 실제 유통량 간 차이에서 시작했는데, 지금도 업비트에 들어가 보면 유통 계획서가 없는 코인이 부지기수다. 위믹스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다른 코인에 적용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상장폐지 공지 직후 위믹스 코인은 2000원대에서 700원대까지 급락했고 25일에는 600원대로 떨어졌다. 게임업계에서 상징성이 큰 위믹스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사실상 다른 P2E 관련 코인들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불복 절차를 밟던 위메이드는 결국 지난 2월 17일, 3개 거래소를 상대로 진행 중인 항고와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분쟁을 마무리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소송전
지난 1월 6일, 액토즈소프트가 중국에서 위메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르의 전설2의 각색권 수권행위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소송이었다. 동시에 500만 위안(약 9억2,500만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1월 10일,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중급인민법원은 미르2 관련 각색권 수권행위 금지 소송에서 액토즈소프트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일전에 중국 법원 1심에서 위메이드가 승소했으나 최종 판결에서는 패소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중국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월 6일 보도된 언론 등에 따르면 액토즈소프트 측은 위메이드가 공동 저작권자로서 IP에 대해 남용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각색권 문제는 여러 소송 중 한 건이라며 위메이드에 대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향후 소송에 대해서도 “항소할 예정이고 다음 주에 입장을 낼 것이다. 저작권자 권리가 인용이 더 되면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수권은 2023년 9월 28일까지는 액토즈소프트한테 있다”고 주장했다.
-위메이드, 중국 라이선스 사업 확대 속력
한편, 위메이드는 자사의 지식재산권 ‘미르의 전설2’을 통해 중국 내 라이선스 사업 확대를 위해 속도을 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2023년 1월 1일, 중국정부가 ‘중국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불리는 국영 거래소를 출범했기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해당 거래소에 미르2 IP를 앞세워 진출하려는 전략이다.
지난 9일 장현국 대표는 이날 진행한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시장에서 커지고 있는 기회를 레버리지 해 과거의 분쟁을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라며 “이제 중국 사업으로 그 결과물들을 집대성할 모멘텀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1년 중국에 출시한 ‘미르의 전설 2’부터 시작해서 위메이드는 긴 중국 사업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15년엔 ‘열혈전기 M’이 중국 모바일 1장 1위를 하기도 했다”며 “물론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저작권 침해, 각종 소송과 같은 시련도 겪어왔다. 이는 특수하고 특별한 경험으로 이를 통해 위메이드가 중국 게임 시장과 산업에 대해 남다른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밝히며 중국시장에서 위메이드의 입지를 굳게 다지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위메이드, 액토즈소프트와 전격 화해하나
긴 세월 동안 분쟁을 이어가던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간의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로 액토즈소프트와 전기아이피가 미르2,3 독점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중국지역에서 ‘미르의 전설 2, 3′ 제반 라이선스 사업에 대한 독점권 계약으로, 계약 기간은 5년동안 액토즈소프트는 ‘미르의 전설’ 게임 및 지식재산(IP) 관련 개발권, 운영권, 개편권, 수권 권리 및 단속권 등과 관련된 모든 독점권을 보유하게 된다. 이에 대한 로열티는 연간 1000억 원으로 위메이드의 자회사인 전기아이피가 수취하기로 했다.
이어 같은 날 장현국 대표가 컨퍼런스콜을 가졌던 그날(9일) 액토즈소프트 구오하이빈 대표는 “이번 계약은 ‘미르의 전설’ 공동 저작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향후 진행될 미르 IP 사업을 위한 첫걸음이다”라면서 “양사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르 IP를 보호하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두 회사 간의 갈등이 봉합되었음을 시사했다. 장현국 대표 역시 “(미르의 전설2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관련)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합의를 통해 협력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며 과거에는 소송전으로 얼룩졌지만 앞으로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을 확신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위메이드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미르4와 미르M의 중국어 버전이 준비되어있는 상태이며, 미르는 중국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IP이기 때문에 위메이드가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한 오랜 분쟁을 끝내고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액토즈소프트와의 협력으로 위메이드가 중국시장에서 자유롭게 날갯짓을 하며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거라 기대되는 시점이다.
한편, 장현국 대표는 1974년 10월 8일 생으로 위메이드와 위메이드 맥스 대표이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경영공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의 권유로 넥슨에 입사했었고 네오위즈모바일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2019년 3월, 위메이드 대표이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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