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대는 물론이고 사립대에서도 총장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주장을 하는 이들은 사립 대학의 경우, 지금처럼 총장을 이사회의 권한으로 임명하는 방식을 고수하면 재단 입맛에 맞는 허수아비 총장이 세워지거나, 학교 발전이나 학생들의 요구보다는 재단과 국가의 요구사항에만 초점을 맞추는 총장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6/384149_406915_3643.jpg)
동덕여대는 지난해 11월부터 남녀공학 전환 논의와 비민주적 운영 방식에 반발한 학생들의 폭력적 시위로 최근까지 내홍을 겪고 있다. 그런데 지난 23일,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최근 국회 전자청원 누리집에 ‘사립대학 민주주의 회복과 학생 탄압 근절을 위한 총장 직선제 도입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난 18일에는 성신여대 총학생회가 서울 성북구 돈암 수정캠퍼스 정문 앞에서 사립대학 총장 직선제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대학가에 번지는 총장 직선제 의무화 요구의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동덕여대와 성신여대를 필두로 진행되는 총장 직선제 의무화 요구
청원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대학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장 직선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지난해 11월부터 남녀공학 전환 논의로 불거진 시위와 점거로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남녀공학 전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이미 족벌 사학의 세습·비민주적 대학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청원은 다음 달 20일까지 진행되며 지금까지 약 330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지난 3월에 대표 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안, 일명 사립대 총장 직선제 의무화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성신여대는 2022년, 제12대 총장 선거에서 학교 이사회가 1위 득표자가 아닌,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해 많은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다음 총장 선거가 이뤄지는 내년 4~5월에는 그때와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립학교법이 시급히 개정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많은 부침 속에 조금씩 확대되어 온 총장 직선제
총장 직선제는 민주화 바람을 타고 등장했던 대학 경영 방식의 하나였다. 대다수의 대학들이 80년대 후반, 민주화라는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총장을 교수와 교직원, 학생이 직접 선출하는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2010년대에 이르면 대다수의 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포기했었다. 현재 전국 사립대학교 중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는 사립대는 5.4%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국립대는 물론이고 사립대에서도 총장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주장을 하는 이들은 사립 대학의 경우, 지금처럼 총장을 이사회의 권한으로 임명하는 방식을 고수하면 재단 입맛에 맞는 허수아비 총장이 세워지거나, 학교 발전이나 학생들의 요구보다는 재단과 국가의 요구사항에만 초점을 맞추는 총장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원하지 않는 인사가 총장으로 선출되었을 경우, 정부에서 대규모로 지원 예산을 삭감한 사례도 있다.
이미 수많은 대학교에서 현행 총장 선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2010년대부터 다시 총장 직선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2015년에는 부산대학교에서 고현철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총장 직선제 수호를 외치며 투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작년 11월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교 이사회가 직선제 폐지를 시도했다가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으며, 성신여대의 경우처럼, 직선제로 선출된 후보가 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임명되지 못하는 일도 전국 대학교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김영호 의원은 사립대학교 총장 선출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사립대 총장 직선제 의무화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총장 직선제는 대학 민주주의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하지만, 이 제도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교수들이나 학생들이 총장을 직접 선출하기 때문에 총장을 하려는 이들은 교수의 본업인 강의나 연구에 집중하기보다는 학생들의 호감이나 교수들 사이에서의 평판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교수들끼리 마음이 맞는 이들을 밀어주기 위한 파벌이 생길 위험도 있다. 게다가 현재의 총장 직선제도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일단 직선제를 표방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재학생의 투표 반영률은 10%를 넘지 못한다. 재학생에게 아무리 많은 표를 받아도 교수들의 표가 더 큰 힘을 발휘하기에 대학이 학생이 아닌, 교수들을 위한 정책에 우선을 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의 수많은 지성인들은 총장 직선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상술한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문제들이 가져올 각종 해악과 피해보다 민주 제도의 확립이 더욱 중요하고 가치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총장 직선제와 유사한 대통령 직선제가 선거 관리 시스템의 개선과 투명성 확보, 대통령 권한 분산 등으로 직선제의 단점을 보완한 것처럼, 총장 직선제 역시 도입과 비도입이라는 두 가지 문제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단점을 보완해 더욱 나은 제도를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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