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투데이 이슈]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 내에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진상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앞으로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성 추문 의혹이 7개월 만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부산국제영화제에 따르면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공식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5월 31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인지한 후 6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통해 신고서를 접수했다. 영화제 측은 이후 해당 사건을 피신고인의 영화제 재직 중에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으로 규정하고 객관적, 전문적 조사를 위하여 외부 전문기관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이하 ‘상담소’)에 위탁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조사위, 신고인 진술 구체적‧일관적, 참고인 진술도 상호일치…“직장 내 성희롱 해당”
조사위원회는 신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점, 참고인들의 구체적 진술이 상호일치 되는 정황 조사를 토대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심의위원회에서는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같은 시기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며 중함’을 통보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개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갈등과 내홍에 휩싸여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었다. 지난해 5월 부산국제영화제는 운영위원장 직제를 신설했다. 이후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종국이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되자, 그동안 행사 운영을 맡아왔던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한차례 큰 내홍을 겪었다.
그러다 허 위원장이 과거 성희롱‧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추문이 불거지면서 더욱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결국 개막 전부터 각종 갈등과 논란으로 얼룩진 부산국제영화제는 사상 초유의 집행위원장 대행 체제로 치러지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을 인정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도 함께 내놨다. 영화제 측은 사건 이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비롯해 성평등 캠페인, 심화 교육 등 예방 교육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선안으로 ▲정관 개정으로 성희롱 예방 사각지대가 없도록 임원의 책무와 자격 조건 강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신고 상담 절차에 관한 규정 개정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 발생 방지 ▲피해자 지원을 포함한 규정을 보완해 피해자 보호에 온 힘을 다할 것 등을 약속했다.
또 ▲성 평등한 조직문화와 책임감 있는 사건 처리를 위해 관련 전담 기구 지정 ▲임원, 직급별 등으로 나눠 실질적인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 방침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성적으로 평등하고 안전해야 할 직장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면서 “또 피해자 보호와 초기 조사 절차 과정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부산국제영화제 직원들과 부산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번 진상조사 결과 및 개선안 발표를 계기로 영화계 안팎에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탄탄한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그동안 지켜온 신념과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발표된 개선안을 비롯해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뼈를 깎는 자구노력 또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문영 “의도치 않게 불쾌감 있다면 저의 책임…다만 의도적이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어”
한편 이날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피신고인인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 조사 결과와 함께 전달해 주라고 요청한 입장도 공개했다.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만일 저의 어떤 말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사례가 있었다면 온전히 저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이고 의도적이라는 판단, 특히 저의 내면적 의지에 대해 단언하는 의도적이라는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저에 관한 논란이 영화제에 끼칠 피해를 우려해 집행위원장직에서 최종적으로 물러난 이후 그간 저의 삶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자숙의 시간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생각”이라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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