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들은 안락사 확대...국내는 시기상조 그러나 신중한 논의 필요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안락사 합법화를 확대하고 있다. 가톨릭 보수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 국가들은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을 불경시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깊게 진행되면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오스트리아가 조력 자살을...[본문 중에서]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안락사 합법화를 확대하고 있다. 가톨릭 보수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 국가들은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을 불경시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깊게 진행되면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오스트리아가 조력 자살을...[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투데이 이슈] 지난 5일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로 별세했다. 각각 뇌출혈과 합병증을 앓으며 건강이 좋지 못했던 두 사람은 동반 안락사를 결정하여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로 혼자 떠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애정이 깊었던 부부는 함께 손을 잡고 같은 날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며 유럽을 비롯한 국내에서도 안락사가 다시금 주목을 받으며 관련된 논쟁이 불붙고 있다.


| 유럽 국가들 안락사 합법화 확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


판 아흐트 전 총리가 안락사를 결정한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다. 다수의 매체 등에 따르면 ·심장 계통의 불치병 환자 중에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 면에서 견디기 힘든 환자에게 안락사를 허용한다. 약물을 의사가 투여하는 방식과 함께, 의사가 공급한 약을 불치병 환자가 직접 투약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 해에 8천여 명, 전체 사망의 약 5%가 안락사를 선택하고 있다. 판 아흐트 전 총리의 경우처럼 동반 안락사는 네덜란드에서도 드문 사례이나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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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안락사 합법화를 확대하고 있다. 가톨릭 보수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 국가들은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을 불경시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깊게 진행되면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오스트리아가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였다. 이 중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4곳은 조력 자살은 물론이고 적극적 안락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모든 국가가 안락사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는 존엄한 죽음보다 생명의 존엄성을 더 중시해서 안락사 합법화가 무산되었다. 안락사의 오남용과 생명경시 풍조 등의 반대 여론도 거세다.

그러나 불치병의 고통을 견딜 수 없는 환자들은 여전히 안락사를 희망하고 있다. 스위스가 외국인에게도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스위스로 원정을 가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세기의 미남이라고 잘 알려진 배우 알랭 들롱도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국내에서 안락사 논의는 시기상조...안락사약 불법거래까지


전 세계적으로 안락사 허용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아직도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미미하다고 지적받고 있다. 지난 2022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극도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할 경우 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종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정부 부처와 대한의사협회, 윤리계 등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해외 사이트를 통해 안락사약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부검한 사망자 가운데 스위스 등에서 안락사에 사용되는 특정 성분이 검출된 사례가 총 10명으로 집계된 바 있다. 해당 약물을 판매하는 한국어 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수요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법적인 판매 사이트에서는 평화롭고 고통 없는 죽음을 제공한다는 문구로 홍보하고 있었다.

국내에서의 안락사 입법에 대한 부실한 논의와는 별개로, 여론은 안락사 시행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울대병원의 시민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안락사나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6%가 나왔다. 누리꾼들은 안락사는 불치병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꼭 필요한 제도’,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행복하게 죽을 권리가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짓는 것이 진정한 인권존중이고 존엄사는 존중되어야 한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존엄사 인식 조사에서도 의사 조력 사망 도입에 85%가 넘는 찬성 의견이 나왔다. 다만 시민과 국회의원과 비교하여, 의료계에서는 의사 조력 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41%가 넘었다. 이들은 살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 생명경시 현상,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주관적인 척도,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의료윤리 훼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처럼 생명과 직결된 안락사 허용 관련 논쟁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서둘러서 쉽게 해결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고민이 전제되어야 하고 다방면에서 신중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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