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올리브영 낙찰 받고 포기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가 타개책으로 역명 병기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뜨거운 감자인 성수역 역명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 조짐을 보였다.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은 지난 2009년 처음 도입됐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1~8호선 중에서 역명에 더해 기업이나 기관, 학교 등을 함께 표기하는 사업이다. 지하철역마다 가격은 천차만별로, 강남역의 경우 한 치과에 11억1100만원에 판매됐다.

강남역 역명 병기권을 따낸 하루플란트치과 [사진=하루플란트치과]
강남역 역명 병기권을 따낸 하루플란트치과 [사진=하루플란트치과]

공공기관이나 학교도 아닌 사기업에 돈을 받고 지하철 역명을 파는 사업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잖다. 이들은 상업화 논란, 역사성 훼손 등을 들며 여전히 반발한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 입장에서는 비판을 감수하고 시행할 만한 사업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근 4년간 지하철 역명을 판매해 15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역명 판매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성수역이 자리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온갖 팝업스토어 존이 자리할 만큼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특히 무신사와 CJ올리브영의 경쟁이 뜨겁다. 두 업체 모두 성수동 상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무신사의 경우 2023년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 2024년 ‘무신사 스토어 성수 대림창고’, 내년 상반기에는 지하 1층~지상 4층 총 6612㎡ 규모의 초대형 편집숍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오픈한다.

무신사 성수 대림창고 [사진=무신사]
무신사 성수 대림창고 [사진=무신사]

최근 패션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는 CJ올리브영 역시 지난해 11월 ‘올리브영N 성수’를 오픈했다. 총 5개 층, 면적 4628㎡으로 올리브영 매장 중에서 가장 크다. 

CJ올리브영N 성수 [사진=CJ올리브영 제공]
CJ올리브영N 성수 [사진=CJ올리브영 제공]

이들은 성수역 역명을 두고도 부딪혔다. 지난해 8월 CJ올리브영은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역명 병기 판매사업’ 입찰에 참여해 무신사를 누르고 10억 원에 3년간 ‘성수(CJ올리브영)역’ 병기 자격을 얻었다. 이는 강남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기쁨도 잠시, CJ올리브영은 1억8000만원의 위약금을 부담하고 병기권을 반납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특정 기업에 역명 병기 자격을 판다는 여론이 부담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CJ올리브영이 서울역 인근으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라 성수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CJ올리브영이 포기하면서 성수역 역명은 업체 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최근 성수역 병기권에 무신사가 단독 입찰했고 서울교통공사에서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신사 관계자는 “성수역 역명 병기 사업에 입찰했다”며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현재 수의계약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론이 변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 CJ올리브영도 병기권을 얻었지만, 여론 악화에 자진 반납했다는 소문도 있었던 만큼 무신사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