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재계 돋보기] 유니켐(이장원 대표)은 1976년 4월27일에 설립돼 핸드백과 자동차 시트 등에 필요한 피혁원단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다. 프라다, 버버리, 코치 등 명품 패션브랜드와 현대, 기아 등 자동차회사에 원단을 납품하고 있으며, 2022년 12월 기준으로 매출액이 1200억 대의 중견기업이다. 1989년 12월 14일에 상장된 유니켐은 최근 ‘햇발(정재형 대표)’과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이다.
-햇발 정재형 대표는 누구? 유니켐 투자 이유
정재형 대표는 1971년 3월 13일 생으로 ㈜정앤정펌과 ㈜햇발, 호텔 스위트캐슬을 소유하고 있는 대표이다. 정앤정펌은 GS건설과 함께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고산 2지구 1822세대 아파트 사업을 하는 시행사다. 햇발은 고산 3지구 개발을 위해 만든 시행사로 정 대표는 주로 주거용 건물개발 및 공급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외에도 ‘어린이 유괴 성범죄 추방 국민 운동본부’ 공동대표와 서초포럼 후원회장 등도 겸하고 있다.
4월 26일 뉴스로드와의 인터뷰에서 정 대표가 왜 유니켐 지분을 사들였는지, 왜 주주 행동을 시작했는지 엿볼 수 있다. 정 대표는 일전에도 유니켐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주주가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5월 12일 보도된 이장원 대표의 인터뷰라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이장원 대표는 “6월부터 시작될 예정인 콘도분양이 마무리 되면 유니원은 부채 없는 27홀 골프장을 갖게 될 예정이며, 건설사와의 협의를 통해 분양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유니켐과 유니원이 카스카디아GC로 인해 자금부담은 없도록 짰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기초로 햇발이 자체검토를 한 뒤, 유니켐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정재형 대표 ‘주주행동 시작’...골프장 사업에 대한 석연치 않은 점 때문?
2022년 7월, 비상장 기업인 햇발이 유니켐 주식을 매수했고 주주제안에 나섰다. 상법상 1% 이상의 주식을 6개월 이상 가지고 있거나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데, 햇발이 유니켐의 지분 3.1%를 취득해 주주제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햇발의 정 대표가 유니켐에 주주행동을 시작한 이유로는 석연치 않은 일들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 내 권리를 찾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유니켐이 신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골프장 사업에 대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문제의 골프장 사업권
유니켐은 현재 유니골프앤리조트에 골프장 및 콘도 관련 사업 일체를 유니원에 일임해 진행하고 있다. 햇발은 이것이 유니켐 주주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사업을 위해서는 유니켐 지분 100%의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유니켐이 직접 해당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니켐의 자회사 유니원은 유니켐이 2017년 11월에 인수한 회사다. 유니켐이 15억 원, 유니가 10억 원을 내서 인수한 뒤 핸드백 부문을 담당하게 해 유니켐은 고가, 유니원은 중저가 브랜드를 맡아서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며 운영 중이다. 유니골프앤리조트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약 183만㎡ 규모의 카스카디아 GC를 개발하고 있다. 유니켐은 유니원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고 유니골프앤리조트는 유니원의 100% 자회사다. 유니켐은 향후 유니원을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정재형 대표, 소송제기와 가처분 신청까지..
2023년 2월 2일, 정 대표는 유니켐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다음 달인 3월에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주주행동을 본격화했다. 햇발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은 정기주총 때 햇발의 정재형 대표와 정성욱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유니켐 사내이사 후보로 제안하는 안건을 올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용기 지암회계법인 공인회계사를 감사후보로 제안하는 안건도 제시했다.
-주총의 결과...햇발에 유리하게 흐르나
3월 31일, 유니켐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총 3명의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주요안건에서 사내이사 후보가 유니켐 측 후보와 햇발 측 후보로 갈렸다. 유니켐 측 후보는 이은경 기타비상무이사, 김윤회 유니켐 사장, 최동선 유니켐 영업본부장이었고 햇발 측 후보는 정재형 햇발 대표이사, 정성욱 햇발 CFO였다. 4월 3일, 정기 주주총회 결과가 공시됐는데 정재형 햇발 대표가 유니켐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햇발이 후보로 올린 이용기 지암회계법인 공인회계사도 감사로 최종 선임돼 유니켐에 대한 햇발의 영향력 행사가 용이해 졌다.
-햇발, 지분 경쟁 본격화.. 지분율 5% 넘겨
총 이후 4월 5일 공시를 통해 햇발은 유니켐 주식 239만5417주, 신주인수권부사채 17만7077주를 확보하며 지분율을 늘리고 있음을 공시했다. 주식보유 목적 역시 경영권 영향이라고 밝혔다. 햇발의 특수관계사인 제이에이치사람들 역시 주식 70만8205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 82만403주를 확보했다. 따라서 햇발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 및 채권이 총 410만1102주에 달해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이 약 총 5.455%가 됐다.
-유니, 햇발에 대응하며 지분 늘려
햇발의 공세에 유니켐의 최대주주인 유니도 4월 4일부터 6일까지 유니켐 주식 42만1159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 17만5000주를 사들였다. 4월 7일에도 주식 42만4030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로써 유니의 유니켐 지분율은 18.42%에서 19.94%로 늘었다. 여기에 이장원 대표이사의 지분율 0.55%와 퇴임한 이은경 기타비상무이사의 지분율 1.05%을 더하면 유니의 지분율은 21.54%(신주인수권부사채 포함)가 된다.
-분쟁 2라운드: 햇발, 임시주총 소집허가 소송제기
햇발이 유니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5월 18일, 유니켐은 이사회를 열어 오는 6월 말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햇발은 임시 주총 안건으로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의 신규 선임안으로 제시했다. 정성욱 햇발 CFO를 사내이사 후보로, 백문호 전 서울서부지검 수사과장과 조남복 전 삼일회계법인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더불어 정재열 유니켐 사내이사 해임안도 발의했다. 정재열 이사에 대해서는 해임이유로 작년 49차례 열린 유니켐 이사회 중 2차례만 참석한 점을 꼽았다. 또한 유니켐의 고객사인 두올의 대표인 정재형 이사가 유니켐의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 상충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해임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켐, “햇발은 장기적 회사 성장에 관심 없어”
6월 12일에 보도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장원 유니켐 부회장은 햇발의 주주행동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례로 햇발이 발의한 정재열 사내이사 해임안은 전문지식 없이 인재를 놓치는 행보라며 정재열 이사가 어떤 인물인지 설명했다.
유니켐이 가죽을 만들고 패턴을 완성하면 봉제 회사에 보내 꿰매는 작업이 들어가는데, 그 후 의자로 조립해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재열 이사는 이 봉제 회사의 대표로, 30년 이상 현대·기아차와 영업을 해온 사람이다. 2015년, 이 부회장이 사업을 시작할 때, 영업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 정재열 이사에게 사내이사를 부탁하며 영업을 도와달라며 붙잡은 인물임을 밝혔다. 유니켐에 가장 중요한 현대·기아차 영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정 이사를 햇발이 내보내려고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유니켐의 사업내용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인맥이 없으면 성공시키기 힘들고 사업을 유지하기에 어려움이 있는데 햇발에서 이사로 추천한 인물들은 햇발의 CFO, 법무사님, 세무사님이다. 이 분들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의 주된 영업과는 전혀 무관한 업종이다.”라고 밝혔다. 햇발이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달라고 보낸 편지에 자신들은 스포츠서울, 제이스코홀딩스를 경영했다가 얼마 안 가 회사를 팔았다고 적어 놓은 것을 봤다며 이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햇발이라는 기업에 느낀 것은 회사를 장기간 경영해서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어려운 일보다 인수·합병(M&A)에 더 관심이 많은 회사인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니켐과 햇발 간 난무하는 소송
이어서, 유니켐과 햇발 모두 소송 전을 불사하며 각자의 방법대로 경영권을 지키거나 혹은 위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햇발은 4월, 정재형 대표를 임시 주총 의장으로 선임하고 추가로 이사 3명을 선임해 달라는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에 대해 유니켐은 임시주총을 열어 지난 3월에 선임한 정재형 사내이사와 이용기 감사를 해임하고, 회사 측이 내세우는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유니켐은 이은경, 최동선, 오상돈, 이동래 사내이사 후보와 박호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이상원 감사 선임 안건도 올렸다. 그러자 이용기 감사가 자신의 해임안과 유니켐이 제시한 안건 의결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것이 6월 14일에 공시됐다. 또한 햇발은 정재형 사내이사, 이용기 감사에 대한 해임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소액주주들의 표를 결집하기 위한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참고서류’를 공시했다.
-법원의 판단은?
이에 대해 법원은 햇발 측이 감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니켐 측이 제시한 주총 안건 상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햇발의 주총 소집은 허가했다. 이에 따라 유니켐은 이른 시일 내, 정 대표가 의장을 맡아 햇발이 제시한 안건만으로 임시 주총을 열 예정이다. 또한 유니켐의 주요 경영진 정재열 기타비상무이사가 최근 사임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주요인물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뿐 아니라 햇발의 공세로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유니켐 지분구조는?
유니켐의 최대주주는 유니다. 유니와 특수관계인인 이은경은 0.86%의 지분을, 이장원 부회장은 0.45%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3.6%다. 유니는 이장원 유니켐 대표이사 부회장 일가의 가족회사로 이장원 부회장이 25%, 배우자가 25%, 자녀 두 명이 각각 25%씩 지분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 한편, 햇발은 8월 21일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9%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특수관계인인 제이에이치사람들의 지분과 합한 것으로 제이에이치 사람들의 지분은 6.8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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