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처음 한 세자르 리츠는 리츠 칼튼 호텔 체인의 창업자로 귀족과 왕족을 손님으로 모셨다. 그에게 소비자는 진짜 ‘왕’이었다. 왕처럼 돈을 많이 지불하는 소비자는 왕으로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는 뜻으로 지불한 돈에 상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본주의의 시대의 핵심을 잘 보여 준바 있다.

이 말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소비증진의 일환으로 정부 주도하에 몇몇 기업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여 소비문화를 소비자 중심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의 권익을 내세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내 소비자가 왕으로 추대받았고, 이 또한 잘못된 소비문화임이 드러났다. 일부 소비자가 이를 악용하여 허위·거짓신고를 하거나 콜 센터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 등 소비자의 갑질이 이슈가 된 데에 한몫했다. 또 비용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고 목소리가 큰 소비자가 주장이 강하면 받아들여지는 사회이기도 했다.

이제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을 준수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워커밸은 근로자와 소비자의 균형을 뜻한다. 소비자의 지나친 갑질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근로자의 환경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무조건적인 친절보다 소비자에게 매너를 요구하는 시대로 변했다.

갑질, 노쇼(No-show), 블랙컨슈머 등 소비자가 왕을 넘어 지배하는 시대는 지났다. ‘상담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안내 멘트는 소비자가 더 이상 왕이 아니라는 인식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 실제로 감정노동을 당하는 근로자가 50%가량 줄어들었다.

지금은 소비자가 왕인 시대가 아니다. 소비자를 왕처럼 떠받들고 서비스 면에서 최상의 수준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였지만 어느덧 ‘갑질’이란 단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소비자는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판매자에 대한 불만 글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선다는 것이 과연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지 합리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또 누리꾼들의 댓글도 참고해서 ‘공감’을 강요하기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해나가는 수단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윤윤주 뉴스워커 기업사회부 기자
윤윤주 뉴스워커 기업사회부 기자

허나 소비자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여전히 소비자가 왕인 문명이다. 2010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내세우는 넷플릭스 등 어플리케이션과 유튜브와 네이버 등 플랫폼의 성장은 어마어마하다. 또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등 언택트 시대에 맞는 배송 서비스는 1년 사이 엄청난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소비자의 환호를 받고 있다.

또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소비의 미덕’을 다시 내세우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소비를 미덕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이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어 경제적으로 활성화시키자는 점에서 이전과 의미는 유사하다.

소비자의 권익을 존중받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같은 인격체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길이다. 자본주의 사회 아래, 동등한 관계를 이어가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인권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면 아름다운 소비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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