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우방국, 파트너 운운하고 뒤에서는 한국 기업 내쫓기
![현재 라인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의 동일 지분을 가지고 있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 야후의 대주주인 A홀딩스의 64.5% 지분을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반씩 나눠 가진 것으로 두 회사가 공동 경영을 맡고 있는데, 이번 제재 압박이 거세지면 결국 지분 균형이 깨지고 1%라도 소프트뱅크 쪽이 더 많은 지분을 넘겨받아 경영 우위를 가지게 될 것으로...[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05/330203_335303_4544.jpg)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네이버 지우기
네이버가 라인에 대한 일본 내 지분을 모조리 빼앗기고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2011년 6월부터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은 지금은 전체 인구 1억 2천만 명 중 무려 9천6백만 명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일본 국민 메신저로, 우리 기업 네이버의 자회사이다. 네이버는 2019년,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결합하면서 ‘라인야후’를 설립했고 현재는 두 회사가 지분 절반씩을 나눠 가진 형태인데 이번에 뜬금없이 일본 정부가 나서서 이 균형을 파기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이버 측 자회사가 관리하던 라인의 정보망이 서버 해킹으로 51만 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게 됐고 일본 정부는 경고와 함께 대책 마련을 지시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아예 네이버와의 자본구조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까지 내린 것이다. 마쓰모토 타케아키, 총무 대선은 ‘자본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해, 모회사 등 그룹 전체 검토를 통한 구체적인 결과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네이버라는 거대 자본에 의존하고 있어 이 같은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으로 직접적인 구조 개편을 지시한 것이다. 물론 행정지도 자체는 권고적인 측면이 강해 이행 여부가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전문가들은 다르게 보고 있다. 이후 소프트뱅크가 나서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제의한 것도 사실상 모두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격적인 네이버 내쫓기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재검토 요구 기한은 다음 주 목요일로, 네이버는 불과 일주일 남은 기한 동안 일본 내 지분 조정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네이버 측은 내부적으로 해결책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특별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한국 기업 몰아내고 동남아 진출 발판 삼나?
현재 라인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의 동일 지분을 가지고 있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 야후의 대주주인 A홀딩스의 64.5% 지분을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반씩 나눠 가진 것으로 두 회사가 공동 경영을 맡고 있는데, 이번 제재 압박이 거세지면 결국 지분 균형이 깨지고 1%라도 소프트뱅크 쪽이 더 많은 지분을 넘겨받아 경영 우위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라인은 몸집을 키워 일본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보수 중심 일본 정치권과 언론의 편견에 시달려 왔는데, 그런 와중에 결제 서비스의 확장은 물론 한국 색 지우기를 위해 지난 2019년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라인야후를 출범시킨 바 있다. 사실상 지금은 일본인들 중심으로 운영되어 일본 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못마땅한 기색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을 몰아내고 이 기회에 라인을 통한 동남아 진출로, 뒤처진 자국 IT 산업 부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라인 사건과 자주 비교되는 것이 지난달 통과된 미국의 틱톡 금지법이다. 중국기업 바이트댄스가 틱톡 사업권을 1년 안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포한 초강력 제재 법안이다. 하지만 틱톡의 경우는 모기업의 영향으로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이미 여러 차례 정치적 목적의 조작 사례도 밝혀진 바 있어 이번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 게다가 대척점에서 치열한 패권 다툼 중인 중국과 미국이 각국 기업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갖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현 정부가 일본을 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규정하고 서로 우방국임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기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객관적으로 뜯어봐도 과거 소니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모두 행정지도 정도에서 마무리됐고 외국 기업인 페이스북 역시 2021년 벌어진 정보 유출 사건에서 권고 제재만을 받은 바 있어, 현재 라인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극명한 온도 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어디에 있나?
이러한 차별 대우에 대해 우리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네이버 측의 요청을 존중하고 협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일본 측과 소통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일이 한일 외교 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며 필요시 네이버를 지원하겠다는 견해를 내놨다, 하지만 반대로 국내 정치인들은 한일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대단히 독단적인 조치라며 여야당 모두 나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일 산업 협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했고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번 제재가 한국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한국 기업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두루뭉술한 입장만을 표명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사업권이 불공정하게 위협당하는 사태에도 소극적인 답변만 내놓는 이런 태도는, 각자도생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의 고통만 가중시킨다. 라인은 일본을 넘어 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 주요 동남아 국가들까지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가진 대형 플랫폼이기에 이번 일본 정부의 도 넘는 제재가 향후 네이버의 사업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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