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투데이 이슈] 정부가 내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으로 늘리고, 2035년까지 10년간 총 1만명까지 정원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2006년 3058명으로 조정된 이후 19년째 고정된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하면서, 의료계는 ‘총파업’ 카드를 내밀면서 정부와 의사단체가 정면 충돌했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결정하고, 2035년까지 1만명의 의료인력을 더 수급키로 했다. 대학별 배정인원은 교육부와 논의한 뒤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정심 직후 브리핑에서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2006년부터 19년 동안 묶여있던 의대 정원도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우리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조 장관은 “정부는 10년 뒤인 2035년 수급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 현재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000명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더해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만 5000명의 수요 가운데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인력을 확충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회장 전격 사임…명절 직후 총파업 수순 돌입 예정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 발표에 앞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할 경우 총파업 수순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정부가 정원을 늘리기로 발표하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이필수 의협 회장은 “작금의 모든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이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회원 여러분께 올리는 글’을 통해 “오늘 저는 여러분들이 아낌없이 보내주신 신뢰와 성원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과 심려를 끼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고야 말았다”며 “따라서 무겁고 참담한 마음으로 회원 여러분들의 우려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사퇴하면서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이어 설 연휴가 끝난 후 즉각적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 파업 시점을 설 연휴 이후로 잡은 것은 연휴 기간 동안 응급상황에 대처해야 할 의료인력 부재 시 국민들의 질타를 받을 것에 대한 우려가 섞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의료계의 파업 참여 수도 명절 전 보다는 이후가 늘어날 것으로 고려된 듯 하다.
특히 의협은 파업 전이었던 지난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참여 찬성·반대 투표 결과를 대국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 수가 불참하겠다는 의사 수보다 많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의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81.7%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대 이유로는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다’(49.9%), ‘향후 인구가 감소하면서 의사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기 때문’(16.3%), ‘의료비용 증가 우려’(15.0%),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14.4%)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140여 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이 참여했다. 전국의 전공의가 1만 5000여명인만큼 3명 중 2명이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사 면허’ 걸고 파업 참여?…정부는 빅5 병원에 경찰 협조 요청
다만 일각에선 이번 파업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의사가 참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파업 때와는 달리 이번 파업의 경우 지난해 5월 공포된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의사 면허’를 걸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개정된 법에 따르면 의사가 불법 파업으로 업무 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환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보고,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올 경우 면허 취소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보다는 강경한 대응을 택한 모양새다. 정부는 의료계 총파업 분위기가 감지되자마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선제 발령했다.
정부는 전공의가 많은 상위 50개 수련병원을 추려 현장점검 담당자를 배정한 상황이다. 특히 ‘빅5’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과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경찰청 경비국 협조를 요청하면서, 정부와 의사단체간 충돌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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