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데 장 회장 측의 입김이 당연히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최 회장의 행보에 이 두 그룹의 공동경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22년 8월, 한화 계열사인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당시 한화H2에너지USA)이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 5%를 확보한 것이 계기가...<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재계 돋보기] 고려아연은 현재 영풍그룹과 경영권 분쟁 중이다. 영풍기업의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영풍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고 영풍기업은 꾸준한 수익창출을 일으키는 즉, ‘캐시카우인 고려아연을 놓칠 수 없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설립부터 영풍과 떨어질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지분을 늘리면서 자신의 힘과 덩치를 키우는 중이다. 이 둘의 관계가 공생으로 지속 될 지, 아니면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회사로 도약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의 설립 역사


고려아연은 1990년에 상장돼 2022년 기준, 매출액이 1121935860만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영풍그룹의 계열사 중에서도 수익률의 많은 부분을 기여하는 회사다. 영풍기업의 모체는 최기호, 장병희 공동 창업자가 1949년 설립한 영풍기업사인데 창업 초기에는 주로 농수산물과 철광석을 수출하는 업무를 했었다. 그러다 1960년대 초, 일제시대 당시 미쓰비시가 세운 칠성광업사를 정부로부터 불하받아 연화광업소를 설립했으며,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아연제련소를 준공하면서 비철금속 제련업에 진출했다. 이어서, 1974년 경남 온산에 고려아연 주식회사를 설립해 온산 아연제련소를 갖추며 성장했다. 이후 꾸준히 회사를 키워 국내 아연시장의 공급을 주도하는, 지금의 고려아연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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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경영구조 갖는 두 그룹


고려아연은 위와 같은 창업의 과정을 거치면서 최기호 명예회장과 장병희 명예회장, 두 일가의 공동경영 구조를 형성했다. 시간이 흘러 1980년대 후반에 이르자 공동창업자들의 2세들이 회사를 물려받았는데 장 명예회장의 차남인 장형진 회장이 영풍을 물려받았고, 최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이 고려아연을 물려받았다. 그 후, 최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최창근 회장이 취임했으며 작년 12, 최 회장의 뒤를 이어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취임해 현재까지 고려아연을 경영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 일가가 경영하지만 지분은 장 회장 측이 최대주주이다. 고려아연이 공동 경영구조를 갖는다는 말은 이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회장의 이력과 취임 후 성과


최윤범 회장은 1975년 생으로, 미국 애머스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로스쿨을 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7년 고려아연에 합류했다. 최 회장은 상무, 전무이사, 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거친 뒤 202212월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고려아연은 창업 3세인 최 회장의 취임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719억 원이다. 부채비율 역시 20232분기 기준으로 23.32%로 양호한 편이다. 한편, 영풍은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이 118억 원으로 올라섰지만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치로만 봐도 최 회장의 취임 후 고려아연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성과 덕분에 소액주주들도 최 회장에게 우호적인 입장이다.


-얽혀있는 지분구조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현황(금융감독원)

회사의 공동 경영구조 덕분에 고려아연의 지분구조는 영풍기업과 얽혀있을 수밖에 없는 형태다. 최대주주만 보더라도 영풍은 고려아연의 26.11%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다. 기타 주주로 분류되는 영풍의 장형진 회장도 고려아연 지분을 3.63% 보유하고 있어 장 회장 측 일가가 가진 고려아연 지분을 모두 합하면 30%가 넘는다. 지난해 8월 기준, 장 회장 측 지분은 32.23%였다. 그 외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 8.28%, 한화 외 3인이 8.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최 회장 측 지분율은 같은 달 기준으로 15.92%(이 중 최윤범 회장의 지분율은 1.72%.)이며 한화에너지 5%, LG화학 1.97%등 우호지분을 합하면 12.90로 총 28.82%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어 장 회장 측 지분율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공동경영에 생긴 분열


따라서 최 회장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데 장 회장 측의 입김이 당연히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최 회장의 행보에 이 두 그룹의 공동경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228, 한화 계열사인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당시 한화H2에너지USA)이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 5%를 확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은 최 회장 측 우호세력이다. 장 회장 측에 비해 고려아연의 지분율이 낮은 최 회장 측은 우호세력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며 계열 분리를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주요 사건 개요(뉴스워커)

이에 장 회장은 영풍의 계열사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에이치씨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0.58%를 추가로 사들이며 두 집안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어서 202211, 최 회장 측이 또다시 우호세력과 자사주 교환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행보를 보였다. 한화가 보유한 자사주 7.3%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1.2%를 맞바꾸고, LG화학이 보유한 자사주 0.47%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1.97%를 주고받은 것이다.


-세력 키우는 고려아연


고려아연은 317,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3월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회 구성원이 11명 중 6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이사회의 구성이 대거 바뀌게 됐는데 이때, 최 회장 측은 자신들의 측근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려 움직였다. 그리고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최창근 명예회장, 노진수 부회장, 백순흠 부사장을 대신해 박기덕 현 고려아연 사장, 박기원 온산제련소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최 회장의 사촌인 최내현 켐코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는 김보영 한양대 교수, 권순범 법부법인 솔 대표변호사가, 감사위원은 서대원 BnH 세무법인 회장이 맡게 됐다. 새로 추천된 인물들은 모두 최 회장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로 구성돼, 이사회에서 장 회장 측 인사는 장형진 고문 한명만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주총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이 이사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거나 경영권 분쟁을 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주총에서 두 그룹은 표면적으로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택했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의 회장 취임을 찬성했고 새로운 이사 선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최 회장도 영풍정밀 주주총회에서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과 협업 관계 맺은 고려아연


한편, 현대차그룹이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명목으로 고려아연과 손을 잡았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높은 수준의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양질의 니켈을 공급받기 위해서이다. 두 회사의 협업을 통해 니켈 수급이 안정화되면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자체 개발 배터리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려아연은 폐배터리에서 니켈·리튬·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를 회수하는 건·습식 융합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편, 최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정기적인 납품을 통해 확실한 매출처를 확보함과 동시에 사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협업을 통해 우호지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지분율 역전하다


지난달 30,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이 33.4%가 돼 영풍그룹의 지분율 31.3%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됐다. 이에 반발한 장 회장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의결한 고려아연 임시 이사회에 불참하며 반대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분율 뿐 아니라 회사의 성장가도 등, 최 회장 측의 세력이 점점 장 회장 측을 넘어서는 가운데, 고려아연과 영풍그룹 간의 경영권 분쟁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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