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청 기각...미국에서 중형 전망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권도형은 한때 가상화폐 업계에서 '한국판 머스크', '젊은 천재' 등으로 불렸지만,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하루아침에 범죄자이자 도피자로...[본문 중에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권도형은 한때 가상화폐 업계에서 '한국판 머스크', '젊은 천재' 등으로 불렸지만,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하루아침에 범죄자이자 도피자로...[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투데이 이슈] 가상화폐인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되어 재판받게 된다. 현지 일간지 포베다의 보도에 따르면 21(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재판부가 권 씨에게 중형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되어 어느 정도의 형량을 받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도피 22개월 만에 한국 아닌 미국으로 송환...중형 선고 예상


권 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4월 싱가포르로 도피한 이후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되었고 이후 현지에서 구금된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도피 기간으로 따지면 22개월 만에 송환 결정이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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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하였고,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지난해 1124일 권 씨의 범죄인 인도를 승인했고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송환될지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판단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따라서 권 씨가 미국에 인도된다면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씨가 그동안 한국 송환을 주장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권 씨의 법률대리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미국 송환 결정이 불법이라며 항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로디치 변호사는 이날 미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권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고 명령한 결정은 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송환 지연으로 인해 적어도 오는 325일로 예정된 첫 미국 민사 재판에는 출석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몬테네그로의 전 법무장관은 권 씨를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현 법무장관은 이를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코바치 전 장관은 "자신의 임기 중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러 나라가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 범죄 장소와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 범죄인 국적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드레이 밀로비치 현 법무부 장관이 즉각 반격하였다. 지난해 6월 몬테네그로 총선을 며칠 앞두고 불거졌던 권 씨와 코바치 전 장관의 '물밑거래 의혹'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권 씨는 야당이었던 '지금 유럽'의 당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고 정치자금도 후원했다는 자필 편지를 코바치 전 장관 등에 보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현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권 씨 송환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에 무게를 두어 왔다.


| 가상화폐 업계 천재에서 사기범으로 몰락...피해자들은 미국 송환에 긍정적 반응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권도형은 한때 가상화폐 업계에서 '한국판 머스크', '젊은 천재' 등으로 불렸지만,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하루아침에 범죄자이자 도피자로 몰락했다.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권 씨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를 거쳐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39) 대표와 손을 잡고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이후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루나와 테라코인이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부상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22년 초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테라·루나는 단 며칠 만에 -99% 이상 폭락하였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한편 권 씨의 미국 송환이 확정되면서 루나 가격 향방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나(LUNC, LUNA)는 권 씨의 미국 송환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횡보세를 보였다. 22일 오후 3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는 전일 대비 0.14% 오른 0.0001219달러(0.16)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향후 미국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루나 가격은 크게 오르내릴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테라 지원 기관 '테라클래식랩스'가 생태계 부활을 위해 '테라클래식USD(USTC)'를 대량 매수하면서 루나는 65%가 뛰었다. USTC도 매수 소식 직후 300% 넘게 급등했다. 또 한국보다 미국에서 중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던 지난해 말에는 미국 송환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루나는 17% 급등했다. 권 씨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생태계 부활 기대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권 씨의 미국 송환 소식에 피해자들은 환영하는 반응이 많다. '루나·테라 코인 공식 피해자' 인터넷 카페에는 "권도형의 범죄 행위가 모두 인정되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중한 처벌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그 외에 "미국의 형량이 훨씬 세기 때문에 미국에서 처벌받는 게 맞다", "경제사기 범죄는 최고 형량으로 처벌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복구도 선행되어야 한다" 등의 의견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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