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권 분쟁이 발발한 후, 가족 간의 갈등 역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사건들이 속속히 등장했다. 4월 27일, 이들의 갈등으로 경찰차 3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28분 신고를 받은 경찰은 뉴타워오피스텔로 출동했으며 심광경 회장이 오피스텔 특정호실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고 언쟁이 있었다고...<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재계 돋보기] 제일바이오(대표 심광경)는 동물의약품 전문회사다. 심광경 회장이 1977년에 설립한 제일화학공업이, 2002년에 제일바이오로 사명을 변경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심 회장은 1938년 생으로 올해 84세의 고령이다. 그는 창립한 이래로 단 한 차례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적이 없는 오너다. 하지만 올해 4, 장녀 심윤정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퇴임에 직면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표 자리에 딸이 취임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경영권 다툼이 심화됐다. 제일바이오의 경영권 분쟁은 딸이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며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 특이점이다.


-2세 경영의 시작과 반란, 심윤정 대표는 누구?


1967년 생인 심윤정 대표는 아버지 심광경 회장과 어머니 김문자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밑으로 1971년생 심의정 사장과 1973년생 심승규 전 대표가 있다. 사실 제일바이오는 2005년부터 2세 경영이 시작됐었다. 20053, 정기주총에서 장남 심승규 전 대표가 사내이사에 처음 선임되면서 누나들보다 먼저 회사 등기임원이 됐다. 1년 뒤인 2006, 심 전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기획업무를 총괄하며 CEO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심 전 대표가 추진하던 중국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고 결국 20166, 퇴임을 결정해 지금까지 경영 일선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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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63월에는 심 대표의 차녀인 심의정 당시 기획관리실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심의정 실장은 과거 성신바이오 부사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그리고 아버지 자리를 꿰찬 장녀 심윤정 부회장은 20223월부터 제일바이오 경영에 참여했다. 심 부회장은 의학을 전공한 후, 2006년부터 가정의학과 병원을 운영해온 전문의 출신이다.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 예상 못했던 이유


사실 창업2세들 중 심윤정 부사장은 가장 늦게 제일바이오 경영에 뛰어든 인물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장녀가 아버지를 해임하고 대표 자리에 오를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더군다나 가족 간 갈등을 엿볼 수 있는 굵직한 사건들이 없었다.


-심 회장, 한 달 전, 가족에게 주식 증여


분쟁 발발 한달 전인 324, 심 회장은 부인과 세 자녀에 주식 4386411주를 증여했다. 주식의 증여 분을 살펴보더라도 부녀 간의 갈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심 회장은 장남인 심승규 씨에게 731073주를 증여했고, 부인과 장녀, 차녀 3인에게는 각 1462147주를 동등하게 증여했기 때문이다. 이번 증여로 인해 심 회장의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25.39%에서 7.82%로 낮아졌다.


-경영권 분쟁 발발


그리고 불과 한 달 뒤인 424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심광경 회장의 해임안이 가결됐고 심윤정 부사장이 대표로 취임했다. 사실, 이사회는 417일에도 열렸었다. 이때, 51, 이사 추가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개최를 결정했고, 임시주총에서 심 회장을 해임하고 심 대표를 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하기로 논의됐으나 한 차례 무산됐다. 하지만 다시 이사회를 열어 결국 대표를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심 회장, 딸의 직무집행 정지 소송 제기


이에 반발한 심 회장은 426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본인을 해임 처리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심 부회장의 대표 직무 집행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제일바이오의 공시에 따르면 심광경 대표가 딸인 심윤정 대표를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심 회장은 제일바이오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딸에 대적할만한 힘을 키웠다. 심 회장이 4월에만 매수한 주식이 881652주다. 이에 따라 심 회장의 지분율이 7.82%에서 10.85%로 늘었다.


-어머니도 격분, 큰 딸 해임에 나서..


427, 심 회장의 배우자이자, 2대주주인 김문자 여사도 본격 행보에 나섰다. 그는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앞서 제일바이오가 소집을 결의했던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 역시 제기했다. 핵심 안건은 심윤정 대표 및 김재윤 사외이사의 해임이다. 심윤정 대표는 물론이고 김재윤 사외이사도 앞서 심광경 회장에 대한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차 출동 소동


한편,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후, 가족 간의 갈등 역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사건들이 속속히 등장했다. 427, 이들의 갈등으로 경찰차 3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1028분 신고를 받은 경찰은 뉴타워오피스텔로 출동했으며 심광경 회장이 오피스텔 특정호실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고 언쟁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에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한 뒤, 심 회장은 특정호실에 입장할 수 있었고 안전하게 귀가하게 되면서 상황이 종료되었다. 이 과정에서 폭행은 없었다고 하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부녀간의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다.


-법원의 판단과 심 회장의 재정비


516, 법원은 심광경 회장이 제기했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재판부는 심 부회장의 대표 선임 과정에 법적 하자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심 부회장의 해임안과 심 회장의 선임을 동시에 다루는 주총 안건을 확정해 615, 임시주총을 열수 있게 됐다. 그리고 61일 열릴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심의정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신남식 전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을 가졌다. 심의정 전 사장을 다시 사내이사로 불러들인 것은 큰 딸에게 대적하기 위해 작은 딸과 손을 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의 지분율


이쯤에서 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지분율이 경영권 다툼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제일바이오의 1대 주주는 아버지 심광경 회장으로 지분율 10.85%. 심 회장의 배우자인 김문자씨 지분율은 7.77%, 심윤정 부사장과 심의정 전 사장은 5.23%로 지분율이 동등하다. 장남인 심승규 전 대표는 2016년 사임 후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고, 최근 보유주식 대부분도 장내 매도해 현재 지분율이 0.03%에 불과하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따라서 심 회장과 배우자, 차녀의 지분율이 심윤정 부사장의 지분율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대표에 취임한 심윤정 부사장을 곧 해임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비춰졌다.


-언니의 반격, 동생의 배임혐의 고발


하지만 사건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심윤정 부사장은 대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동생 심의정 사장을 총 다섯 차례 고소했다. 심 전 사장의 배임혐의 일시와 금액은 671억원(자기자본 대비 0.33%), 686500만원(자기자본 대비 0.20%), 7105억원(자기자본 대비 1.51%), 72029억원(자기자본 대비 8.83%), 81046억원(자기자본 대비 13.9%)이다.

이에 67일과 8, 제일바이오는 전직 임원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공시했고 612, 예정된 주총 소집을 철회한다는 공시를 추가로 냈다. 주총 소집 철회로 인해 주총에서 해임될 위기에 처한 심 부회장이 기사회생했다.


-심 부회장의 사과문, 그리고 아버지 해임 사유


613, 심윤정 부회장은 주총 철회에 대한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동시에 아버지를 해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사과문에 따르면 “80대 중반의 고령인 심 회장은 건강상 문제로 경영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며 유능한 인력 이탈과 거래처의 외면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회사의 현금을 노리고 덤비는 무자본 M&A 세력에게 회사를 매각하고자 했기에 이를 막고자 심 회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 부사장은 임시 주총 직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과거 경영진이 변칙적인 방법(회사에서 원료를 고가 매입하거나 제품을 저가 판매하는 방법)으로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범죄를 반복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영진의 이런 범죄행위가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했기에 상장회사 대표이사로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와 상폐 위기


한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623, 제일바이오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공시했다. 이유는 대표이사 변경과 임시주주총회 소집 철회에 대한 지연공시 때문이다. 또한, 제일바이오는 상장폐기 위기에도 직면했다. 심 부사장이 720일 동생 심의정씨 포함 3인을 특경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고소장에 적시한 배임 혐의 금액은 291768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제일바이오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720일부터 제일바이오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만일, 전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결정하면, 거래소의 기업심사위원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또한, 제일바이오는 816, 기한 내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결국 언니 해임, 아버지 복귀, 동생 선임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817, 제일바이오는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이사였던 심윤정 전 대표와 기존 사외이사는 이사에서 해임됐고, 심의정 전 사장을 비롯한 4명의 사내·사외이사가 새롭게 선임됐음을 알렸다. 아울러 지난 4월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던 창업주 심광경 회장은 다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상장폐지 절차 밟는 제일 바이오


94,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일 제일바이오와 관련해 기타시장안내를 공시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제일바이오의 주권매매 거래정지 기간을 기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 관한 결정일까지에서 상장폐지사유 해당 여부 결정일까지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4일 전까지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성장 하락세


한편, 제일바이오는 연간 매출액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로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7279억원, 2018278억원, 2019229억원, 2020189억원, 2021169억원, 2022153억원으로 뚜렷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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