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 들어오자마자 판매 중단 선언...시기 겹쳐 논란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뒤 그가 쓴 책들이 품귀 현상을 빚자 유통 과정에서 지역 서점과 갈등을 빚어온 교보문고가 지난 22일 열흘간 한강 작가의 책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역 상생이라는 미담으로 해프닝이 끝나는 듯했으나 내면에 정치권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 10일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자,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서점들이 앞다투어 그의 책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그가 쓴 책들은 구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고, 결국 최근까지 무려 100만부 이상 팔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간 유통을 담당하는 교보문고와 지역 서점 연합(한국서점조합연합회) 간의 갈등이 드러났다. 연합회는 교보문고가 그간 거래 중이던 지역 서점에 한강 작가의 책을 공급하지 않고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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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합회는 이달 15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하겠다고 교보문고가 밝혔지만, 실제로 받은 서점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른 대형서점들은 정상적으로 지역 서점에 공급했다고도 역설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사진=교보문고 제공]
교보문고 광화문점 [사진=교보문고 제공]

일주일 뒤인 22일 교보문고는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 한강 작가 도서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지역 서점에 우선으로 공급하고 판매가 원활하도록 도와 상생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결국 교보문고가 지역 책방과 상생을 위해 책 판매를 중단(오프라인 10일, 일부 매장 및 온라인은 계속 판매)했다는 미담으로 상황이 일단락될 듯했지만 최근 온라인에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교보문고가 사실 정치권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8일 국립중앙박물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교보문고의 책 독점을 지적했고,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은 자신의 SNS에 지속적으로 교보문고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21일에는 교보문고 측이 자신의 의원실을 방문해 지역 서점과 상생하겠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오전 교보문고는 한강 작가 책 판매를 중단했다.

민형배 의원 엑스(구 트위터) [사진=X 캡처]
민형배 의원 엑스(구 트위터) [사진=X 캡처]
민형배 의원 엑스(구 트위터) [사진=X 캡처]
민형배 의원 엑스(구 트위터) [사진=X 캡처]

해당 의혹에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미 국정감사에서 지역 상생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었다”며 “국회의원의 언급 시기와 판매 중단 시기가 우연히 맞아떨어졌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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