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사법부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한 사건에 따른 민주당의 대응이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건을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의 청문회라는 사상 초유의 일에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법관 11명 전원을 증인으로 채택한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등을 의결했다. 증인으로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이 전원 채택되었으며, 대법원 수석과 선임재판 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여럿 포함되었다.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서석호 변호사를 비롯, 이성민 법원공무원 노조위원장, 서보학, 이준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관련 헌법소원을 냈던 조영준 변호사 등도 증인으로 채택되었다. 조국혁신당은 아예 조 대법원장과 유죄 취지 판단에 동의한 9명의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1일에 공개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은 헌법 제1조 국민주권주의와 제21조 법치국가원칙 등을 언급하며 “사법 쿠데타에 가담한 법조 엘리트를 탄핵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문회 일정이 공개되고 증인과 참고인 채택도 이뤄졌지만, 이들의 실제 출석은 이뤄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출석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국회 국정감사나 현안질의 등에도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이나 행정처 간부들만 일부 출석했었고, 재판을 진행하는 현직 재판관들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식 석상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재판 개입인가, 사법부 바로 세우기인가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출석할 가능성은 적지만, 애초에 입법부가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상대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입법부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일은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의 비판에 동의하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민주당의 과도한 재판 개입이라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남준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법관의 재판 진행, 판결의 결론에 따른 유불리에 따라 법관에 대한 탄핵,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 절차가 진행될 때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파기환송이 결정된 이후에 절차적 문제를 언급하면서 청문회를 개최한다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불복 아니냐는 날선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더불어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문제도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국회의 감사 또는 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후보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그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법관의 청문회가 가능하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4일 청문회에 이어 오는 26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경기 고양시의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 소집을 결정했다. 당초에는 여기서 대법원의 이 후보 상고심에 대한 유감 표명 안건을 다루려 했지만,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의견 수렴 절차를 밟은 후에 제대로 된 안건을 내놓기로 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이후 1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법부는 이 판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독립은 권력분립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오히려 사법부의 판결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사법부가 자신들의 판단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상식적인 판결의 이유를 설명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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