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사건은 통상 1심은 재판에 넘어온 날부터 6개월, 2심과 3심은 앞선 재판 선고 뒤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6.3.3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 원칙이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92일이 걸렸다. 2023년은 평균 73일이 걸렸는데...[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5/378197_398777_3022.jpg)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은 5월 15일로 지정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기일을 6·3 대선 이후인 6월 18일에 열기로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 7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인 6월 18일 오전 10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왔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이재명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이었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었다.
하지만 이 파기환송심은 시작부터 많은 논쟁에 휩싸인 재판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지난 1일,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최종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은 상급 법원이 원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던 2심 법원은 파기환송심을 열고 유죄 선고를 내려야 했다. 대법원은 “2심이 이 후보의 발언 의미를 잘못 해석해 무죄로 판단한 것은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유죄, 2명이 무죄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대법원 판결은 선고되자마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기간이다. 이 후보의 상고심은 대법원으로 넘어오자마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9일 만에 단 두차례 평의를 거친 뒤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전원합의체 합의기일은 통상 한 달에 한 번씩 여는데, 사흘에 두 번 연달아 진행하면서까지 빠르게 선고를 내놓은 것이다. 유례없이 빠른 선고였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통상 1심은 재판에 넘어온 날부터 6개월, 2심과 3심은 앞선 재판 선고 뒤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6.3.3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 원칙이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92일이 걸렸다. 2023년은 평균 73일이 걸렸는데, 이 후보 사건은 2심 선고 이후 36일 만에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서울고법 역시 기록을 전달받자마자 바로 사건을 배당하고, 재판부는 당일에 공판기일을 잡고 소환장 및 기일 통지 발송을 지시했다. 대법원에서 이어진 속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재판 속도
대법원 재판 과정에서 충분하고 적합한 토론과 검토, 깊은 숙고가 이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 후보의 재판기록은 6만 7천쪽에 달한다. 2심에서 선고한 무죄를 완전히 뒤집은 판결을 내놓은 만큼, 그에 대한 재판기록과 근거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만, 대법원은 물리적으로 6만 7천쪽을 모두 검토하기 힘든 9일 만에 선고를 했다. 당연히 재판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법원은 상고심은 법률심이기에 대법관들이 방대한 재판기록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기에 소수의견인 상고 기각을 낸 2명의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전원합의체는 법률적 쟁점에 대한 치열한 검토와 깊은 숙고를 통해 동료 대법관들을 설득하거나 새로운 견해를 공감·반박하는 과정”이라고 밝히며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내놓은 이 결론을 당사자들과 국민이 납득하겠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입장을 남겼다.
민주당은 5월 1일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 선고되었을 때부터 사법부의 명백한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고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고, 청문회 개최를 언급하기도 했다.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 ‘대통령 당선자 재판 정지법’을 처리하기도 했다. 아예 이 후보 상고심 재판기록 열람 과정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는데, 이 운동은 이틀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법원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직접 실명을 밝히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판한 판사도 있고, 법원 내부 통신망에 장문의 글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의 사퇴를 촉구한 판사도 있다. 대법원의 결정이 공정하고 체계적인 법 질서 아래에서 깊은 숙고와 검토를 거쳐 나온 것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이 결정이 정치적인 목적이나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나온 것이라면 사법부의 명예와 독립은 어쩌면 그들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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