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이번 파업의 핵심이 된 임단협 협상 결렬의 이유를 서울시의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보도자료나 언론을 통해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5/380604_402075_5313.jpg)
지난 26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산하 서울버스노동조합은 서울교통회관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오는 2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박점곤 서울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서울시와 사용자 측은 대법원에서 보장된 조합원의 권리인 통상임금을 포기하라고 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교섭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사측이 이런 태도를 지속하면 노조는 28일 전면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와 사측은 27일까지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교섭이 불발될 경우, 28일 첫 차부터 총파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 외에 부산과 창원, 울산도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광주와 전남은 29일부터 버스 운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파업이 장기화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최소 3일 이상 파업이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에서 시작된 서울버스노조 파업
서울버스노조의 파업 이유는 결렬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조는 이 판결을 근거로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수당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단협 협상에 나섰다. 이 밖에도 노조는 암행감찰 폐지, 정년 연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등을 주장했다. 반면,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에 상여금을 반영하면 전체 인건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상여금 조항을 폐지하거나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역시 사측의 입장에 동의하며 교섭이 결렬되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19일,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면 수천억원 대의 재정 부담이 추가적으로 야기된다며 노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버스 기사의 월평균 임금은 운전직 4호봉 기준 513만 원. 그런데 여기에 노조의 주장대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기본급 인상률을 모두 반영하면 월평균 임금이 기존보다 126만 원 오른 639만 원이 된다. 임금이 약 25% 가량 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버스 회사의 적자를 서울시가 메우는 준공영제의 특성상, 서울시는 추가로 약 28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누적 부채가 1조원 수준인 서울시에서는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의 핵심이 된 임단협 협상 결렬의 이유를 서울시의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보도자료나 언론을 통해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에 노조가 서울시 시내버스 회사인 동아운수를 상대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걸었는데, 서울시가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서 아직도 소송이 2심에서 계류 중이다.
서울시와 서울버스노조의 파업이 중요한 이유는 인천과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울산, 경기 일부 지역 등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역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7일, 서울시를 비롯한 준공영제 시행 지자체 10곳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임금 인상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협의하기도 했다.
노조와 서울시의 갈등, 근본 원인은 재정부담 때문?
노조와 서울시의 입장이 이토록 확연히 다른 것은 결국, 버스 준공영제라는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통상임금에 대한 입장 차이는 노조와 사용 측의 차이로 귀결될 수 있으나, 양 측이 조금도 양보를 거듭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재정 부담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재정부담의 근본적인 원인은 준공영제라고 할 수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 업체가 노선을 운영하고 지자체가 노선 관리 및 재정 지원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민영제의 효율성과 공영제의 공공성을 결합한 방식으로 영국 런던이나 브라질 쿠리티바 시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다. 당연히 각 나라와 도시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단편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적어도 참고할 만한 정책이나 사례들은 존재한다.
해외의 준공영제와 비교했을 때 서울 버스 준공영제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성이다. 서울시는 준공영제를 표방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의식이나 정책의 방향을 보면 큰 틀에서 공익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들의 접근성이나 저렴한 가격을 보면 서울시 버스 시스템의 공익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처럼 공익성이 강조되는 탓에 적자 규모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요금 인상이 담보되어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공공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요금 인상에는 비호의적인 여론이 많다. 준공영제를 택한 다른 해외 도시들과 비교해도 서울의 버스요금은 절반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재정 지원과 관련된 투명성에도 많은 논란이 있다. 준공영제는 지금까지 사후적으로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적자를 메워주는 사후정산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적자가 나도 서울시가 메워준다는 인식이 있어서 서비스의 질과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작년 10월,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을 통해 사후정산제를 폐지하고 사전에 지원 비용을 결정하는 사전확정제를 도입했다. 이 외에도 운수회사가 자발적으로 경영혁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들이 다수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보조금 사용처의 투명성 문제, 투기성 자본의 투입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아예 일부 노선이라도 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와 노조의 의견 대립에서 촉발된 이번 파업은 단순히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입장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준공영제라는 제도 자체가 가진 재정 부담이라는 단점이 부각되며 만들어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해외의 도시들은 이용 요금을 높이거나,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정 부담을 극복하고 있다.
서울시의 버스 준공영제는 공공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요금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재정 지원의 불투명성도 높다. 물론, 다짜고짜 요금 인상을 논의하는 방식은 많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보조금의 투명성이 담보되고, 투기성 자본의 유입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뒤에는 약간의 요금 인상도 논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준공영제 제도 안에서는 노조와 서울시의 입장 차이만 더 심해질 뿐,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다. 일단은 준공영제로 인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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