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상륙한 창고형 약국, 기회 될 수 있을까?

한국형 드러그스토어, 혹은 창고형 약국의 등장에 약사들의 반응도 둘로 나뉘고 있다. 이전에 드러그스토어가 생겨날 때처럼, 약사 업계에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자가 제한 없이 약을 과하게 사들여 약물 오남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본문 중에서]
한국형 드러그스토어, 혹은 창고형 약국의 등장에 약사들의 반응도 둘로 나뉘고 있다. 이전에 드러그스토어가 생겨날 때처럼, 약사 업계에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자가 제한 없이 약을 과하게 사들여 약물 오남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본문 중에서]

지난 11, 경기도 성남에 국내 최초의 창고형 약국을 표방한 대형 약국이 문을 열었다. 창고형 약국은 해외에서는 이미 드러그스토어(Drugstore)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된 개념이지만 한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잠깐 도입되었다가 약사 계의 반발에 부딪쳐 줄줄이 폐업된 형태의 약국이다. 3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생겨난 창고형 약국이 약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 오픈


11일 경기도 성남에 오픈한 창고형 약국은 약국계의 코스트코를 지향하며 미국이나 일본의 드러그스토어 형식의 쇼핑이 가능한 약국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약 130평 규모의 매장에 수많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진열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카트를 끌거나 장바구니를 들고 이들 약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창고형 약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일반의약품부터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 의약품 등 약 2,500개 품목의 약들이 물류창고처럼 여기저기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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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지만, 다양한 종류의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매장 중간중간에는 약사가 직접 약의 효능과 품질을 자세히 설명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약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똑같은 감기약이라도 국내에서 취급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약이 구비되어 있어 가격이나 품질, 성향에 따라 고객이 직접 약을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약사가 직접 운영하는 이 창고형 약국 관계자는 단순한 저가 경쟁이 아니라 약사 중심의 충분한 설명으로 안전한 복용을 돕고 즐거운 약국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3년 만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창고형 약국의 출현에 경기도약사회는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도 이 약국과 관련된 민원이 다수 접수되어 있지만, 복지부는 아직 창고형 약국이 약사법을 위반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필요하면 현장 조사를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는 왜 드러그스토어가 없나?


국내에 해외의 드러그스토어와 유사한 창고형 약국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을 기점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드러그스토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약사법에 따라 드러그스토어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

본래 드러그스토어는 의약품과 뷰티, 헬스와 생활잡화 분야가 접목된 용품 판매점이지만, 앞서 설명한 약사법과 약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한국에서 드러그스토어는 의약품 부분을 제외한 뷰티&헬스 용품 판매점으로 제한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 결과물이 올리브영과 GS 왓슨스 등이었다. 한국형 드러그스터어를 약국모델로 설정한 체인 약국도 있으나, 일반적인 약국의 경영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존재해 진정한 드러그스토어라고 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형 드러그스토어, 혹은 창고형 약국의 등장에 약사들의 반응도 둘로 나뉘고 있다. 이전에 드러그스토어가 생겨날 때처럼, 약사 업계에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자가 제한 없이 약을 과하게 사들여 약물 오남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인만큼 순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미 지난 2월부터 다이소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편의점에서도 일반 약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 역시 다양한 제네릭 의약품(카피약)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약국에 직접 다양한 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진 만큼, 약국 스스로가 창고형 약국처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고형 약국이 대중적으로 성공을 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창고형 약국이 다수 생겨나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전문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확인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만큼 장점이 확실한 반면, 약사들이 제시하는 창고형 약국의 부작용은 객관적인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경쟁은 사실 약사 업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생존을 위해 필수가 된 개념이고 약물 오남용 역시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부작용이 크지는 않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약사들의 창고형 약국 반대를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원격 진료는 물론이고, 비대면 진료, 재택 진료까지 활성화되는 시점에 굳이 의약품만은 약사들이 반드시 판매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면 몰라도 건강보조식품이나 의약외품 등이 약국의 전유물이 되어야 할 필요는 크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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