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의 성장 이면에는 그룹 의존적 지배구조, 경직된 원가 구조, 장기 프로젝트 중심의 불안정한 현금흐름, 그리고 수주 확대가 오히려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취약성이 함께 존재한다. [본문 중에서]" height="762" loading="lazy
현대로템의 성장 이면에는 그룹 의존적 지배구조, 경직된 원가 구조, 장기 프로젝트 중심의 불안정한 현금흐름, 그리고 수주 확대가 오히려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취약성이 함께 존재한다. [본문 중에서]

현대로템(대표이사 이용배)은 철도차량, 방산 장비, 친환경·수소 인프라 장비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공업 계열사다. 현대자동차(주)가 최대주주로서 약 33.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철도 부문에서는 고속열차, 전동차, 경전철 등 국가 기반 교통수단을 제조하며, 방산 부문에서는 K2 흑표전차, K808·K806 차륜형 장갑차, 무인전투차량 플랫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 부문에서는 수소추출기, 수전해 설비, 액화수소 저장 장치를 제조하며, 자동차그룹의 수소 모빌리티 전략과 연계된 역할을 수행한다.

2025년에 들어 현대로템은 한국 제조 대기업 중 가장 극적인 성장 경로를 밟고 있는 기업처럼 보인다. 방산 수출은 기록적 호조를 보이고, 철도·에코플랜트 부문까지 동반 확장하며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 성장은 그 자체로 기업의 경쟁력을 증명하지 않는다.

현대로템의 성장 이면에는 그룹 의존적 지배구조, 경직된 원가 구조, 장기 프로젝트 중심의 불안정한 현금흐름, 그리고 수주 확대가 오히려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취약성이 함께 존재한다. 이번 실적이 ‘도약’의 신호인지, 아니면 ‘과도한 자본 투입이 만들어낸 일시적 성과’ 인지에 대한 검증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룹 연계성은 수주 확대에 유리... 그러나 제약된 원가 구조와 경영 자율성


현대로템의 지배구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이며, 이러한 지배구조는 철도 차량 공급·부품 구매·설비 투자에서 그룹 내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가 관여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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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2024~2025년 동안 현대로템의 내부거래 비중은 공개 자료 기준 연 12~14%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제조업 평균(약 7~8%)보다 높은 편이다. 내부거래가 높을수록 외부 최저가 공급업체 발굴이나 원가 절감 대체 조달 전략 적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기준 철도부문의 원재료 조달에서 계열사 구매 비중은 약 21%에 달했다.

지배구조 평가 점수(40점 만점)는 2023년 22점에서 2024년 20점으로 하락했으며, 이사회 사외이사 참여율은 61%에서 57%로 감소했다. 내부통제 지표에서도 ESG 평가사 3곳 중 2곳에서 ‘보통’ 등급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지배구조 리스크는 해외 철도 프로젝트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원가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하고, 방산부문에서도 부품 표준화·신속 결정이 필요한 글로벌 공급망 환경에서 속도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수주잔고 급증 속 원가·환율·이자비용 변동성 커져... 성장의 지속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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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융감독원)

현대로템은 2025년 3분기에 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매출 1조 6,196억 원, 영업이익 2,777억 원, 당기순이익 1,984억 원을 잠정 집계했으며(영업이익률 17.2%),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1%, 영업이익은 102.1%, 순이익은 91.2% 증가했다.

다만 이 ‘기록적’ 실적은 동시에 자본 투입과 운전자본 관리의 난도를 끌어올린다. 분기 내 신규 수주 합계는 약 14조 7,582억 원(방산 9조 1,391억 원, 레일 5조 2,332억 원, 에코플랜트 3,859억 원)으로, 장기 프로젝트형 계약 비중이 높다. 프로젝트 선투입과 진행률 인식 구조 특성상 운전자본(재고·매출채권)의 등락이 커지며, 수익 인식 시점과 현금 유입 시점의 괴리가 확대될 수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방산의 급증은 폴란드 K2 등 해외 물량의 진행률 확대가 주도했고, 레일·에코는 국내외 납품 확대로 동반 증가했다. 다만 레일·에코는 진행률 인식과 원가율 변동 민감도가 높아 마진 변동성이 상존한다.

2024년 3분기 매출은 1조 935억 원, 영업이익은 1,374억 원, 순이익은 1,038억 원 수준이었고, 당시 영업이익률은 12.6%였다. 1년 사이 영업이익률이 4.6%p 개선되었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와 방산 고수익 물량의 믹스 효과 덕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마진 개선은 진행률과 환율, 원가(특히 수입 부품·소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분기 실적 호조가 곧바로 잉여현금흐름(FCF)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레버리지와 이자비용에 대한 선제 관리도 필요하다. 2025년 들어 수주잔고가 급증하며 생산능력 증설·시험평가·현지화 투자가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차입 구조를 장기로 다변화하지 않을 경우 이자보상능력의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

실제 증권·언론 자료들은 부문별 매출 급증과 함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확인시키는 한편, 수주잔고 가파른 확대와 내년 이후 추가 확대 가능성을 제시한다. 수주는 긍정적이지만, 장기 프로젝트의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 운전자본과 CAPEX 집행이 앞서고 현금창출은 뒤따르는 역사이클이 발생한다. 애널리스트 코멘트가 지적하듯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 부합/상회 구간이지만, 그 자체가 현금흐름 안정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정책적·거시적 변수도 간과할 수 없다. 환율과 글로벌 공급망 여건, 현지화 요구, 부품 단가 변동은 프로젝트 마진을 좌우한다. 특히 방산 대형 수출의 경우 선수금·중도금·검수 대금의 회수 일정이 길고, 현지 생산·오프셋 요구가 결합돼 실현 마진이 설계 마진보다 낮아질 수 있다.

2025년 3분기 실적은 “방산이 밀고, 레일·에코가 받치며, 믹스가 끌어올린” 숫자다. 다음 분기 이후의 관건은 이 숫자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속도와 안정성이다. 진행률·환율·원가에 민감한 구조를 방치하면, 높은 영업이익률이 FCF로 연결되지 않는 ‘숫자-현금 괴리’가 재현될 수 있다.


현대로템의 2025년 3분기 실적은 외형적으로는 완벽해 보일 수 있다. 방산 수출의 폭발적 성장, 레일·에코 부문의 동반 견조함, 수주잔고의 사상 최대 규모는 분명 기업의 체급을 이전과는 다른 단계로 끌어올린 지표들이다.

그러나 이 성장은 근본적으로 ‘투입이 먼저, 회수는 나중’이라는 장기 프로젝트 구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재고·매출채권·선투입 자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 없이 높은 리스크를 내포한다.

지배구조의 제약도 여전히 문제다. 그룹 중심 공급망과 내부거래 비중은 비용구조를 경직시키고, 원가경쟁력을 떨어뜨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한 의사결정 속도를 제한한다.

결국 현대로템의 현재 실적은 성과가 아니라 ‘숙제’를 드러낸다. 외형 성장은 이미 이루어졌지만, 자본효율·현금흐름·레버리지 관리·원가 구조 개선이라는 질적 성장 요소는 여전히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방산 중심의 고성장 구조는 환율·납기·현지화 조건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출렁일 수 있고, 진행률 기반 인식이 실제 현금창출력과 괴리를 발생시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현대로템의 향후 기업가치는 단순히 수주잔고의 숫자나 영업이익률이 아니라, 이 성장이 실제 현금으로 전환되는 속도, 차입과 CAPEX 증가를 통제하는 능력, 그리고 그룹 영향력에서 독립된 원가·운영 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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