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측이 제기한 소에 대한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애니젠 측은 주주 제안에 대한 기각을 청구했는데 그 이유로, 이사를 추가 선임할 경우 경영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애니젠 등기임원 3인 및 감사는 1인당 4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애니젠이 그동안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은 바로 비용절감의 이유 때문인데...[본문 중에서]
소액주주 측이 제기한 소에 대한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애니젠 측은 주주 제안에 대한 기각을 청구했는데 그 이유로, 이사를 추가 선임할 경우 경영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애니젠 등기임원 3인 및 감사는 1인당 4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애니젠이 그동안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은 바로 비용절감의 이유 때문인데...[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재계 돋보기] 애니젠(대표 김재일)은 펩타이드 바이오소재 개발사다. 2021, 펩타이드 소재 관련 기술을 인정받아 정부가 지정한 첨단기술기업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상태가 불안정하고 신약 개발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소액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자금난이 더해져 회사 경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니젠의 위기는 기술특례상장 때문?


애니젠은 자사가 보유한 독자적 펩타이드 합성기술을 기반으로 의학용, 연구용, 화장품용 펩타이드를 생산하는 것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여기에 신사업으로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항암, 항당뇨 및 진통 등의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애니젠은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특정 표적치료제가 없는 궤양성 대장암 치료제, 광범위 항바이러스 치료제 등의 신약후보물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애니젠은 2016년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낮춰 주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으며, 회사의 보유 기술이 유망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무제표상 적자가 있더라도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상장 당시, 애니젠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애니젠은 의약용 펩타이드의 경우, 상장 2년 이내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예상 매출액의 1/3도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립선암 치료제인 루프로렐린 역시 2018년 기준으로 60억 원의 매출이 날 것이 예상됐으나 2022년 말 기준으로 불과 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형 당뇨병 치료제인 엑세나타이드와 신경병증 치료제 지코노타이드와 같이 상장 후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부문도 있으며 신약 개발 부문과 임상진행도 5년 전의 예측에 달성한 부문이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니젠의 현 상황이 기술특례상장 도입 당시 제기된 부작용의 현실판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소액주주와의 경영권 분쟁


코스닥에 상장하며 화려한 미래를 그렸던 애니젠이 현실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주주들의 반발이 커졌다. 그리고 올해 519, 공시에 따르면 애니젠 주주 스톤문조합 외 3인은 광주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소액주주 측에 따르면 오랜기간 회사의 경영활동을 살펴본 결과 현 경영진의 경영능력과 자질, 책임감과 의지에 대해 정당한 의문을 제기한다라며 대표이사의 확약 중 어떠한 것도 지켜진 것이 없으며 주주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나 신약개발 진행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신약개발은 기술과 자본이 적시에 결합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인데 연구개발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은 주주가치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밝혔다.

따라서 소액주주 측은 임시주총 소집허가가 떨어지면,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2, 감사 1인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할 예정이다. 이사와 감사 수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애니젠이 처한 경영난을 극복하고 현 경영진에 대한 감시 역할을 늘리기 위함이다.


-애니젠, 주주제안 기각 청구


이에 따라 69, 소액주주 측이 제기한 소에 대한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애니젠 측은 주주 제안에 대한 기각을 청구했는데 그 이유로, 이사를 추가 선임할 경우 경영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애니젠 등기임원 3인 및 감사는 1인당 4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애니젠이 그동안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은 바로 비용절감의 이유 때문인데 이사회가 늘어나면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 4인은 일동제약 대전지점장을 지낸 이종영 씨를 제외하면 제약·바이오 사업과 관련한 경력이 전무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애니젠, 자금경색 오나: 전환사채 1년 연장


한편 6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니젠은 62일 제2회 차 CB의 만기를 1년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20186월 발행한 이 CB의 만기는 202368일이었으나, 최종 만기일이 202468일로 변경됐다. 만기를 연장한 CB는 시설 운영자금에 쓰일 목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젠은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재정적 부담을 떠안기로 했다. 만기이자율이 기존 1%에서 5%로 상향됐고,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Put Option) 행사에 따라 애니젠이 CB를 조기 상환할 경우 사채권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률도 1%에서 5%로 상향됐다. 매도청구권(Call Option) 행사 비율은 25%로 동일하나, 애니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의 수익률도 3%에서 6%로 올랐다.

애니젠은 당장의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부담되는 상환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애니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3월 기준으로 4억 원 안팎이며, 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93.3%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132.6%나 된다.


-이사회 전, 신규 안건 추가돼: 소액주주 견제


728일 열릴 임시주총을 앞둔 710, 애니젠은 공시를 통해 사측의 인사인 사내 미등기 임원, 김유덕, 황국상 상무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추가했다. 이에 소액주주 측이 제안한 이사 4인을 견제하기 위해, 사측이 이사 2인을 추가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이사회는 정관상 총 7인까지 이사선임이 가능하다. 이번 사측 신규 안건으로 인해 기존 사내이사 3인을 제외한 네 자리에 대한 후보자가 총 6인으로 늘어났다. 이에 소액주주와 사측의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사측이 추천한 두 명의 후보자의 직급은 상무이사로 알려졌다. 김유덕 상무는 LG화학 연구소 팀장을 역임한 인물로 지난 2021년 오송GMP 공장장으로 애니젠에 합류했다. 황국상 상무는 LG생명과학 부장 출신으로 2022년 애니젠에 합류해 현재 펩타이드생명소재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다.


-임시주총, 그 결과는...


지난 728, 애니젠은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주총회 결과 감사 후보 선임 안건만 통과됐다. 사외이사 선임안은 부결됐으나, 상당한 득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일 대표 등 사측 우호지분은 17%, 이에 대적하는 스톤문조합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4%. 지분율만 보면 사측이 표 대결에서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5.8%의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소수주주 측 안건에 찬성 표를 던지면서 소액주주 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 확인됐다.

에이티넘인베스트는 애니젠과 2018년부터 연을 맺어온 기업이다. 과거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애니젠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한 바 있으며 장기간 투자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임시주총에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소액주주 편에 선 점은 이례적인 행보다.


-애니젠, 난임치료제 시장 입성하나...


97, 업계에 따르면 애니젠이 펩타이드 난임 치료제 원료인 가니렐릭스(Ganirelix, 상품명 오가루트란)의 개발을 지난해 말 완료함에 따라 빠르면 이달 내 LG화학에 전량 공급할 것으로 확인됐다. 가니렐릭스는 애니젠 고유의 특수 아미노산 화학합성 개발을 통해 얻어진 고품질·고수율 펩타이드 소재로 제조됐다. 애니젠은 가니렐릭스 개발 완료 후, 6개월 간 안정성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LG화학은 국내 난임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LG화학의 난임치료제 매출은 지난해 기준 생명과학부문 전체 매출 약 9000억 원 중 5~10%를 차지한다. 국내 기준 연매출은 2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난임치료제 시장은 연간 성장률이 10%에 달한다. 정부 역시 저출산 극복을 위해 175900억 원을 투입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수혜가 기대되는 시장이다.


-애니젠, , 무상증자 진행키로...


922, 애니젠이 유·무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41만주(1주당 0.2378825818)12820원에 발행해 1807620만원을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이고, 청약기일은 1213일이다. 또한 1주당 0.3주씩 무상증자하기로 결의했다. 조달한 180억 원의 자금 중 25억 원은 설비 구입 등 시설 자금으로 쓰이고 155억 원은 임상 실험 진행 등을 위한 운영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애니젠, 일본 Glytech IncMOU 체결


104, 애니젠이 일본 오츠카그룹 자회사 Glytech와 글리칸(Glycans) 결합 펩타이드 위탁생산 및 공동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lytech는 세포기능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글리칸(Glycans) 제조분야의 첨단 바이오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애니젠은 GlyTech의 특성화된 글리칸 합성기술을 활용해 향후 당-펩타이드의 독자적인 제조기술 확보와 함께 당-펩타이드를 이용한 신규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리칸 결합 펩타이드 의약품은 기존의 저분자 의약품에 비해 매우 우수한 약물효능을 갖으며, 인체 부작용 역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 중인 애니젠은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 중이다. 과연 애니젠이 기술특례상장의 부작용이라는 오명을 벗고, 상장 당시의 청사진을 화려하게 실현할 수 있을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소액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을 봉합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